你我和他

01




훌쩍.
훌쩍.

이번 주만 다섯 번째다. 하루도 빠짐없이 김운학이 우는 중이라고. 오늘은 또 왜 그래? 실은 관심도 없으면서 예의상 물어본 거다. 답은 별로 안 듣고 싶었는데. …수아 얼굴을 못 쳐다보겠어. 김운학은 또 지나치게 솔직했다. 이럴 땐 얘랑 친구조차 하고 싶지 않아진다. 내가 왜 김운학 눈물 닦아주면서까지 얘를 좋아하고 있어야 하지? 글썽거리는 김운학이랑 시선이 맞닿고.
하…
되레 내가 울고 싶어진다.

“진짜 남자친구 있나…?”

떨리는 김운학 입술 주욱 당겼다. 아! 아! 아프다며 난리치는 김운학 보고 말해주고 싶었다. 나도 아파. 나도 여기 심장이 바스러지는 것 같단 말이야. 울컥해서 당긴 입술 대충 놓곤 시선을 떨궜다. 내가 오늘 문자로 물어볼게. 됐지? 차마 김운학 눈도 못 쳐다보곤 말을 흘렸다.
내 처지가 너무 불쌍해서.

“…알았어.”

김운학 처지 따윈 눈에 거슬리지도 않았다는 거다.

하루도 빠짐 없이 기도한다. 내일은 포기하겠지. 내일은 생각 안 하겠지. 김운학이 현수아를 포기하든지 내가 김운학을 포기하든지. 둘 중 하나만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두 손 꼭 모아 기도했는데.
다음 날 눈을 떴을 땐 매번.
내가 김운학을 포기하는 건 이뤄진 적이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한 번 생각하고. 양치하다가 생각하고는 밥 먹을 때도 떠올린다. 그게 억울해서 아예 자버리면. 그러면 꿈에 김운학이 나와선 손을 흔들었다. 악몽. 진짜 최악이다. 어떻게 이래. 너무하잖아 정말. 어떻게 포기하는 것도 내 맘대로 못하게 해. 매일 마른 세수하며 김운학 안 좋아하길 포기했다. 이건 내 힘으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달아버린 거다. 너무 과하게. 깊게.

“어제 수아랑 연락했어?”

그럴 때마다 김운학은 아무렇잖게 내게 다가와 눈을 맞췄다.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현수아 번호를 왜 저장했는데. 울컥 서러워진다.

“재촉 하지 마.“

그러곤 아차 싶어서. 미안해 오늘 몸이 안 좋아서. 말이 좀 세게 나가네. 시키지도 않은 변명 늘어놓곤 등 뒤로 몰래 손톱을 뜯는다. 틱, 틱, 아랫입술은 잘근. 혹시 화났을까 싶어 고개를 들면.
아파? 어디?
훅 다가온 김운학 손바닥이 이마에 달라붙는다. 단 향이 난다는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열, 열 없어. 괜찮아. 뒷걸음질 쳤다. 가까울수록 숨이 잘 안 쉬어진다. 속이 울렁거린다. 몸이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너무 좋아서.
허공에 버려진 손 거둔 김운학은 민망하게 웃는다. 나는 그런 김운학 얼굴 쳐다보지도 못하고. 오늘 진짜 물어볼게. 이 말을 뒤로 도망치듯 반으로 가버렸다.

달리면서 생각했다. 우리는 만나는 게 아니었어. 너랑은 친구도 하지 말 걸 그랬어. 괜히 이런 애매한 관계 때문에. 나는 네 앞에서 숨도 못 쉬고 있고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 체 나한테 다 털어놓잖아. 이러지 말 걸 그랬어.
한 명만. 나만 죽어나가잖아.

헉… 헉… 헉… 쫓기듯 자리에 앉으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떡해. 갈수록 심각해져. 쟤 얼굴을 못 쳐다보겠어. 눈만 마주치면 울고 싶어져. 창문 열고 소리치고 싶어. 좋아한다고. 아무데나 털어놓고 싶은데. 근데.

“괜찮아? 물 좀 마실래?”

하필 또 이런 순간에 현수아가 말을 건다. 끔찍이 착한 나머지 상대를 파악치도 못하곤 다가온다. 이런 점은 김운학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그러니까, 나랑은 다른 애. 철저히 계산적이고 개인주의인 나랑은 달리 이타적인 애다.
무작정 현수아 손목을 잡았다. 어쩌면 세게, 또 내 딴에선 살살. 그리고 고개 들어 눈을 맞춘다. 진짜 미울 정도로 예쁘단 생각이 마무리되면 입이 벌어진다.

“너 남자친구 있어?”

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뜬금없긴 했지. 이내 쿡쿡 웃더니 없다며 손사레를 쳤다. 차라리 있었으면 했는데. 김운학이 우는 한이 있더라도 네가 임자 있는 사람이면 했는데. 속이 뜨거워졌다. 김운학한테 이 말을 전하면 분명히. 날뛰면서 좋아할 텐데. 이제 또 나한테 달려와 매일 현수아 얘기로 하루를 가득 채울 텐데.

…그건 싫은데.

그래서 난

“…수아 남자친구 있대.”

평생 후회할 선택을 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