危險調查日記

第38集°家庭縱火殺人事件(9)_

[사건의 전말 _ 전서준 시점]

부모의 사랑, 가족의 따뜻함, 형제간의 우애. 이런 것도 겪어본 애들만 안다는 말을 어렸을 때 얼핏 들은 적이 있다. 어릴 땐 정말 가족의 소중함이 뭔지 너무나도 잘 알았고 느꼈기 때문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 당시 쏟아져나오던 '한 가족의 비극'이라는 제목의 신문 기사를 볼 때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이렇게나 행복한데 그렇지 않은 가족이 존재한다니. 나에게 가족은 언제나 좋은 의미였기에 불행이라는 단어가 붙는다는 게 이상했다.

가족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한다라... 그런 기분이 처음으로 들은 게 언제였냐면 성인이 되고 난 후였다. 당시 난 그닥 좋지 않은 성적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바로 취업 준비에 들어갔었다.

부모님은 내 학벌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는지 나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고졸이 어디서 취업을 하냐, 차라리 재수를 해라, 너 같은 아들 둬서 쪽팔리다 등등. 내 자존감을 깎아먹는 말들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꿋꿋이 취업 준비를 해 입사에 성공했다.

불행도 대물림일까. 이제는 대학에 입학한 시아에게 불똥이 튀었다. 서울에서 나름 간판 있는 대학인데도 부모님 마음에 들지 못했다. 자식들을 까고 싶어서 안달나신 분들처럼 우리가 뭘하든 꼬투리 물고 늘어지셨다.

부모님의 타박에 잘 버티던 시아도 1년 만에 돌연 학교를 자퇴했다. 왜 그랬냐며 따져물었지만 시아는 쓴 웃음을 지으며 취업이 하고 싶어졌다 했다. 무슨 취업이야, 힘들게 들어간 대학인 거 아는데. 하지만 시아의 표정에 더 이상 말을 얹을 수 없었다.

아영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무렵에 엄마가 일을 그만뒀다. 아빠 혼자 돈을 벌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아영이의 학비를 대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나와 시아는 아르바이트를 두세개씩 뛰며 아영이의 학비를 보탰다.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뛰다보니 회사 가서 조는 일도 다분했고 피로 때문에 일상생활이 되지 않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아영이는 우리가 겪었던 불행 대물림의 희생자가 되지 않기를 바랐으니까. 좋은 대학 들어가서, 좋은 것만 보고 살기를 간절히 바랐으니까.

아영이가 1, 2학년일 때까지는 그렇게 잘 버텼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 학비가 두 배로 늘었고 아르바이트비로도 더 이상 메꿔지지가 않아서 결국 한참 전에 일을 그만뒀었던 엄마한테 부탁했다.

전서준 [25]

"엄마, 다시 일할 생각 없어?"

임소정 [52]

"없는데? 왜?"

전서준 [25]

"...아니, 아영이 학비가, 좀 부족하잖아."

전서준 [25]

"우리 월급이랑 알바비로는 커버가... 안돼서."

임소정 [52]

"학비 뭐 얼마나 든다고 그러니?"

임소정 [52]

"너네가 알아서 해결해!"

임소정 [52]

"돈도 없어 죽겠는데 걔 학비 대줄 시간에 생활비에나 좀 보태든가, 정말..."

엄마는 철없고 현실 감각 없는 5살 짜리 애 같았다. 떼만 쓸 줄 알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갖고 싶은 건 다 가져야만 직성이 풀리는 고집불통 아이.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기에는 이른 어린아이가 내 앞에 있는 거 같아 숨이 턱턱 막혔다.

그래도 아영이 대학 입학 전까지는 어떻게든 버텨보자고 시아와 다짐하며 지냈다. 회사 일을 열심히 하며 부장님 눈에 띄어 승진을 했고, 시아는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늘렸다. 벌써 철이 든 아영이는 우리 눈치를 보며 학원을 하나둘 끊기 시작했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며 말렸지만 아영이는 괜찮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게 아영이는 학원의 힘 없이도 공부를 잘해나갔다. 아영이에게 정말 죽도록 미안했고 기특하기도 했다. 아영이를 보며 열심히 살 힘을 얻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터졌다.

