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位沉浸式工匠的短文

再喝一杯









여주한테는 2년 사귀다 헤어진 남자친구가 있음. 이름은 민윤기, 둘이 딱 1살 차이 남. 여주가 고등학교 2학년, 윤기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연애 시작해서 여주 20살 되던 해에 대학 들어가고 여느 커플 다 오는 권태기가 와서 헤어짐. 큰 싸움 없고, 물 흐르듯이 그냥.








시간이 흐르고 흘러 화양대 시디과 2학년이 된 여주. 간간이 윤기 생각나는 거 빼고는 그냥 평범한 대학 생활 중이었음. 그러던 날에 시디과 신입생 환영회가 열린 거임. 시간도 널널하고 그냥 좀 구경이나 할 겸 술자리에 참석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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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나 웬걸, 민윤기가 앉아있는 거. 같은 대학에 같은 과까지. 뭐 이런 우연이 있나 싶던 우리의 여주, 눈만 땡그랗게 뜨고 있음. 입구에서 존나 얼타던 여주는 슬금슬금 다시 빠져나가려다 어이쿠 우리 과 간판 강여주 왔네!! 난리 떠는 친구 덕에 하하.. 뒷목 긁적이면서 어색하게 자리에 착석함. 얼굴 봐놨다 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윤기 쪽으로 슥 고개 돌리는데 시선도 안 주고 술만 마시고 있는 모습이 왠지 다행스러우면서도 섭섭함. 아는 척은 할 수 있는 거잖아, 그렇게 나쁘게 헤어진 것도 아닌데. 여주는 이런저런 생각 하다가 그냥 이대로 조용히 술 마시다 가기로 함. 어차피 학년도 다르니 둘이 마주칠 일은 별로 없을테니까.








그렇게 술자리는 무르익어가고 다들 알딸딸해진 게 다 티 남. 책상에 엎어진 건 약과요, 가게 밖에서 우웩거리는 소리 들리고 난리임. 그런데 여주는 주량 꽤 센 편이라 대충 애들 정리하고 집 보내는 역할임. 평소처럼 친구 먼저 업어다 택시 태우고 난장판 된 거 정리하고 그러는데 주위에 본인처럼 멀쩡하게 정리 돕는 사람이 있네? 바로 민윤기.








뭐라 말이라도 걸어볼까 하지만 윤기 부담스러워할까봐 그냥 관둠. 아까도 자기 무시했는데, 말 걸어봐야 뭐 해 하는 심정으로. 그래서 할 일 다 한 여주는 짐 챙기고 가게 문을 딸랑, 열었는데 누가 뒤에서 손목을 잡음. 그게 누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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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저랑, 한 잔 더 해요."








아직 미련 그득히 남은 민윤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