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꿈

pt.3 하늘이 파래서, 햇살이 빛나서



민윤기는 학교에 잘 나오질 않았다.
원하면 나오는 스타일인 듯 보였다.

몇날동안 지켜본 민윤기라는 애는 음악을 좋아하는 듯 싶었다.
그 애는 꼭두새벽처럼 일어나 모자를 푹 눌러쓰고는 투벅투벅 어디론가 향해 걸어갔다. 나는 그 애가 일어날 때가 되기 전에 미리 씻고 해뜨는 것을 구경했다. 새벽을 지새는 일은 좋지만, 육체적으로 피곤한 일일지도 모른다.
늘 한두잔은 커피와 함께했다.
오늘따라 하늘이 파랬다.

가방을 챙기고 학교에 갔다. 그리고 뒤따르는 민윤기도 있었다.
"오늘은 학교 가네."

"날이 좋아서."
민윤기는 고개를 살짝 들어올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참 이유가 신기하네."

"그러게"

민윤기는 알고봤더니 내 뒷반이었다.
송주제일고 운동장이 눈 앞에 보였다. 송주제일고는 한창 봄이었다. 꽃들이 만개하고 있었다.

"이따 봐."

"그래."

그 애는 반으로 들어갔다. 나는 민윤기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때 누군가가 내 등을 톡톡 쳤다.

"......?누구"

"누나, 윤기형 알아요?"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앳된 애가 뽈뽈뽈 다가오면서 물었다.
아 송주제일중인가

뒤에서 두 사람이 복도를 뛰어왔다.
"야! 정국아! 전정국!"

한 애는 예쁘게 생긴 애였고, 또 다른 애는....와 디카*리오 뺨치는데. 어쨋든 잘생긴 애 한명, 이렇게 두명이 뛰어오고 있었다.
"헉..헉...넌 힘이 넘치냐"


"죄송합니다. 얘가 막 멋대로 굴어서"

"괜찮아. 송주제일중이지?"

"네 맞아요. 얘가 형 보러 오겠다고 막 그래서.."

"지미니 형, 너무한거 아녜요? 같이 가자고 했으면서"

"그렇긴 해."

"야 김태형! 그럴 땐 조용히 해야지"
왁자지껄 애들은 얘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이 귀여워서 피식 웃었다.

"아 근데 윤기형 왔으려나"

"글쎄다"
지민이라는 애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니네 여기서 뭐하냐?"
뒤를 돌아보니 민윤기가 서 있었다.

"형!"

"오 왔네."

정국이라는 애는 오도도도하며 민윤기에게로 달려갔다.
어떻게 애가 토끼처럼 생겼지 

"오랜만이에여 형"

"그래."
난 윤기의 얼굴을 쳐다봤다.
민윤기는 그닥 보고싶었다는 그런 얼굴은 아니었다 
떨떠름한 얼굴, 그리고 그 속에는 약간의 불편함과 보기 미안하다는 얼굴이 있었다.
눈빛이 살짝 흔들리는 것 같았다. 난 고개를 돌려 그 둘을 바라봤다.

태형이라는 애의 얼굴도 어째선지 기뻐보이지는 않았다. 지민이라는 애도 마찬가지였다.
오묘한 거리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때 수업종이 쳤다. 
민윤기는 썩 반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은 듯 나에게 물었다.

"수업 쨀래?"
한번도 수업을 빠진 적이 없었다. 너무 피곤해서 꾸벅꾸벅 졸아도 반에서 있었던 나였다.
근데 왜인지 모르게 충동이 들었다. 한번 빠져볼까. 성적 좋고, 부잣집애들만 아끼는 저 선생님들이 과연 내가 사라진다고 해도 신경이나 쓸까 싶었다, 나는 과감하게 굴었다. 후회할 수도 있는 선택임에도 난 그랬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번 가보자."

애들을 따라 도착한 곳은 한 창고였다. 조그마한 창고
그 오래된 문을 삐걱이며 여니 공간이 하나 있었다. 창문이 있고, 빛이 들어오는 공간. 먼지가 조금씩 떠올라 흩어지는 공간. 
그리고
그 중심에는
피아노가 하나 있었다. 건반을 여러번 만졌는지 사람 손자국 모양으로 지워진 먼지가 모든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민윤기는 피아노 먼지를 싹 쓸더니 의자에 걸터 앉았다.

조율이 잘 되지 않아 가끔씩 한번 이상한 소리가 나는 그 피아노.
그 흰 손으로 치는 피아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지쌓인 흰 건반과 그 주위에 걸터앉아 민윤기가 치는 피아노를 듣고 있는 애들.
갈색 피아노다. 민윤기는 피아노를 계속 이어쳤다.







민윤기가 멈칫했다. 분명 이 뒤에 이어지는 음악이 있을것으로 추측되었지만 더 이상 민윤기는 피아노를 이어치지 않았다. 
곱게 가다듬어지지 않은 음계, 막 써내려간 악보
그 속에서 들려오는 음은
왠지 모르게 슬펐다.

문이 열리면서 두사람이 더 들어왔다.
"역시 여기 있었네....응? 그쪽은 누구..."

"아 나는..남호연이라고 해."

"내가 전에 말했잖아. 얼마전에 나 도와준 사람이라고"

"아아- 안녕하세요 정호석이에요 남준! 너도 인사해."

"안녕하십니까"

"뭐에여 형ㅋㅋㅋㅋㅋ 왜 그렇게 딱딱하게 말해여"
정국이가 그 애한테 물었다

"내가 그랬나..?"
남준이라 불린 그 애는 멋쩍은 듯 뒷머리를 털고서는 책상 위에 앉았다. 그리고 옆에 놓여진 책 한권을 꺼내들어 읽기 시작했다. 함께하기도 따로 하기도 한 그들은 왠지 자유로워보였다

"여기는.. 안쓰는 곳 아니었어?"

"옛날엔 썼다고 들었긴 했는데."

"새로 반 더 생겨서 사라진거래요."

"아"
관심도 없던 학교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난 책상 위의 먼지를 쓸었다. 윤기는 다른 피아노 곡들을 치고 있었고
정국이라는 애는 아까 그 둘 사이에 끼어 같이 음악을 듣고 있었다.

"석진형 요즘에 잘 안오네"
지민이가 말을 꺼냈다.

"바쁜가보지 뭐"

'"내년에 미국 진짜 가나보네"

"일이 있어서 간다는데 어째"

"그러게요"
태형이는 툴툴거리는 느낌으로 말했다.









"날씨 좋네."
무덤덤한 목소리에 모두가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근데 여기는 창문 안열어?"

"쌤한테 들켜요."
호석이가 답했다.

"아"
나는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과 처리되겠네. 괜찮겠어요?"
남준이가 나보고 괜찮냐고 물었다.
아 맞다. 나 지금 수업 째고 온거구나.
돌아가야 한다. 돌아가는게 맞는데 왜 가기 싫었는지 모르겠다. 내 인생에서 난 한번도 내 의지가 반영된 적이 없었다.
근데 이 애가 오면서 조금 달라졌다.
민윤기를 우리 집에 오게 한 것도 내 의지였고
지금 이곳에 온 것도 내 의지였다.
이상하게도 시원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도 없는 새벽 하늘만 내 공간이었는데.
나는,
나는 이곳도 내 공간이 된 것 같았다.
창문 너머 하늘은 파랬다.


하늘이 파래서 햇살이 빛나서.

"가끔은 이래도 되지 않을까."
































Ps. 안녕하세요.작가에요.
역시 이런 대화식의 글은 적어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어렵네요
시험기간이라 천천히 적으려 해요.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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