전서준 [25]

"...일을 그만 둔다고?"

전규현 [55]

"응. 완전 떼돈 버는 사업을 찾았거든."

전규현 [55]

"그거 성공하면 우리 가족 다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어."

전시아 [22]

"아빠, 실패할지도 모르는 사업을...!"

임소정 [52]

"야! 너넨 어른들 일에 참견마."

임소정 [52]

"역시 우리 여보~ 짱짱!"

임소정 [52]

"그래서, 무슨 사업인데?"

전규현 [55]

"이리 와봐. 이게 말이야..."

진짜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었다. 회사가 부도가 난 것도 아니고 도대체 왜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관두면서까지 리스크가 큰 사업에 뛰어드나 싶어서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영이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대체 나는 왜 이렇게 열심히 산 거지.

전아영 [19]

"...오빠."

전서준 [25]

"어어, 아영이 왔어?"

전서준 [25]

"야자는 잘하고 왔고?"

전아영 [19]

"응. 오빠, 그..."

전서준 [25]

"뭐든지 말해. 왜?"

전아영 [19]

"나... 성적이 좀 떨어져서, 상급반 장학금 지원... 끊겼어."

전아영 [19]

"미안..."

전서준 [25]

"에이... 아니야~ 뭐가 미안해."

전서준 [25]

"돈 때문에 그러는 거면 걱정 안 해도 된다 했잖아."

전서준 [25]

"언니랑 오빠가 학비 다 내줄게."

전서준 [25]

"그리고 성적 좀 떨어질 수도 있는 거지."

전서준 [25]

"오빠는 맨날 뒤에서 1등 했어."

그때 내 방에서 얘기하고 있던 게 문틈으로 소리가 살짝 새어나갔는지 엄마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엄마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아영이를 밀치며 소리쳤다. 가끔씩 아영이에게 성적으로 잔소리 하신 적이 있긴 했지만 이번엔 좀 심했다.

임소정 [52]

"너 지금 정신을 어디다가 두고 다니길래 성적이 떨어져?!"

임소정 [52]

"너 내가 성적 떨어지면 알아서 하랬지!!"

전서준 [25]

"엄마, 왜 그래! 나가."

임소정 [52]

"어머, 얘 좀 봐. 지금 엄마를 힘으로...!"

전서준 [25]

"나가라고, 좀!"

엄마를 겨우 보내고 문을 잠궜다. 문이 부서질 듯이 두드리며 열라고 소리치는 엄마에 귀를 막고 웅크리고 있는 아영이를 안아주는 일밖에 해줄 수 없었다. 모난 부모 밑에서 자라 돈도 없는 집에서 막냇동생에게 줄 수 있는 건 온기밖에 없었다.

그 날, 아영이를 아영이 방에서 재우고 방으로 돌아와서 예준이와 문자를 했다. 오랜 시간 동안 항상 내 편이 되어주던 소중한 친구였다. 내가 투정 부려도 다 받아주던 친구. 가난함이라고는 겪어본 적 없고, 돈 걱정 해본 적 없는 친구.

예준이는 언제나 도와주겠다며 돈을 빌려주려고 했지만 나는 한사코 거절했다. 그러면 아영이 용돈이라도 주겠다며 아영이 연락처 좀 알려달라는 그 앨 보면서 너무 비참해졌다. 친오빠가 용돈 하나 못 줘서 오빠 친구한테 용돈 받는 상황이라니.

그때서야 비로소 이 모든 걸 끝내고 싶어졌다. 악마가 없어져야 끝날 싸움이니 끝내고 싶다면 악마들과 싸워야 했다.

그 후로 시간이 더 지나고 생각했던대로 사업이 잘 안 풀리자 도박에까지 손 대려 하는 아빠를 보고는 폭발해서 그때부터 계획을 하기 시작했다. 마트에 가서 휘발유 한 통을 구매했고 편의점에 가서 라이터 하나를 샀다.

그걸 사는 우리 마음은 당연히 온전치 못했지만 그 누구도 망설이지 않았다. 어차피 우리가 끝내지 않으면 이 지독한 악몽의 굴레는 계속될 것이었다. 우리가 멈춰야 했고, 그럴 의무가 있었다.

