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三季_張馬音,一個有13個孩子的孤兒

#3_다시 꾸게 된 악몽

지혁 님과 더 가까워져 다시 대기실로 돌아왔다. 앨범 몇 장에 싸인을 하고 그것을 챙겼다. 다른 대기실을 돌 작정이었다.

“같이 가줄까? 같이 가면 너 무시하는 선배는 없을텐데…”

오빠 딴에는 배려일 것이다. 어쩌면 거절도 아무렇지 않을 배려. 내가 혼자 가고 싶어하는 걸 이미 눈치챘으니. 내가 혼자 가고 싶은 이유는 그거였다. 찬열이 오빠와 함께 가면 존중은 받겠으나 그게 그 사람의 진짜 인간성인지 알 길이 없었고, 혼자 가야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혼자… 다녀올게, 오빠.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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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자연스레 말이 짧아졌으나 나도, 그도 어떠한 괴리감을 느낄 수 없었다. 본 기간은 생각보다 굉장히 짧으나, 그 기간 동안 마음으로도 많이 가까워진 모양이었다.

“응, 어느 정도는 예상했어.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아, 안 좋은 사람은 굳이 상대할 필요없으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언론이나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오직 연예계만의 소문이란 게 있는 법이다. 이 사람은 사생활이 더럽다더라, 이 사람은 이미지보다 착하더다라 등의. 아마 찬열이 오빠는 그 소문을 알고, 어쩌면 진위 여부까지 알고 있을지도 모르니 나에게 그런 조언을 해준 거겠지.

“이미 그거엔 통달했어. 걱정 하지마.
무슨 일 생기면 세븐틴한테 전화했다가
오빠한테 전화할게”

“아니… 나한테 먼저 전화한다고 말해주면
어디가 덧나냐…”

“거짓말은 나쁜 거야,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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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대기실 문을 닫을 때까지 찬열이 오빠가 나를 야!하고 부르는 게 느껴졌다. 그 고독한 외침마저 나를 생각해주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기분 좋음에 빠져 헤메고 있는 사이, 나보다 10cm는 클 것 같은 누군가의 가슴팍에 얼굴을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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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ㅎ…”

“아, 괜찮아요”

괜찮다는 말을 하려 말을 끊었는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빴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정말 말 그대로 왜인지 모르게였으니까.

“어, 장마음!”

“어…, 저 아시나봐요?”

인기 남자그룹의 멤버였다. 이분들은 굉장히 대단한 분들 아니시던가. 괜히 이 세계 사람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나를 안다니. 우와, 신기해.

“그럼요. 이번에 찬열이랑 
≪Stay With Me≫부른 친구잖아요.
그 노래 완전 좋아요. 목소리랑도 잘 어울리고”

“칭찬 감사해요. 제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연습 열심히 했거든요”

그저 선배님이 해주시는 칭찬이라 여겼다. 그래야했다. 근데 그는 달랐다. 왜인지 이게 본심이 아니고 다른 것을 숨기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런 기분이 드는 것에 대한 이유는 보통 찾을 수가 없었다. 그저 감이고, 느낌이기에.

“어떻게, 우리 전번 교환할래요?”

그리고 그의 끈적한 시선이 내 몸을 훑었다. 아, 욕 안 쓰려고 했는데. 씨발, 지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뭘 생각하는 거야. 중학생 때의 슬기로운 보육원장의 표정이 딱 이랬다. 2차 성징이 일어난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딱 저랬다.

“ㄱ,글쎄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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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지위의 차이 때문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저 눈빛만으로도 이미 성희롱으로 신고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말고, 아가. 응?”

와, 아가라니. 슈아 오빠도 안 쓰는 표현이었다. 남자친구가 생겨도 아가라는 호칭은 죽어도 못 쓰게 해야지 했는데 이 기분 나쁜 선배에게 불리다니.

“죄송… 아!”

죄송하다며 자리를 뜨려는 나를 눈치챘는지 그는 내 손목을 세게 잡아쥐었다. 여자와 남자, 그리고 성인과 미성년의 완력 차이가 이렇게 컸던가. 도무지 불쾌한 그 손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불안감에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그런 나를 벽으로 쾅 하고 밀었다.

