永遠在一起
02_僅僅一周


02

여주
“공부는 해 왔냐?”

학생
“네! 저를 뭘로 보고…”

여주
“자, 하나라도 틀리면 바로 전화 버튼 누른다! 책 덮고 바로 시작!”

학생
“네? 하나만 틀려도 바로 전화라고요? 쌤! 그런게 어딨어요!”

여주
“내가 언제 하나쯤은 봐준다는 말이라도 했어? 통과기준은 말해준 적이 없는데? 너도 안 물어봤잖아.”

역시 처음에는 항상 이 수가 완벽하게 먹힌다니까.

가장 큰 단점은일회용이라는 거.

학생
“그래도 다 맞추는 건 무리에요. 사람은 원래 실수라는 걸 하는 존재라고요!”

여주
“그럴줄 알고 모두 객관식으로 준비했지! 체크 똑바로 하고 실수로체크 안 하지 마라! 그랬다간 바로 전화 버ㅌ..”

학생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여주
“내가 그래도 인심 써서 시간은 무제한 해줄게. 천천히 생각해~”

학생
“네..”

_

여주
“자, 매겨볼까?”

학생
“네…”

채점을 하면서 그래도 확실히 부모님 수가 잘 먹혔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수업시간에 그리 자기만 하던 애가 지금까지 매긴 문제를 다 맞히다니.

학생
“제발… 하느님, 부처님, 예수님, 알라님…”

내가 채점을 하는 동안 학생은 온갖 손짓 발짓을 다 해가며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해서 알고 있는 모든 이름들을 다 외치고 있었다.

여주
“23번에 1번, 24번에 4번, 25번에 2번… 어? 너 되게 사람이 달라보인다! 어떻게 이걸 다 맞췄대?”

나도 몰랐다. 되게 열심히 준비해온 것 같던데, 진짜로 다 맞추다니?

학생
“제가… 다 맞췄어요?”

여주
“응응! 나 지금 너무 감격스럽다. 너가 이걸 다 맞히다니… 전화 좀 해야겠다! ”

학생
“ㅈ..전화요?”

여주
“여보세요? 오늘 애가 시험을 쳤는데 글쎄, 다 맞는거 있죠? 평소에는 수업해도 자기만 하더니 오늘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해왔더라고요.…”

학생
“…”

그래도 오늘도 만만치 않았다.

시험은 원래 수업 계획에 있던게 아니라서 시험을 친 시간동안 또 남아서 수업을 해 주어야 했다.

역시나…시험만 효과가 있었을 뿐 또 졸고 있었다.

여주
“넌 지금 다 알아서 이러는 거니, 아님 모르는데도 이러는거니? 고구려 백제 신라 중에서 전성기를 가장 먼저 맞이한 데가 어디라고 했지?”

학생
“고구려? 신라?”

여주
“와… 넌 진짜 시험 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거구나. 어떻게 33%를 못 노리고 항상 답을 제일 늦게 말하는거지?”

학생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여주
“됬고 넌 다음에도 계속 시험쳐야겠다. 넌 그거 말곤 진짜 답이 없어.”

학생
“선생님…제발…전화만은…!”

여주
“너가 다 맞히면 되지. 이번엔 다 맞추면 전화는 안 할게.”

학생
“이거 말고 다른거 하면 안되요?”

여주
“안되. 너한테 수업만 해도 효과가 있다면 수업만 하겠지만 이렇게 자기만 하고 찍기도 못하는데 너가 선생님이면 그렇게 하겠니?”

이렇게 말하고 나서 이번엔 진짜 말 잘 한것 같다 싶었다.

학생
“저라면 그냥 보낼래요. 야근도 안하고 제가 실력이 늘든 안 늘든 돈은 받잖아요?”

여주
“너도 참, 더 크게 생각해야지.”

여주
“ 한번은 받지만 실력이 안 는다면서 끊어버리면 내 월급이 깎이잖아? 거기다가 우리 학원 명성은?”

여주
“ 너희 엄마가 우리 학원은 보내도 실력 안 느니까 보내지 말라고 소문내면 신입생들도 안 들어와.”

학생
“네네. 알겠으니까 시험 준비해올게요”

여주
“그래. 잘 생각했어.”

여주
‘일단 야근은 면했네. 그래,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여주
‘ 시험을 걔 정규수업에 넣기만 하면 되는거였는데!’

퇴근을 하고 집으로 가는길에 문득 생각났다.

여주
‘오늘 집에 가서는 야식으로 뭐 시켜먹지? 족발? 곱창? 아님 그냥 치킨? 피자?’

역시 야식 고르는 게 제일 어렵다.

여주
‘아냐, 오늘은 왠지 닭이 땡겨. 아, 닭발도 맛있는데!’

그때 무언가 내 눈길을 끄는 검은 형상이 보였다.

여주
‘이상하다, 한번도 내 퇴근길에 골목에서 사람을 마주친 적은 없었는데…’

그때 어젯밤에 엄마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ᆞ

ᆞ

ᆞ

엄마
“집에 오다가 이상한 사람이랑 마주쳤었어”

엄마
“그 사람이 너무 차가웠어. 내 쪽을 바라보는 눈빛도 차가웠지만,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을 때 순간 한기가 느껴졌어.”

엄마
“진짜 딱 뱀파이어 였다니깐.”

ᆞ

ᆞ

ᆞ

여주
“아니야, 아닐거야. 오늘 뭐 하고 들어가는 이웃집 분이겠지.”

여주
“ 세상에 뱀파이어가 어딨어.”

그렇게 생각하고 집으로 계속 걸었지만 이상하게 그 생각이 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여주
“어떻게 40년 전 그 사람이 오늘, 그것도 갑자기 오늘 딱 하고 나타났겠어? 당연히 아니지.”

그때 순간 방금 그 사람이 모자를 쓰고 있었던 게 생각났다.

여주
“모자? 아냐아냐, 그냥 모자겠지. 아니면 집에서 할로윈 파티 같은 거라도 했거나.”

모자가 생각나니 그 사람이 더 생각났다.

여주
“아, 야식 정해야 하는데… 그냥 닭발 먹을까?”

여주
“일주일, 그 남자가 일주일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그 시간에 계속 거기 있으면 그땐 말을 걸어봐야지.”

여주
“ 일주일만, 딱 일주일만 기다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