며칠 전부터 돈에 더 쪼들리자 생활비를 요구하며 끝없이 협박 문자를 보내는 부모님에 나와 시아의 휴대전화가 불이 나게 울렸지만 그 누구도 확인하지 않았다. 좋은 말 들어있지도 않을 걸 굳이 꺼내서 보고 싶지 않았다.

불을 지르기로 한 날이 다가왔다. 아침에는 일찍 눈이 떠졌다. 그놈의 망할 사업을 하고 있는 아빠, 아침밥은 커녕 청소도 안 하고 누워있는 엄마. 오늘 어떤 일이 벌어질줄은 꿈에도 모르고 평소와 소름 돋게 똑같았다. 여전히 역겹기도 했다.

전규현 [55]

"야, 임마. 너는 아침에 문안 인사도 안 드리냐?"

전서준 [25]

"...안녕히 주무셨어요."

안녕히 주무셨어야만 했다. 그래야 내 손으로 직접 당신들 같이 끔찍한 사람들을 지옥불에 떨어뜨릴 수 있었으니. 신이 오늘만큼은 꼭 내 편을 들어주시길.

저녁밥을 먹고 시아가 부모님 때문에 불면증을 진단 받아 처방 받은 수면제를 작게 빻아서 부모님이 자주 드시는 비타민 음료에 타 부모님에게 가져다 드렸다. 원래 내가 하던 일이라 부모님은 별 말 안 하시고 마셨다.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그 비타민 음료를 마신지 1시간 정도 지나자 부모님은 깊은 잠에 빠지셨다.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말이다. 아영이는 야자중이었으니 나와 시아가 휘발유를 두 통에 나누어서 집안 곳곳에 뿌리기 시작했다.

라이터를 켰지만 떨어뜨리는 걸 망설이자 시아는 말없이 내 어깨를 토닥여줬다. 내가 죽을 수도 있고, 저들이 안 죽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망설여졌다. 내 계획과 다르게 상황이 끝날까봐.

그렇게 망설이다 아영이가 오기 20분 전까지 시간이 흘렀고 이제 집에 오고 있다는 아영이의 문자 메시지도 왔다. 이젠 더 이상 망설일 수 없다. 내가 죽든, 부모님이 죽든, 누군가는 죽어야 끝날 일이었다.

그 와중에 경찰에게 용의자로 몰리기는 싫어서 시아와 집에서 나오지 않기로 한 게 참 웃기기도 했다. 그래도, 이게 오히려 나은 편이었다. 악마들의 지옥을 끝내기 위해 스스로 악마가 되고 지옥에 가길 원하는 내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졌다.

생각을 마치고 라이터를 높이 던졌다. 라이터가 바닥에 떨어지고 온 집안에 불길이 옮겨붙기 시작했다. 시아를 데리고 휘발유를 덜 부은 곳으로 가서 시아를 껴안았다. 부디 신이 있다면, 제 소원을 들어주시기를.

의식이 차려지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들려오는 악마들의 목소리에 죽고 싶어졌다. 차라리 다같이 죽었더라면, 오히려 그게 나았을텐데. 왜 다같이 살아서, 천륜을 거스를 수도 없게, 끝끝내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 건지.

경찰들이 찾아오고 병원 관계자들이 올 때만 우리에게 친절하게 구는 부모님이 역겨웠다. 방화 사건이라는 경찰들의 얘기를 듣고 경찰들이 없을 때 우리가 불을 지른 거 아니냐며 소리치는 부모님에 눈을 질끈 감았다. 괴로웠다. 죽을 거 같았고 죽고 싶었다.

나중에 시간이 조금 흐르고 아영이는 거짓 진술을 하다 결국 발각이 됐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나는 물론 시아도 절망했다. 너만큼은 이 사건에서 제외되길 원했는데, 너도 결국 끔찍한 악행을 마주하게 됐구나. 차라리 너한테 도망치라고 할 걸.

