短篇小說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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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두려움도 낭만이 될 터이니.


말랑공 씀.




*본 글의 소재는 영광스럽게도 이제약간김태형사랑해 님께서 주신 소재입니다.




 눈이 내린다. 먹구름이 낀 하늘은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만 같다. 먹구름을 머금고서 버거워 보이는 하늘은 나를 애처롭게 내려다본다. 하늘은 자신을 연민하는 것일까 아니면 나를 연민하는 것일까. 내 수명은 하늘에게 점점 더 가까워져 가고, 일어날 힘조차 나질 않으며 매번 앉아서 창밖을 구경하던 그가 희미한 심장박동만을 울리며 누워있다. 그에게 그림을 가르쳐 주며 시시덕거린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그와 나의 얼굴엔 미세한 웃음조차 남아있지 않다.


 그와 나는 산소마스크에 의지한 채 살아 숨쉬고 있다.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가. 병원에 입원하자마자 며칠 안에 죽었어야 했을 내 운명이 그를 만남으로써 바뀌어버렸다. 그와 조금 더 오래 함께 있고 싶다는 전념이 강하여 계속해서 죽음을 미룰 수 있었지만 더 이상 하늘은 내 운명이 바뀌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우중충한 하늘은 마치 나를 담은 듯 버거워 보이고 눈물처럼 눈을 펑펑 흘려보낸다. 그런 하늘은 내게 속삭인다. 너의 운명은 너무나도 많이 바뀌었단다, 이제 그만 너의 운명을 받아들이렴, 이라고.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고개를 힘겹게 돌려 그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그는 여전히 희미한 심장박동만을 울리고 있다. 내 쪽으로는 그 어떠한 시선도 주지 않는다. 그가 나보다 더 힘겨워 보인다. 나는 그런 그를 애처롭게 바라본다. 가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윤기 씨를 눈에 담고 싶어요, 라고 마음속으로 토해낸다. 그러나 그는 눈을 뜨고 있는 것조차 힘겨운지 슬며시 눈을 감는다. 나는 그에게 머물렀던 시선을 거둬내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우중충한 하늘은 여전하지만 눈이 점점 그치고 비가 오기 시작한다. 쏴아아, 하고 내려온다. 톡톡, 하고 창문을 두드린다. 마치 하늘이 내게 마중이라도 나왔다는 듯.


 나의 심장은 점점 불안정해 간다. 그의 심장 또한 불안정해 간다. 우리의 숨소리는 점점 멎어간다. 죽을 힘을 다해 우리는 서로에게 시선을 마주한다. 그는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나 또한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힘이 없어 입 밖으로 내뱉진 못 했지만 왠지 그도 내게 사랑한다고 말했을 것 같다.


 죽기 전에 그의 온기를 몸에 담아두고 싶어 손을 그에게로 힘껏 뻗는다. 나는 힘껏 뻗는다고 느꼈지만 내 손은 힘없이 덜덜 떨리며 그에게 닿지 못 하고 이내 밑으로 툭, 하고 가라앉는다. 이제 하늘에게 갈 시간이 되었구나. 나는 곤히 잠든 그의 얼굴을 내 눈에 한 번 담아보고 나 또한 눈을 슬며시 감아 깊은 잠에 빠진다.


 사랑했어요, 윤기 씨.


 -2021년 12월 25일 8시 24분경 민윤기 님, 동백 님, 사망하셨습니다.


아름다운 추억_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