我會承擔責任的,先生。

12

Gravatar

나 책임져요, 대리님








"오늘도 딸기라떼 맞으시죠?"

"네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ㅎ"

"석진씨도요ㅎ"





출근할 때마다 카페에 들러서 카페 직원과 친해졌다. 어쩌다보니 나이도, 이름도 알게 됐다. 이상한 손님이 올지라도 항상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대하는 게 대단했다. 내가 어느 시간대에 출근하는지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내가 오기 1분전에 딸기라떼를 만들어 놓았다. 저 미소를 보니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지지만, 하필이면 대리님도 이 시간대에 이 카페를 들른다. 나는 도망치듯 카페에서 뛰어나오고.





딸랑-





"어, 손님은 아이스아메리카노 맞으시죠?!"

"네, 그걸로 주세요."

"잠시만요, 금방 해드릴게요!"

"...근데, 저 여자분이랑 많이 친한가봐요?"

"아, 여주씨요? 매일 딸기라떼 시켜서 기억에 남죠."

"그리고 귀엽잖아요_"





내가 카페에 들어오자마자 정여주가 카페를 나갔다. 왜 날 피하는지 알지만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다. 어차피 얼마 못갈 사랑인데. 직장상사로서 하는 걱정인데 모르는 남자랑 이름을 까다니. 요즘 세상이 얼마나 흉흉한데. 거기다 저 남자 입에서 귀엽다는 소리가 왜 나와? 넌 도대체 어떻게 행동하고 다니는 거야, 정여주.





"직장상사 맞죠? 좀 까다롭게 구시나 봐요."

"여주씨가 그쪽 얼굴만 보면 피하네."

"제가 알아서 할테니 그쪽은 신경끄시죠."

"어차피 그쪽 좋아할 일 절대 없으니까."

Gravatar
"여자들은 당신같이 까칠한 사람 안 좋아해요ㅎ"

"당신 맞춰주다가 짜증나서 헤어질 게 뻔한데ㅎ"





저 남자 정여주를 좋아하나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얘기를 할리가 없지. 그래봤자 저 사람은 카페 알바생이고, 난 반듯한 직장 있는 대리이다. 이렇게 급 나누고 있는 게 참 웃기긴한데 정여주가 저런 앞뒤 다른 남자랑 연애하는 건 두고 볼 수 없지. 절대 내가 정여주를 좋아하는 게 아니고 직장상사로서 걱정하는 거 뿐.







Gravatar







"정여주, 너 카페 직원이랑 무슨 사이냐?"

"아무사이 아닌데요."

"아무사이도 아니면서 이름까지 가르쳐줘?"

"대리님이랑 관련없는 일이잖아요."

"회사에서 사적인 얘기는 아니라고 보는데요."





기가 찬듯한 대리님의 표정. 석진씨와 정말 아무사이 아니고, 설령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해도 대리님이 무슨 상관인 지 모르겠다. 무슨 말을 들었길래 오자마자 하는 말이 석진씨와 어떤 사이냐라는 거라니. 나한테 마음 1도 없으시면서 왜 날 헷갈리게 하는 건데. 괜히 기대하게 만들지 말라고.





"너 말이 맞긴 한데, 이왕이면 그 남자랑 친하게 지내지 마."

"제가 왜요? 제 인맥은 제가 알아서 관리해요."

Gravatar
"말 좀 들어,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니까."

"대리님, 이러는 거 불편해요."

"저에겐 대리님은 그저 직장상사에 불과해요."

"그러니까 너무 깊이 들어오려하지 마세요."

"..직장상사에 불과해?"

"너 나 좋아하잖아."





시발. 좋아하니까 내 말은 무조건 들어라 이런건가. 내가 그렇게 호구같이 보이냐고. 그래, 좋아해. 너무 좋아해서 미치겠어. 차이기 전에도 계속 생각났는데 차이고 나니까 더 생각나서 미치겠다고. 그래도 잊어보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왜 더 헷갈리게 하고, 날 더 아프게 하냐고. 그런 대리님을 왜 난 더 좋아하고 있는건데...





"...네, 좋아해요."

"내가 대리님을 좋아하는 거랑 내가 석진씨랑 친하게 지내는 거랑은 다른 문제죠."

"곧 잊을 거에요, 걱정 마세요."

"저 그렇게 대리님 많이 안 좋아해요."

"솔로 된지 오래돼서 잠시 옆자리 채울 사람이 필요했던 거 뿐이지."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내가 본 남자 중에 모든 걸 갖춘 남자. 물론 인성은 빼먹었지만 그래도 다 커버 가능한 남자였다. 대리님도 알 거다. 내가 자기를 엄청 좋아하고 있는 거. 지금 변명을 하면서도 내 얼굴은 빨개지고,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난 대리님 놓치지 않을 거다. 대리님이 날 좋아하게 만드는 게 내 목표다.





"..그래, 나야 좋지."

"잘 생각했어, 되도록이면 빨리 잊어."

Gravatar
"내가 널 좋아할 일은 없을테니까."






_________________




눈팅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