我偶然陷入了一段戀情。

02:偶然的約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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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연애 중


W. 띵동댕








“김도준을 납치 했냐, 안 했냐에 따라 제 반응이 달라지겠지요?”





갑작스레 묻는 남자에 조금은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내 말에 남자의 눈썹이 위로 쓱 올라갔다. 그 때문에 두 개의 옅은 주름이 남자의 이마 위에 자리잡았다.



“근데 정말 죄송한 말인데 지금 전 그쪽이 김도준 납치한 게 거의 100%라고 봐요.”





이어진 내 단호한 말에 화면 속 남자는 속상했는지 다시 입꼬리가 눈에 띄게 밑으로 축 내려갔다. 저런 표정에 내가 넘어갈 줄 알았냐.



후, 내가 평소엔 이런 성격이 아니지만 김도준을 안전하게 엄마 아빠의 품으로 데려오려면 내 마음 속 깊은 데에 있는 앙칼진 성격을 끌어 올려야 한다. 근데 나 진짜 앙칼진 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ㅠㅠㅠㅠ 아까도 진짜 간신히 한 건데.





“그러니까 빨리. 방 보여주고 그쪽이 무죄인지 유죄인지 내가 보자고요.”





말 끝에 붙은 ‘요’를 한 옥타브쯤 올리고 좀 더 크게 말하자 앙칼진 여자의 느낌이 조금 났다. 납치된 동생을 구하려는 쌍둥이 누나의 눈물겨운 이야기… 이 정도면 성공이다.





“… 생전 처음 보는 여자한테 방을 보여준다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 건데…”





남자는 몇 초간 머리를 매만지며 나를 쳐다보다, 아무런 미동이 없자 한숨을 듬뿍 쉬며 화면 가득 채웠던 얼굴을 뒤로 떼고 핸드폰 화면을 전면에서 후면으로 바꾸었다. 그러자, 방의 풍경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방 천장에 붙은 LED 조명이 비추는 방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깔끔했다. 본인 입으로 더럽다, 더럽다 해서 김도준 방 그 이상을 상상했는데, 이건 그냥 모델하우스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흐트러진 게 하나도 없는 깔끔한 방이었다. 아, 어쩌면 가사도우미 같은 분께서 청소를 해 주실 수도. 그게 아니라면 사람이 사는 집인데 이렇게 깨끗할 리가 없다.



이상할 정도로 깨끗한 방에 대한 의문은 뒤로 하고, 방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꼭 닫은 방문을 기준으로 바로 옆에 있는 옷걸이엔 방금 세탁을 한 듯 깨끗하고 빳빳한 교복이 걸려있었고, 그 옆에는 노트북 하나가 올려진 큰 책상이 있었다. 책상 옆에 있는 책꽃이엔 각종 문제집들이 꽉 차 있는데 문제집을 보니 공부 좀 하는 애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공부 잘하는 척 위장을 하기 위한 것? 뭐가 됐든, 나보단 나을 거라는 건 확신할 수 있었다.



깔끔한 책상을 뒤로하고, 화면은 방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그곳엔 이불이 예쁘게 개어져 있는 하얀 침대가 있었다. 한치의 구겨짐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 이불은 접힌 데도 없이 마치 전시된 침대인 듯 깨끗했다. 침대 맞은편엔 노란 빛을 내뿜는 버섯 모양 램프가 올려져 있는 작은 탁자도 있었다. 곰돌이 푸가 그려져 있는 작은 책과 함께 말이다. 방을 다 둘러보고 나서도, 남자의 방 어느 곳에도 김도준의 흔적은 없었다.





“생각보다, 방이 되게 깨끗하네요? 아까 더럽다고 하셔서 제 방 그 이상을 상상했는데.”





남자가 방을 다 보여주고 나자, 김도준을 납치한 게 아니라는 생각에 든 안도감과 동시에 부끄러움과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그랬잖아요, 난 아니라고.”





빙긋 웃는 남자의 얼굴을 보니 다행히 기분이 나쁜 얼굴은 아니었다. 약간, 오해를 풀어 홀가분하고 자랑스러운 표정이랄까?





“혹시 사과하려는 거면, 안 해도 돼요. 꽤 재미있었는데.”


“아… 진짜요? 그래도 사과는 해야죠. 내가 오해한 건데. 오해해서 죄송했어요.”





내 사과에 남자는 다시 방긋 웃어줬고, 가장 중요한 걸 해결한 난 남자와의 통화를 끊고 제대로 된 김도준의 번호로 다시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웃고 있는 남자에게 작은 목소리로 통화를 끝내자는 뜻의 인사를 건넸다.





“아까는 진짜 죄송했어요. 이번 일로 다음부턴 번호 잘 찍은 다음에 전화해야겠어요. 영상통화여서 더 부담되셨을 텐데, 감사해요.”





내 말에 남자는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다시금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곤 통화를 끝내는 게 조금 아쉽다는 말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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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꼭 번호 잘 보고 전화하세요. 다른 사람한테 납치했냐 물어보면 난리 나요.”





라고 말하며 손을 흔들어줬다.





“아앗, 네! 알겠습니다.”


“어, 맞다-”





남자가 무어라 말하는 걸 끝까지 듣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통화는 종료되었다. 급한 내 뇌가 문제다. 남자가 뭐라 말했는지 궁금했지만, 딱히 다시 물어볼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거다. 이거 하나 다시 물어보겠다고 어떻게 다시 전화를 하겠는가. 별 큰 뜻이 담긴 말이 아닐 거라 믿기로 했다.



통화를 끝내고 마음이 진정되자, 남자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랑 동갑이거나 한 살 쯤 더 많아 보였는데, 솔직히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니 자기 또래 남자애를 납치하는 건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김여주, 이런 생각도 하다니 요즘 좀 똑똑해진 것 같기도.



아무튼 남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할 것 같아서 아까 그 번호로 조심스럽게 문자 메시지를 남겨 두었다. 유치원 때 배웠거든, 내가 잘못한 게 있을 땐 주저하지 말고 사과부터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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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이모지를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 넣기로 했다. 안 넣으니까 100% 내 의지로 사과하려는 건데 누가 시켜서 하다못해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조금 장난스럽게 보이긴 하지만 내 의지는 팍팍 보인다. 게다가, 이게 내 원래 말투인걸.





“아, 맞다. 김도준.”





문자를 보낸 후, 가방 뒷주머니에 넣은 핸드폰을 다시 꺼내 김도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닥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방금 있었던 일을 말해보고 싶어서 말이다.





“일단 가장 먼저, 번호 저장부터 해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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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적인 혼잣말을 하며 김도준 번호를 저장했다.







“오늘 일로 교훈을 얻은 거라고 생각하면 되지. 얼른 집에나 가자!”





나도, 상대방도 정말 당황스러웠던 통화를 무난하게 잘 끝내고 사과도 했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갔다. 아,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려 젤리도 하나 사 갔다. 내일 학교 가는 길에 먹어야지.





“근데, 아까 그 남자. 막 지나가다가 이런 데서 만나면 웃기겠다. 엄청 당황스러운 거 아니야?”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상상에 웃음이 막 나왔다. 세상이 얼마나 넓은데. 내가 상상도 못할 만큼 많은 게 대한민국 인구다. 저 남잘 다시 만날 일은 아마 1%도 안 될 거다. 다시 만나면 뭐, 운명 이런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