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63화. 유교보이


오늘 아침,

미겔에게서 전화가 왔다.





한 달 동안 한국에

여행을 온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미겔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들뜨고 신이 났다.





카페에서 바쁜 시간이 끝나고

번역 일을 시작하기 전에

훈지 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훈지 씨. 기쁜 소식이 있어요!!

 미겔이 한국으로 여행을 온대요.]





[와! 진짜요?

오래간만에 얼굴 봐서 반갑겠네요.]





[그럼요!! 나 너무 신나요.

 주중에는 미겔 혼자서 다니고

 주말에는 같이 다니기로 했어요.

 우리 집에 게스트룸에서 지내라고 했거든요.]






마지막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훈지 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왜요? 훈지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정아 씨 집에서 지낸다니?"






"말 그대로죠.

 미겔이 한국에 있는 동안

 우리 집에서 지낸다구요."






"아니, 그러니까...

 둘이 한 집에서 같이 지낸다구요?






"그게 왜요?"





"그게 왜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요?"







"아... 또 흥분한다.

 왜요? 뭐가 문제에요?"






"성인 남녀가 한 집에서 같이

 지내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성인 남녀가 아니라 친구에요."






"성인 남녀 친구잖아요."






"훈지 씨."


나는 한숨을 삼키며 말했다.






"나를 의심하는 거에요?

 미겔을 의심하는 거에요?"






"당연히 미겔이죠!!"






"미겔 어떤 사람인지 훈지 씨도

 봐서 알면서 왜 그래요, 정말?"






"남자를 다 믿어요?"






"미겔은 나한테 친구잖아요."







"미겔은 뭐, 남자 아니에요?"







"훈지 씨."


나는 더 이야기했다가는

또 싸울 것 같아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해요.

 알았죠? 흥분하지 말고요."






"정아 씨는 이게 문제라니까.

 뭐 사람을 다 믿어."







"미겔을 겪어봐서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 믿는 거죠."






"이따 밤에 집으로 갈게요."






"알겠어요.

 촬영 잘 해요."







"절대 안 돼. 알았죠?"







"이따 봐요."



그와 통화를 끝내고 나니

진이 다 빠졌다.






"사장님. 미겔이 누군데

 그렇게 남친이랑 싸우신 거에요?"






"아니...

 스페인에서 알고 지낸 친구인데

 한국으로 놀러 와서

 우리 집에서 지내라고 했어요.

 근데 그거 갖고 난리잖아요."




나는 지성 씨 쪽으로 몸을 돌려

말을 이었다.




"지성 씨 같으면 뭐라고 할 것 같아요?

 만약 여친이 지금 나처럼 한다고 하면?"





"글쎄요... 기분이 나쁠 거 같긴 한데...

 내가 미겔도 알고, 여친도 신뢰한다면

 괜찮다고 할 거 같은데요."






"이거 봐... 훈지 씨는 완전 유교 보이야.

 이따 또 나를 달달 볶을 텐데... 어쩌지..."






그날 밤에 훈지 씨는 역시

흥분한 상태로 집에 왔다.





"안 돼. 절대 안 돼.

 한집에서 지내면 잠옷 입은 모습도 볼 거고."






"미겔 있는 동안에는 내가 잠옷을 안 입을게요.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만 입고 잘게요."



"미겔은 아침에 나가서 종일 돌아다니다가

 와서 잠만 잘 텐데 왜 그래요?"






나는 흥분한 훈지 씨에게

아이스티를 타다 주었다.





"이거 마시고 흥분 좀 가라앉혀요."






"정아 씨는 왜 내가 싫다는 행동을 해요?"






"아니..

 이미 미겔한테 우리 집에 와서

 지내라고 했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안 된다고 해요?"






"미겔한테 얘기하기 전에

 나랑 의논을 했어야죠."





"나는 훈지 씨가 이렇게 난리 칠 줄 몰랐죠."




훈지 씨는 나에게 등을 돌리고 앉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더니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미겔이 여기 와 있는 동안

 나도 짐 싸서 여기 와 있을게요."






"왓?"






"그러면 허락해 줄게요."






"셋이 한 달 동안 한 집에서

 같이 지내자구요?"






"네. 그래야 미겔이 정아 씨

 집에서 지낼 수 있어요."






"훈지 씨.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요?"






"난 그렇게 해야 마음이 편할 거 같아요."






"하... 방이 두 개밖에 없잖아요."






"나는 당연히 정아 씨랑 같이 써야죠."






'이게 지금 미겔을 위한 건가...

 박훈지를 위한 건가.'



나는 순간 헷갈리기 시작했다.






"웰컴 투 코리아!!"   <64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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