愛比痛苦更好

14. 夜幕裂縫,黎明秘密

그날 밤도, 둘은 서로를 천천히 확인하며 진심을 온기로 전했다.

눈빛, 입맞춤, 숨결. 감정은 조용히 포개져 뜨거운 온도로 서로를 감싸 안았다.

***

새벽. 조용한 침실.

명호는 곤히 자고 있었고, 시연은 갑작스러운 통증에 눈을 번쩍 떴다.

강시연

"....!!"

배를 감싸쥐고 이를 악문 채 이불 밖으로 몸을 빼냈다. 몸을 제대로 가누기도 힘들었지만, 필사적으로 조용히 움직였다.

화장실로 겨우 도착한 시연은 그대로 변기에 몸을 기댔다.

강시연

“윽… 윽…!”

밀려오는 메스꺼움에 눈조차 뜨기 힘든 채, 시연은 끝없는 구토를 쏟아냈다.

그러다— 한참이 지나 숨을 가쁘게 쉬며 눈물을 머금고 눈을 떴을 때.

핏물. 붉은 액체가 하얀 변기 안에 퍼지고 있었다.

강시연

“……!”

그녀는 입을 틀어막았다. 비명을 참은 채,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정신이 아득했다. 그럼에도 변기물을 내리고, 주변에 튄 자국까지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손끝이 떨렸다. 무릎에 힘이 풀려 그대로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숨을 가다듬고 입술을 꽉 깨문 채,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강시연

'피할 수 없겠다...'

다음날 아침.

명호보다 먼저 깬 시연은 부드러운 손글씨로 쪽지를 써두고 조용히 문을 나섰다.

[먼저 출근할게요. 오늘 하루도 힘내요 :)]

그리고는 회사에 간단한 용무를 보고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

그로부터 얼마 뒤. 명호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책상 위에 놓인 쪽지를 읽은 그는 미소를 지으며 화장실로 향했다.

씻을 준비를 하던 중— 우연히 바닥을 스쳤던 그의 시선이 문득, 타일 한 귀퉁이에 닿았다.

붉은 자국. 이미 희미해졌지만, 바닥 틈에 스며들 듯 아주 미세히 남은 핏자국.명호의 눈이 서서히 커졌다.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시연씨..?"

여러 생각으로 복잡해지는 그였다.

서울의 한 병원. 하얀 벽, 조용한 복도,

그리고 은은하게 흐르는 안내 방송. 시연은 진료실 앞 대기 의자에 앉아 손을 꼬옥 모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심장은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뛰고 있었다. 몸 어딘가 이상하단 걸 알고 있었다.

새벽의 피, 어지럼증, 반복되는 통증— 모두 무시할 수 없는 증거들이었다.

???

“강시연 씨, 들어오세요.”

간호사의 부름에 시연은 고개를 들고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갔다. 진료실 문이 닫히는 소리, 그리고 마주 앉은 의사의 표정이 이상하리만치 무거워 보였다.

의사

“…검사 결과 나왔습니다.”

시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는 손에 쥔 차트를 한 번 보고, 다시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의사

“위암입니다. 진행 속도가 꽤 빠른 편이고… 이미 간 쪽에도 전이가 확인됐습니다.”

강시연

“……”

순간, 시연의 머릿속에서 ‘삑’ 하는 소리와 함께 모든 소리가 멎었다.

눈앞에 있는 의사의 입은 계속 움직였지만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제야 들려온 마지막 말.

의사

“…현재 상태로는 치료가 쉽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남은 시간은 6개월 정도입니다.”

강시연

“………”

그제야, 정말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손끝이 차가워졌다.

눈은 깜박이지 못한 채, 시연은 의사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의사

“당장 입원을 권해드리지만, 본인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치료는 물론 가능합니다. 하지만… 힘들 거예요.”

시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강시연

“당장은… 입원하지 않겠습니다.”

의사

“…네. 하지만 언제든 몸에 변화가 있다면—”

강시연

“네, 선생님.."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시연. 병원복도는 여전히 조용했고, 그녀는 문을 나서며 작은 숨을 뱉었다.

강시연

‘6개월…’

단 6번의 달.

봄은 지나고, 여름이 오면— 그 뒤는 없을지도 모른다.

시연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눈부시게 맑은 하늘, 그 아래에서 그녀의 눈가는 아주 조금, 젖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