愛比痛苦更好

20. 推擠者,抓取者

이른 아침.

사무실에는 아직 사람이 많지 않았다. 시연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자신의 컴퓨터에 준비해둔 사직서 파일을 열었다.

사직서 - 강시연

문서 속 글자 하나하나가 마치 마침표처럼 무겁게 내려앉았다.

강시연

‘이걸… 며칠 안에 정말 내야 할 것 같아.’

생각보다 몸은 빠르게 망가지고 있었고, 이제는 마음도 따라가고 있었다.

그때 -

띵. 휴대폰에 도착한 문자 한 통.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지하 카페에 있어. 잠깐만 볼 수 있어?]

명호의 문자.

시연은 화면을 바라보다 입술을 꾹 깨물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하 카페. 조용한 공간. 칸막이로 나뉘어진 아늑한 자리.

명호는 먼저 와 있었고,그녀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 밝은 웃음에 시연의 눈이 순간 번졌다.

강시연

‘왜 지금도 이렇게 예뻐요… 왜 이렇게 날 더 사랑하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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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시연아, 여기.”

시연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그 앞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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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너 좋아하는 거, 맞지? 시켜놨어.”

따뜻한 음료가 눈앞에 놓였다. 시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강시연

"고마워요..."

잠시 조용한 시간이 흘렀다. 그 조용함 속에서 명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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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어제 말이야.”

강시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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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시연이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회사로 갔었는데… 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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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안 했더라고. 혹시 무슨 일 있었던 거야…?”

그 말에 시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고개를 천천히 숙였다.

강시연

‘지금이야. 지금 아니면… 난 절대 이 사람을 못 놔…’

머릿속엔 지난 추억이 스쳐갔다.

함께했던 저녁들, 키스, 포옹, 웃음, 그리고 불꽃놀이 아래의 눈물까지.

모두 찰나였지만, 그 안에는 영원을 담고 있었다.시연은 의식적으로 냉정한 표정을 만들어 입을 열었다.

강시연

"아, 죄송해요."

딱 잘린 짧은 답. 명호는 잠시 놀라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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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시연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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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혼자 있고 싶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근데… 너무 걱정돼서 그래. 무슨 일이 있던 건 아닌지—”

그 순간. 시연은 자리를 일어나며 조용히 말했다.

강시연

“…진짜 죄송해요. 혼자 있고 싶었던 거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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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어, 아...그래..그"

강시연

“이만 일어날게요.”

명호는 눈이 커졌다.

그녀가 그렇게 차갑게, 담담하게 돌아서자 그는 순간적으로 손을 뻗어 시연의 손목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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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너, 지금 뭐해?”

낮고 단단한 목소리.

분노도 아니고, 절망도 아닌— 믿기지 않는 충격의 감정. 그 말 한마디가 시연의 심장에 꽂혔다.

그리고 그 순간, 모든 감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명호의 손이 시연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말투는 낮았지만, 그 속엔 놀람과, 분노와, 무너지는 감정이 모두 담겨 있었다.

시연은 숨을 삼켰다. 그 말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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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너 지금 나… 떠나려고 하는 거야?”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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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왜… 왜 이렇게까지 차갑게 말해?”

시연은 대답하지 못했다. 말하면, 울 것 같아서. 모든 게 무너질 것 같아서.

명호는 그녀의 손목을 잡은 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시연은, 계속, 그 손을 뿌리쳐야 했다. 그래야, 그를 지킬 수 있으니까.

강시연

‘미안해요…하지만 지금 놓지 않으면 나는 계속 당신 옆에 남고 싶어질 테니까…’

***

시연은 다시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떨리는 심장을 꾹 누르며, 애써 표정을 가라앉혔다.

명호는 여전히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 그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강시연

‘나는 왜 이렇게 예쁜 사람을, 이토록 아프게 만들까…’

시연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강시연

“…아이돌이잖아요. 부담돼요.”

명호는 눈을 크게 떴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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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뭐? 그거 알고 시작한 거잖아…”

강시연

“괜찮을 줄 알았는데… 매 순간 불안해요.

강시연

혹시 누가 알게 될까,무슨 일 생길까… 그리고 바빠지면…한 달도 못 보고 그러는 거, 저는 못 견디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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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

강시연

“전요…

강시연

그냥, 제 옆에 있어줄 수 있는 사람 좋아해요.”

명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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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내가… 내가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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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어떻게든 시간 맞추고… 어떻게든 가까이 있을게. 같이 있자, 시연아… 제발.”

시연은 입술을 꼭 다물고 울컥하는 숨을 삼켰다. 하지만 눈가는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다.

강시연

"...장난 그만해요 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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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장난…?”

명호는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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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내가 구해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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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그날 너… 내가 은인이라며. 다 갚지도 않아놓고… 지금 어디 가려고 이래…”

그 말과 함께— 명호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또 한 방울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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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넌 이게 지금 장난 같아?"

강시연

"....!"

그 모습에 시연은 이미 갈기갈기 찢긴 마음 위에 또 다른 금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