短篇小說集

洗車兼職 第一部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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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篇


Hey, I just met you and this is crazy.
But here’s my number, so call me maybe?


말랑공 씀.




 “아, 이게 뭐야…… 새벽에 비가 와서 차가 완전 더러워졌네.”


 잠결에 들은 빗소리가 잘 때만 해도 나를 참 편안하게 해 주었는데 아침이 되고 나니 나를 절망의 늪으로 빠지게 만들었다. 참고로 나는 차를 굉장히 좋아한다. 평소 책을 잘 안 읽는 성격임에도 책장에 자동차에 관한 책들이 수두룩할 만큼 말이다. 이런 나에게 비 오는 날이란 정말이지 새 신발을 신고 나갔는데 진흙탕 웅덩이에 발을 빠진 거나 다름이 없다. 심지어 세차를 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신이시여, 대체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나는 차오르는 눈물을 머금고 땅이 꺼져라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차를 몰고 단골 세차장으로 향했다. 그 세차장이 다른 곳보다 정말 깨끗하게 해 주신다. 무엇보다도 그 세차장 사장님이 정말 잘생기셨고 가끔씩 능글맞으시지만 되게 다정하시다. 가끔 아재개그를 치긴 하시지만 얼굴이 너무 잘생겨서 그냥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사장님께서는 자신이 한 아재개그가 재미있어서 웃은 줄 알고 착각하신다. 죄송해요, 사장님. 사장님이 하시는 아재개그, 정말 재미없어요. 웃은 건 사장님이 너무 잘생겨서 웃은 거예요. 이런 말을 매번 속으로만 삼킨다. 사장님께 이런 말을 했다간 블랙리스트에 오를지도 모르고 내가 그만큼이나 인성이 쓰레기는 아니기에. 


 얼빠인 나에게 이 얼마나 축복과도 같은 세차장인 말인가.


 “어서오세요, 우리 단골 손님이신 김미소 씨!”


 “안녕하세요, 사장님! 어제보다 더 잘생기셨네요.”


 “하하 제가 또 한 미모 하죠. 참, 소가 계단을 오르면……”


 “제가 좀 급한 일이 있어서 세차 좀 빨리 부탁드릴게요.”


 “아이고, 그럼 빨리 해 드려야죠. 호석아!”


 호석.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혹시 새로 뽑힌 알바생인가. 나는 사장님의 호석아, 하는 부름에 활기찬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환하게 웃으며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어느 한 남자가 보였다. 나보다 어린 것 같았고, 옷을 민소매를 입고 있어서 속살이 다 보였다. 그 중 팔뚝이 가장 잘 보였는데,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인지 마른 근육이 붙은 것처럼 보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적당한 근육 말이다.


 “부르셨어요, 사장님? 아, 안녕하세요! 저는 새로 뽑히게 된 알바생, 정호석이라고 해요!!”


 “반가워요, 호석 씨.”


 정호석. 그를 가까이서 보니 잘생긴 게 훨씬 더 잘 보였다. 콧대로 등산할 수 있을 만큼 코가 오뚝했으며 머리는 그의 화려한 웃음처럼 화려하고 예뻤다. 정말 내 이상형 그 자체였다. 그리고 에너지는 또 얼마나 넘치는지…… 세차하는 내내 그 예쁜 미소를 잃지도 않고 열심히, 힘차게 했다. 가끔씩 내게 말도 걸곤 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리액션을 크게 해 주었고 웃을 때도 상대방의 기분이 좋아지는 듯한 호탕한 웃음을 지어냈다. 그와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그에게 점점 더 빠져들었다.


 내 이상형 그 자체인 이 사람을 이대로 놓칠 순 없지.


 세차를 전부 마치고 그에게 잠시 기다려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는 나의 급작스러운 부탁에도 활기차게 웃으며 네! 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를 오랫동안 기다리게 할 수 없어 뒷자석에서 종이와 펜을 꺼냈다. 펜이 잘 나오지 않아 꾹꾹 눌러서 써야만 했다. 아무튼 나는 끄적거린 종이를 그에게 건넨 뒤 세차장을 나왔다. 내가 끄적거린 내용은 별거 없었다.


010-XXXX-XXXX
내 전화번호예요 저는 그쪽이 너무 마음에 드는데 그쪽은 어때요? 혹시 제가 마음에 든다면 연락 주세요 호석 씨
-김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