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105화. 태형의 진심



언니를 가까스로 설득하고

돌아섰다.




사실...

설득이라기 보다는

애원과 협박에 가까웠다.




우선 언니는 검사를 받는 것까지는

부모님께 이야기하지 않고 기다려 주기로 했다.





병원으로 돌아오자 기진맥진했다.

다른 가족들과 검사를 마치고 돌아온

태형 씨는 나를 발견하자 우선 의자에 앉혔다.





"정아야. 너 이러다 쓰러지겠어.

 병원 가까운 호텔에 데려다줄 테니까

 거기서라도 잠깐 눈 좀 붙여.

 너 지금 모습이 말이 아니야..."





"아니야.

 나 지금 언니랑 이야기 끝내고 왔어.

 나도 검사 받아야지."





"검사받을 때 받더라도

 너 좀 쉬었다가 와."





"훈지 씨는 한시가 급한데 무슨 소리야?

 나 검사받고 그리고 집에 가서 쉬고 올게.

 그럼 됐지?"





"네 고집을 누가 꺾니...

 훈지한테만 황소고집이라고 할 게 아니었구나."





나는 중환자실에서 나오는 간호사를 붙잡았다.





"박훈지 환자 간 이식 적합성 검사를

 받으려고 하는데요."





"네. 이쪽으로 오세요."





나는 간호사를 따라 검사실로 들어갔다.




여러 가지 검사를 받고 나서야

다시 중환자실 앞으로 돌아왔다.




그곳에는 훈지 씨의 누님과 형님이 와 계셨다.

누님은 나를 발견하자 내 쪽으로 다가왔다.





"정아 씨. 고마워요.

 그동안 우리에게 섭섭한 게 많았을 텐데..."





"저는... 훈지 씨만 생각했어요.

 다른 건 상관없어요 이제..."





내 말을 듣던 훈지 씨의 형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정아 씨.

 들어가서 좀 쉬는 게 좋겠어요.

 안색이 너무 안 좋아 보여요."




그 때 멀리서 지켜보던 태형 씨가 다가왔다.





"내가 데려다줄게.

 호텔이든 집이든, 가서 좀 쉬었다 와."





나는 별다른 말 없이 태형 씨를 따라나섰다.





"집으로 좀 데려다줘.

 가서 옷도 갈아입을래."





"그래. 알았어."





우리는 더는 아무 말 없이 집으로 향했다.





"태형 씨...."





"어?"





"미안해...

 태형 씨가 왜 검사하지 말라고 하는지...

 왜 태형 씨까지 검사했는지 알아.

 고맙고... 또 미안해...."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

 결국 네 고집대로 다 했잖아.

 훈지도 한 고집하는데

 어떻게 너희는 고집 센 거까지 닮았냐..."





"천생연분이지?"





나는 태형 씨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도 내 농담에 오래간만에 웃어 보였다.





"그래. 천생연분이라 좋겠다."





집으로 가던 중,

나는 문득 돈가스가 먹고 싶어졌다.





"태형 씨. 회사 근처에 있는 그 돈가스 먹고 싶어.

 그리로 가 줄 수 있어?"





"그래? 가면 되지. 뭐가 어려워.

 그래도 먹고 싶은 게 있어서 다행이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집으로 돌아와

함께 커피를 마시고 소파에 앉았다.





"태형 씨도 피곤할텐데...

 게스트룸에 가서 좀 누워."





"나 지금 누우면 못 일어날 거 같애.

 소파에서 그냥 잠깐 눈만 붙일께.

 너야말로 씻고 침대에 가서 좀 누워."





"응. 나는 그래야 할 거 같아.

 하루하루가 너무 길고 힘들다..."




그렇게 잠깐 눈만 붙인다는 게,

눈을 떠보니 어느새 밖은 캄캄해져 있었다.




나는 화들짝 놀라 일어나

소파에서 잠든 태형 씨를 깨웠다.





"태형 씨. 일어나.

 병원 가야돼."





"어? 하...

 정아야... 오늘은 그냥 집에서 편히 좀 자.

 병원에는 훈지 가족들도 있잖아.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도 며칠은 걸릴 텐데...."





"그럼 태형 씨는 집으로 가.

 나는 택시 타고 병원으로 갈께."





"정아야!! 제발... 내 말 좀 들어!!

 너 이러다 쓰러져.

 지금 네 모습이 얼마나 안쓰러운지 몰라서 그래.

 훈지 가족들은 훈지만 보이겠지만

 나는 너만 보여.
 
 네가 제일 안쓰러워."






"내가 왜 안쓰러워?

 아파서 누워있는 사람은 훈지 씨인데...

 나는 괜찮아."





"너 안 괜찮아. 이 바보야...

 제발....

 오늘은 내 말 듣고 집에서 편히 자.

 내가 이렇게 빌게."




나는 태형 씨의 간절한 눈빛을 마주하고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알았어...

 태형 씨 말대로 오늘은 집에서 편히 잘게.

 됐지?"






"그래... 고마워.

 나도 운전해서 갈 힘도 없다.

 게스트룸 좀 쓸게."





그는 말없이 게스트룸을 들어갔다가

이내 다시 나왔다.





"훈지 여기 와서 지냈어?"





"어..."





"... 그랬구나..."





그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내일 오전 중에 데리러 올게.

 편히 쉬어."




그리고 태형 씨는 조용히 현관문을 나섰다.





며칠 후,

훈지 씨의 주치의가 적합 검사 결과를 알려 주었다.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 분에게서 기증 적합성이 확인됐습니다."
 




가족들과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누가 됐든,

훈지 씨를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이것 좀... 전해 줄 수 있어?" <106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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