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位沉浸式工匠的短文

起司蛋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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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케이크










 정국은 포지션으로 따지면 단연 메인에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대학 내에서 그를 모르는 어리석은 학우가 있다면 때려 죽일 간첩 취급을 받아 마땅하다고 스스로도 자부했다. 물론 자뻑은 아니다. 그는 화양대 재학 기간 토탈 1년 반, 그 1년 반 동안 단 한 번도 학교 잡지의 표지에 실리지 않은 적이 없다는 상상초월의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 신입생들 중에 그렇게나 인물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굳이굳이 이유를 대자면, 전정국을 대체할 만한 얼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었다. 눈썹뼈 아래를 웃돌며 가르마에 살짝 컬이 들어간 흑발. 가을의 끝자락과 입동 사이엔 베이지색 코트 속 매번 목을 다 가리고도 겹겹이 주름진 아이보리색 목티를 껴입고 오는데 그날이면 어김없이 화양대 에타 서버가 회생불가 수준으로 터지곤 했다. 야, 영문과 걔 오늘 착장 봤냐?




 천문학 동아리. 태생부터 숫자에 멀미를 지니고서 태어난 그는 당연히 뼛속까지 문돌이였고, 꼬부랑 글자만 주구장창 외고 살았던 그가 별쪼가리에 관심을 가질 리 만무했다. 그런 정황들을 차치하고도 전정국은 그 곳의 동방 입구에 발을 들였다. 왜냐면 말이지, 다른 동아리는 정원이 다 찼댄다. 모름지기 사람이라면 죄 완벽할 수 없듯이 화양대 간판 영문과 존잘남도 오점 하나쯤은 보유 중이었다. 게으름. 내일의 편함보단 당장의 휴식이 더 중요한 정국은 이른 동아리 선점 대신 2시간의 낮잠을 택했다. 선택은 곧 후회로 이어졌다.




 천문학의 문턱에 선 그가 아주 작은 한탄의 숨을 내뱉었다. 제발 귀찮은 활동은 없기를, 하고 빌었다. 문을 열고서 휙휙 둘러본 주위는 새삼 텅 비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알려진 바로는 이 곳의 멤버는 단 4명. 동아리 최소 인원이었다. 추후엔 그가 들어왔다는 소문이 퍼져 여학우들이 물 밀듯 들어차는 건 시간문제였지만 이때의 정국은 괜히 소란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친한 동기들 앞에서도 입을 조심했었다. 사실 별쪼가리 동아리에 들었단 소식이 그닥 자랑스러운 건 아니었으니 더더욱. 아무튼 동방 안은 한적했다. 인사라도 할 참으로 뻘쭘함을 이기고 친히 발걸음을 했건만. 여긴 대체 사람이 있긴 한 거야? 속으로만 삼켜둔 질문에 답을 한 건 소파에 덮어놓은 거적데기의 부스럭거림이었다. 그냥 허물인 줄 알았는데 그 아래 누가 있었나 보다. 보기보다 겁이 많은 정국은 숨죽여 소파 앞으로 발걸음을 비척비척 옮겼다.




"저기요 혹시-"

"······."

"저기요?"

"······"

"··· 야."

"반말?"




 아까까진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서 저기요를 남발해도 안 깨던 게 '야' 하나에 으르렁거린다. 꼬장의 기미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 보아하니, 저가 건든 이가 보통 꼰대가 아님을 직감한 정국이다. 접때 15학번이 아직도 화양대에 상주해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소문의 당사자가 아니길 바라며 짤막한 몸을 완전히 덮은 옷가지를 조심스레 비켜내자 드러난 얼굴은 살벌한 투와 상반되게 순한 강아지상의 여자였다. 견종을 따지자면, 푸들? 왜인지 정국은 대뜸 머리를 쓰다듬고픈 충동을 누르지 못 했다. 사락, 하곤 부스스한 갈색의 머리칼이 정돈된다. 그 일련의 행동이 심히 고깝게 다가온 푸들이 눈깔을 치켜떴다. 경보다.




"뭐 하냐 너."

"아, 그 머리가···"

"뭐?"




 머리가요··· 너무 뻗쳐 있어서··· 정처없이 중얼중얼대다 뒤이어 넵. 죄송. 하며 빠른 사과를 자처했다. 타의로 쪽잠에서 깨어난 것도 모자라 반말에, 쓰다듬까지 당한 여주는 얼빠진 얼굴로 이 새낀 대체 뭐 하는 새낀지를 파악하는 데 온 힘을 주력했다. 정국은 두어 발 물러가며 머쓱하게 흘러내린 앞머리를 옆으로 휙휙 넘겼다. 저 전정국인데요. 여주는 '뭐 어쩌라는' 눈빛을 쏴댔다. 사실 정국 본인은 아까부터 이해가 도통 안 되는 게 있는데, 이 성난 푸들은 아무래도 저가 누군지 모르는 것 같다. 남들은 좋다고 꺅꺅 하는 얼굴을 갖다 들이대도 무반응. 게다가 방금처럼 이름을 대놓고 알려줘도 퍽 도움은 안 돼 보이니··· 티는 안 냈지만 비공식적으로 대학 내 인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정국으로서는 가히 충격적인 일이었다. 여주는 소파 옆 조그만 탁상 위에 놓인 뿔테를 다 늘어난 소매로 슥슥 닦아 썼다. 적응의 시간이 필요한지 처음 몇 초는 눈을 찡그린다.




"야."

"네?"

"전국인지 정국인지 내 알 바 아니니까 제발 귀찮게 좀 하지 마."




 네가 취준생의 고통을 알어? 여주는 알면 닥치고 몰라도 닥치라는 메시지를 얼굴에 고대로 드러냈다. 정국은 뭐 잘못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괜시리 쫄아서 깨갱한다. 근데 저 오늘 여기 새로 들어왔는데···. 다시금 폭삭 들어누운 여주가 이불 취급을 받고 있는 옷을 제 목덜미까지 끌어올리다 그 말에 행동을 일시정지. 뭐? 하고 큼지막하게 뜬 눈이 뿔테 안경와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이다.




"그러니까··· 네가 신입부원이라고?"

"넵."

"여기 들어왔다고? 니 발로? 여길?"

"넵."

"혹시 미쳤니?"

"··· 네?"




정국은 영혼리스 상태로 고개를 끄덕이려다 멈칫했다.




나 방금 욕 먹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