痴迷的男人

執迷不悟的男人:03

김 여주

"저한테 잘 해주던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저는 그 전남친을 완벽하다고 생각했었고, 저같은 여자랑 사귀어줘서 고마웠었어요."

김 여주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제게 집착을 하더라고요. 처음엔 집에 들어가지 말라고 시작했고, 회사도 가지 말고 자기랑 결혼을 하자더군요."

회사를 이렇게 매번 빠져도 되냐며 날 혼냈었던 박우진씨는, 내 말을 듣고 미안한 건지 바닥만 응시했다.

김 여주

"그러다 어느 날, 제가 회사에 가는게 못마땅하다는 듯이 말을 하다가 결국 보내줬었어요. 그렇게 회사를 갔다 와서 침대에 누웠는데, 옆에 남자친구가 있더라고요."

김 여주

"알려주지도 않은 집 비밀번호를 알아내 들어왔더라고요. 아무리 저를 좋아해도, 그건 집착이다 싶었어요. 그래서 집착을 그만하라고 얘기했더니 제게 수면제를 먹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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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응."

김 여주

"저는 수면제 때문에 잠들었다가 깨어났죠. 깨어났는데, 입에는 청테이프가 붙여져 있었고, 몸은 밧줄로 묶여져 있었.. 흑, 흡."

말을 하다가 터져 버린 눈물. 꽤나 잘 참고 얘기하고 있었는데, 그 때의 두려움과 공포심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탓에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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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그 자식, 당장 찾아내서 네 앞에서 무릎꿇고 빌게 경찰서에서 해결해줄게."

김 여주

"하지마요. 그 사람 얼굴보기도 싫어요. 내가, 너무 무서워서 못 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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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하아,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김 여주

"맞았어요. 뺨만 맞다가, 어느날 제가 심하게 반항했더니 쇠붙이를 가지고 왔어요."

김 여주

"그래서 저는.. 흐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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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그만 얘기해, 당장 그 새끼 찾아서 족쳐버리기 직전이니까."

김 여주

"흐윽.. 너무 무서운데 그 사람 얼굴보기가 너무 무서워서 누구한테건 요청할 수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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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가족한테도 말 안 했어?"

김 여주

"..내가 풀려났던 날, 부모님이 돌아가셨어요. 며칠동안 무소식인 내가 걱정되어 찾아다니다가 교통사고로요. 남은 가족들은 날 학대해서 연락을 끊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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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넌 어떻게.. 지켜줘야겠다는 생각만 드냐."

김 여주

"..나 아직도 사람이 너무 무서워요. 솔직히 우진씨가 나한테 무서운 표정으로 다가오면 무서울 거에요. 그렇지만, 우진씨를 많이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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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나도 너 너무 좋아, 너무 사랑해. 그런데 내가 너한테 상처를 줄까 봐 무서워."

예전 일로 인해 내겐 영원히 남을 상처가 있다. 마음뿐만 아니라 몸에도 말이다. 그런 날 갑작스레 안는 박우진씨 때문에 나도 모르게 아파서 신음이 나왔다.

김 여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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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뭐야, 왜 그래?

김 여주

"아.. 아니에요."

날 의심스레 보더니,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내 긴 팔을 걷었다. 그러자 흉터로 영원히 남을, 쇠붙이로 맞은 상처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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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이게.. 이게 뭐야?!"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많고 짙은 상처 때문인지, 화난 듯한 표정으로 내게 묻는 박우진씨다. 하지만 그조차도 내겐 두려웠다.

김 여주

"미..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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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하아, 네가 뭐가 미안한데?!"

나는 박우진씨의 큰 소리에 움찔했고, 박우진씨는 이제서야 아차싶은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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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아, 미안해. 너무 놀란 나머지.."

김 여주

"이거, 흉터래요."

그 말에 땅을 쳐다 보던 박우진씨가 내 얼굴을 응시했다.

김 여주

"영원히 남을 거래요. 흐윽, 난 대체 무슨 죄로 마음의 상처뿐만 아니라 몸의 상처까지 가지고 가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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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난 너의 그런 상처들을 회복해줄 수 있는 약이 되진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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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하지만 너의 그 상처들을 덜 아프게 해줄 밴드 역할은 해줄 수 있어. 그러니까 나 믿어, 김여주."

사람이라면 너무나 두렵던, 심지어 지금도 완전히 나아지지 못한 나다. 이런 나조차도 안심되게 만드는 박우진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다.

김 여주

"후으, 고마워요. 근데 이제 우울한 얘기는 그만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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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좀 걸을까? 계속 벤치에 앉아있으면 다리저리겠다."

김 여주

"네, 걸어요."

김 여주

"우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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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응?"

김 여주

"우진씨는 내가 왜 좋아요?"

내 질문에 볼이 빨개지는 박우진씨다. 은근 차가운 듯한 모습이 많은데, 이런 모습들이 가끔씩 드러날 때면 너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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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그게 갑자기 왜 궁금한 거래."

혼잣말을 내뱉더니, 이내 내 질문에 답해주는 우진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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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지켜주고 싶어서."

너무 설레는 말이었다. 보통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예뻐서, 착해서, 성실해서란 이유들과는 차원이 다른 말, "지켜주고 싶어서".

김 여주

"무슨.."

내 볼이 빨개지기라도 한 건지, 박우진씨가 내 볼을 쿡- 살짝 찌르며 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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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옷뿐만 아니라 볼까지도 분홍색이 되셨네요~?"

김 여주

"걷.. 걷기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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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후흐, 귀여워."

배가 고프댔더니 레스토랑으로 데려온 우진씨에, 그제서야 새삼스레 또 느꼈다. '회사 사장이라서인지, 많이 부자구나'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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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뭐 먹을래?"

김 여주

"어, 아무거나요.."

우진씨는 음식을 주문했고, 칠 분쯤이 지나자 음식이 나왔다. 2개의 음식 가격은 20만 원, 하나에 10만 원이라니 말도 안 되게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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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음식.. 입에 안 맞아?"

김 여주

"아뇨,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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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근데 왜 이렇게 깨작깨작 드실까?"

김 여주

"..너무 비싸서."

잠시 고민하다 내뱉은 나의 말에 피식 웃더니 말하는 우진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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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돈 생각하지 마. 맛있는 거 먹이고 싶어서 온 건데, 깨작깨작 먹으면 난 뭐가 되겠어요, 아가씨~?"

김 여주

"알.. 알겠어요."

혼자 짝사랑을 한다고 생각하다가 서로 좋아한단 걸 알고 기뻤는데, 이렇게 나에게 너무나 잘 해주니 하늘이 나에게 사과라도 하는 건가 싶다.

김 여주

"우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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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응?"

김 여주

"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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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왜, 어디 아파?"

걱정스러운 눈으로 날 쳐다보는 박우진씨에게 해맑게 대답했다.

김 여주

"나, 박우진씨가 너무 좋아져버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