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8화. 미묘한 삼각관계

"잠깐만, 수업 일정은 원래 나나 지민 매니저 통해서  

 잡지 않았냐?

 굳이 훈지 네가 직접 챙길 이유가 있어?"



대표의 언성이 조금 높아졌다.



대표는 잠시 그를 가만히 바라봤다.

늘 여유롭던 표정이 아주 잠깐,

미묘하게 굳어진 것 같았다.



"아~그건 제가 수업 자료를 중간에 드릴 때도 있고 

해서요."

"아마 불편하셨던 것 같아요. 

 지난 번에는 자료가 하나 빠지기도 했거든요."




나는 얼른 둘 사이에 끼어 들었다.




"그래요?"



대표는 짧게 되물으며 표정을 풀었다.

대표의 수업 제안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고민하는 동안,

나는 두 사람 사이에서 더욱 곤란해지고,

혼란스러워졌다.





"훈지씨 개인 번호인 만큼 제가 더 조심하겠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대표님."



"그리고, 제안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번역 일을 병행하면서 수업을 하고 있어서

 여기서 수업을 더 맡을 수 있을지는 조금 고민이   

 필요할 것 같아요."





내가 말을 마치자, 훈지의 시선이 내게 머물렀다.

이상하게도, 

방금 전보다 표정이 조금 누그러진 것 같았다. 





"지금 바로 답을 달라는 건 아니에요. 

 대신 빠를수록 좋죠.

 정아씨가 안 되면 저도 다른 선생님을 알아 봐야  

 하니까."




"네..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고민해 보고, 

 되도록이면 빠른 시일 내에 연락드리겠습니다."





대표가 옅게 웃었다.



"긍정적인 대답 기대해도 될까요?"




"대표님, 선생님 곤란하게 하지 마세요."




'수업을 더 할지 말지는 결국 내가 결정할 문제였다.

그런데 저 두 사람...뭐지?'

 



잘 먹은 스시가 목에 걸린 느낌이었다. 





"내가 보기엔 훈지 니가 더 오바인 것 같은데?"



대표가 피식 웃었다.




"우리 소속사 배우들인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





훈지는 시선을 아래로 고정한 채,

말없이 물잔만 만지작거렸다. 

괜히 찔린 사람처럼...





'은근히 공부 욕심이 많은 건가?

하긴 같은 소속사라고 해도 

어쨋든 경쟁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그때, 대표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 죄송해요. 

정아씨, 저 먼저 일어나야 할 것 같네요."



오후 약속이 갑자기 당겨졌다며, 

대표는 식사도 다 마치지 못 한 채 먼저 자리를 

떠났다.




둘만 남은 식탁 위엔 묘한 정적이 흘렀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괜히 물만 들이켰다.



"선생님은...수업 더 맡으실 생각이 있으세요?"




"글쎄요..지금은 시간 여유가 좀 있어서 괜찮지만.."




"다른 수업까지 맡으시면 바쁘실텐데..

 전 저한테 집중해 주실 분이 필요해요.

 만약에 다른 수업까지 맡으신다고 하시면..."



그의 말끝이 묘하게 길어졌다.

왠지 더 듣다간, 

곤란한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 

얼른 말을 이었다.

 

"아직 정확한 일정은 안 잡혔지만,

 곧 소설을 시작하기로 했어요."

"그러면 시간이 빠듯해서 아마도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그쵸?"



그는 어딘가 안도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번역일도 하시는데.. 

 수업까지 너무 많아지면 힘드시잖아요."



그러고는 한껏 기분이 좋아진 채로 말을 이었다.



"대표님은 저게 문제야..

 항상 본인이 우선이시라니까."



그가 작게 웃었다.



'내 수업을 원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네.

 나 아직 녹슬지 않았어.'



'그런데, 본인도 자기만 맡아달라고 한 거잖아.'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애매하고도 긴장된 식사 자리가 끝나고,

나는 그에게서 휴대폰 번호를 받았다.



내가 연예인이랑 사적인 번호로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다니.

몹시 들뜬 날이었다.

분명 연예인과 번호를 주고받게 되어서였을 텐데...


이상하게도 계속 생각난 건 "배우 박훈지'가 아니라,

내게 웃으며 번호를 찍어주던 '훈지씨' 였다



집으로 가는 길,

그의 이름을 어떻게 저장해야 할까 잠깐 고민이 됐다.

나는 보통 성을 떼고 이름만 저장하거나,

가까운 사람은 발음 나는 대로 귀엽게 바꾸고,

빨리 알아볼 수 있게 하트 표시를 붙이곤 한다.



'박훈지' 조금 딱딱한 느낌인데...

훈찌?



그래!!

'훈찌 학생'



그날 밤, 그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조금 섭섭한데요..." <9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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