분노는 커졌고 걷잡을 수 없어졌다. 그 분노는 부모님에게로 향했고 또 다시 악마를 죽이기 위해 악마가 되기로 했다. 혹시 몰라 소지품 가방 속에 숨겨온 칼 두 자루. 나와 시아는 부모님이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아침 6시에 일어나 살인을 준비했다.

내 링거를 손으로 잡아빼고 대충 휴지로 눌러 지혈한 뒤 나는 아빠를, 시아는 엄마를 맡아 정확히 경동맥을 칼로 찔렀다. 피가 뿜어져나와 피를 온몸에 뒤집어써도 멈추지 않고 몸 이곳저곳을 찔렀다. 경동맥이 끊겨 이미 숨이 멎은 상태였겠지만 말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몇십 차례 찌르고 난 후에는 칼을 떨어뜨리고 뛰쳐나왔다. 아침이라 사람도 별로 없어서 비상계단으로 가 피로 물들은 병원복을 일상복으로 갈아입고 모자와 마스크로 무장한 뒤 병원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무도 없는 새벽, 그 시원한 공기에 뛰며 숨이 차면서도 해방감이 들었다. 우리는 악마가 됐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순박한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채, 세상에 우리밖에 없는 것처럼 뛰었다.

드디어, 지옥에서 벗어났다. 우리는 악마가 아니다. 악마를 죽이기 위한 선의 악마. 그게 우리였다. 딱히 죄책감이 들진 않는다. 그들은 부모도 아니었고, 인간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존속살해, 우리의 사연을 들으면 당연하다고 생각할 거다.

우리의 행동은 정당했다.

한편 정 경사는 사무실에서 팀원들이 약 2시간 가량을 범인을 잡으려고 뛰어서 탈수 상태로 응급실에 이송돼 호흡기를 끼고 있다는 김 경사의 전화를 받았다. 아직 치안총감과 그런 계약 했다는 말도 못 했는데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정호석 [30] image

정호석 [30]

"...하 순경, 병원 가야돼. 준비해."

하여주 [28]

"네?! 왜요...?"

정호석 [30] image

정호석 [30]

"지금... 범인 잡긴 잡았는데, 너무 많이 뛰어서 탈수 왔대."

정호석 [30] image

정호석 [30]

"지금 병원이래. 가자."

하여주 [28]

"아, 네..."

병원에 도착하고 병실에 가자 무려 다섯 명의 팀원들이 침대에 누워있었다. 비교적 덜 뛴 김 경사만 입원 상태가 아니었고 체력이 좋았던 전 순경은 몸을 일으켜 침대에 앉아있었다. 나머지 팀원들은 지쳐서 잠에 빠져 있었다.

정 경사는 안도감과 미안함에 주저앉아 목 놓아 울기 시작했고 하 순경도 정 경사 옆에 앉아 달래다가 같이 울기 시작했다. 사실 치안총감에게 그렇게 대들었지만 누구보다도 불안에 떨었던 건 그 둘이다.

설령 체포에 실패했을 때 생기는 불이익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었기에 자기들 몸 버리면서까지 체포를 성공해낸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속수무책으로 들며 눈물만이 흘렀다. 팀원 각각에게 어떤 의미로 끝났을지 궁금해지는 사건이 드디어 종결됐다.

[사건번호 2002도259 : 일가족 방화 살인 사건 종결]

[수사일지 공개]

[수사일지 공개]

[수사일지 공개]

수사일지 : 작가가 에피소드로 사건 풀어내기 전 직접 쓴 사건 원고를 비유적으로 일컫음.

이렇게! 길고 길었던 '일가족 방화 살인 사건 🚒'이 종결나게 되었습니다 🥺 길게 썼던 만큼 정이 많이 갔던 사건인데요! 다른 사건들도 그렇지만 유독 수사일지를 고치고, 다시 쓰고를 더 많이 거듭했던 사건이어서 더 마음이 가는 거 같아요 🥹

아직 다음 사건의 수사일지를 완성 못 시켰기 때문에, 초성 힌트도 못 드리고 다음화로 오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아서 어제 올렸지만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호다닥 쓴 글 올리고 갑니다 🥰

이번 사건 같이 달려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다음 사건도 같이 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도 사랑합니다 아디분들 🩵

_ 글자수 : 6304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