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라는 청춘

[프롤로그]



모레예술고등학교 대강당



무대 위 조명 아래로 서늘한 정적이 내려앉아 있었다.

텅 빈 객석 맨 앞줄,
심사위원석에 나란히 앉은 2학년 최수빈과 최연준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개교 이래 가장 화려한 정성기를 누렸던 밴드부 '스푸트니크'

연준과 수빈은 스푸트니크의 마지막 멤버들이었다.




"3학년 선배들이 입시 핑계로 통째로 탈퇴하는게 말이 되냐?"




연준이 지원서 뭉치를 책상 위로 거칠게 내던지며 이마를 빞었다.

며칠 전부터 간신히 받아둔 신입 부원 지원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당장 오늘 오디션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폐부는 물론이고,
소중한 동아리실 마저 요즘 새로 올라오고 있는 보컬부에게 뺏길
처지였다.




"연준아, 그래도 지원서 낸 애들 아직 뒤에 남았잖아.
 너무 그러지마. 실력 있는 애들이 분명.."

"하.. 앞번호 애들 하는 거 봤잖아.
 박자 다 밀리고 코드 절고 난리도 아니더만.
 솔직히 이게 예고 맞냐는 생각까지 들어."




연준이 비소 섞인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오디션 전반전은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예술고등학교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박자를 놓치고
음정이 나가는 아이들의 무대가 이어지자, 
수빈마저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 무거운 정적을 처음으로 깨뜨린 건,
보컬로 지원한 1학년 한영원이었다.


반주가 시작되자마자 대강당 앰프를 타고 흘러나온 목소리는
기적같았다.

밤하늘의 하얀 별가루를 흩뿌리는 듯 귀를 파고드는 천재적인 음색.

지루해하던 연준이 고개를 번쩍 들었고, 수빈의 펜이 멈췄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영원이 내려간 뒤 무대에 오른 지원자들은 다시 평범한 수준으로 
돌아왔다.

연준은 방금 전 무대가 우연히 나타난 로또였나 싶어
다시 소파 깊숙히 몸을 묻었다.



무성의하게 튕겨나가는 기타 줄 소리에 귀가 따가워질 무렵,
다음으로 일렉 기타를 메고 올라온 최범규
앰프의 디스토션을 켰다.

순간 강당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거칠고 날카로우면서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교하게 흘러가는
핑거링.

수빈의 눈이 미치도록 크게 빛났다.
저건 어설픈 고등학생의 테크닉이 아니었다. 

혼자서 넓은 대강당 무대를 꽉 채우는 압도적인 사운드에
연준의 입이 벌어졌다.




'대체 이런 애가 왜 망해가는 동아리에..'




혼란스러움이 가시기도 전,
또다시 몇 명의 서툰 무대들이 스쳐지나갔다.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오디션 템포에
둘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묵직한 발소리와 함께 다음 보컬 지원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강태현이었다.


그가 첫 소절을 뱉은 순간,
연준과 수빈은 소름이 돋아 입술을 가늘게 떨었다.

먼저 왔던 영원의 음색이 부드러운 별빛 같았다면,
태현의 목소리는 단단하고 청량하게 강당 천장까지 뚫고
꽂히는 위성 같았다.


전혀 다른 결로 무대를 장악하는 압도적인 성량이었다.

감탄할 새도 없이 다음 순서인 카이카말휴닝
드럼 스틱을 쥐었다.


그가 페달을 밟고 스틱을 내려친 순간,
웅장한 드럼 비트가 터져나왔다.

찰나의 흔들림도 없는,
자를 대고 자른 듯한 완벽한 메트로놈 그 자체의 연주였다.


_____________

다음날, 밴드부 동아리방

달칵-

동아리실 창문 유리창 사이로,
노란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가방끈을 두 손으로 꼭 쥔 영원이 고개를 수줍게 내밀었다.


[한영원 (17)]

포지션-보컬
특징-유일한 여자 멤버
 

음악실 안에는 이미 어제의 심사위원이었던 2학년
연준과 수빈이 앉아있었다.

합격자 안내를 위해 일찍 나와있던 수빈이 영원을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최수빈 (18)]

포지션-키보드
특징-3학년 선배가 나가서 새로운 리더
         외유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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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최숩. 다른애들은 왜 안오냐?"




연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이 요란스럽게 열리며 기타 케이스를 어깨에 멘 범규가
이온음료 빨대를 입에 문 채 들어왔다.



"선배님들, 안녕하십니까!!!!"


[최범규 (17)]

포지션-기타
특징-밴드부의 분위기 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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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좀 살살 닫아."




범규의 요란한 등장에 뒤이어,
교복을 칼같이 챙겨입은 태현이 문들 열고 들어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선배님들.
 저는 1학년 강태현이라고 합니다."


[강태현 (17)]

포지션-보컬
특징-밴드부가 흔들릴때 마다 멘탈 잡아주는
         사실상 가장 중요한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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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현이 들어오고 조금 뒤,
문틈 사이로 휴닝카이가 품에 드럼 스틱 통을 소중히 안은 채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저.. 안녕하세용. 휴닝카이입니당..! 
편하게 휴닝이라고 불러주세용!"




[카이카말휴닝 (17)]

포지션-드럼
특징-멤버들에게 귀여움받는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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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닝카이까지 여섯이 전부 동아리실에 모이자
연준이 넷을 쭉 훑어보며 말했다.




"너네 실력은 너무 좋던데.
 대체 뭐가 아쉬워서 여기로 온거야?"



[최연준 (18)]

포지션-베이스
특징-겉은 날카롭지만 속은 따뜻한 밴드부 에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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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질문에 동아리실 안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좁은 동아리실의 하나의 꿈을 가지고 모인 여섯.
이들의 청춘은 바로 이곳에서부터 시작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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