“하지 마세요”

어떤 용기였는지 모르겠다. 그냥… 그냥 나온 말이었다.

“어?”

“하지 말라고 씨발놈아.
일부러 CCTV 없는 곳 고른 것 같은데,
내 폰은 카메라가 아닌가봐?”

그가 움찔할 만한 말을 한 것뿐이었다. 실제로는 촬영은커녕 녹음도 하고 있지 않았는데 그로서는 매우 찔린 모양이었다.

“아, 씨발.”

“이 손 놔, 개새끼야”

“싫다면?”

응, 사실 기대도 안 했어. 너네 같은 족속이 사람 말을 들을 리가 없지. 아예 처음부터 짐승 새끼니까.

“소리 지르는 건 어떨까?
아, 그건 네가 후배랑 얘기하고 있다 그러면
말짱 도루묵일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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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 두 번째라고 익숙해진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말과 감정이 정확히 반대였다. 실제로는 미칠 듯한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건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었다.

“깨무는 건 어떨까? 아, 영상 뿌리는 게 제일이겠네.
나도 너만큼은 아니지만 인지도 꽤 있고,
그런 것과 관계없이 자극적인 영상일수록
더 빨리 퍼지는 거 몰라?”

그가 아주 잠깐 흠칫했다. 그래도 연예인이라는 지위가 아깝긴 한 모양이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의 팔을 가볍게 비틀었다.

“야, 이거…!”

“응, 정당방위~”

이제야 무서움에서 아주 조금 벗어날 수 있었지만 여전히 무서운 건 무서운 거였다. 방금 뼈저리게 느꼈듯이 남자와 여자의 완력 차이가 컸으니 그가 금방이라도 내 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주 작은 아픔만 감수한다면.

“네가 얼마나 나쁜 개새끼인 줄 알겠다.
적당히 해. 이제 갓 데뷔했고, 심지어 미성년자인데.
뭐하는 짓거리야,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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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 그 아픔을 감수하지 않으려는지 내 손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나는 내 팔보다 긴 팔을 조금 더 꺾고 말했다.

“앞으로 내 눈에 띄지 마라, 씨발.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

“ㄴ,너.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음… 뭐, 소속사한테? 이미 소속사도 알고 있지 않아?
너 완전 쓰레기 새끼인 거?
그리고 가수 못하면 달리 할 것도 많아.
내 진로를 걱정해주다니 친절하네, 개새끼야.”

진정한 반어법이었다. 사실 가수 말고는 생각해둔 것도 없지만… 뭐, 이제 18살인데. 가수 못 하면 오빠들에겐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폐 끼치고 다시 찾아가면 됐다.

“다시 보지 말자. 비즈니스로도 안 만났으면 하지만,
만나면 아는 척, 친한 척 금지.
아니면 이 영상 뿌려버린다”

그는 마지막 발악으로 내 폰을 빼앗으려 했으나 이미 폰을 멀리 밀어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그는 겁은 또 많은지 내 손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뼈를 부러뜨릴 정도까지 꺾을까 생각했지만 무대도 있고 하니 차라리 빨리 이 자리를 뜨는 게 더 중요했다.

“알겠어요, 선배님?”

조소를 지으며 그의 팔을 다시 반대로 꺾었다. 겨우 작게 끄덕이는 그의 대답을 받고 나서야 팔을 풀어주었다.
이상해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빨리 걸었다. 대기실의 복도의 모퉁이 딱 도는 순간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작은 듯 넓은 어깨. 당장이라도 기대면 든든하게 받혀줄 것 같은 등. 내 손보다 살짝 크지만 남자 중에서는 작은 손. 아, 찬이구나. 다행이다….

“…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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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거기까지였다. 검은색의 어두운 무서움이 나를 덮쳐 기억을 잃게 만들기 전의 기억이. 찬이가 개미 기어들어가는 내 말소리를 들은 건지, 어쨌는지 난 알 수 없었다. 그저 날 끌어당기는 원초의 두려움에 몸을 빼앗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