請對我好一點_
第36集:航廈和出發站



그들은 아무 말 않고, 그저 서로의 품에 기대어 가만히 안겨있었다. 온전히 서로의 숨결에 둘러진 채, 평온하게- 그리고,

더 이상 여주의 곁에서 타인의 체온과 존재가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그 자세 그대로.



"나 예뻐해 주세요_" _36화



요정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며, 딱 두 번만 올 수 있다는 이곳. 요정으로 살아가기 시작할 때와 심판을 받을 때. 태형은 그렇게 오늘, 이곳에서 자신의 세계를 마무리 지으려 한다.


김태형
…….

심판을 받기 전, 주어진 조금의 시간. 천장은 높고, 넓이는 엄청나게 큰 이 공간에서 크게 뚫린 유리창 너머로 이곳의 세상을 가만히 응시 중인 태형.

곧, 그런 태형의 옆으로 소리 나지 않게 걸어오는 이가 있었으니.




김태현
드디어 오늘이네.

태현이었다. 태형의 옆에 선 그는, 어느 날처럼 미소를 보이지도_ 후련한 표정을 짓지도 않았다.

그저 태형의 얼굴 한 번 확인하더니, 제 바지 주머니에 제 손을 찔러 넣을 뿐.


김태형
좋겠네.


김태형
…드디어 지긋지긋했던 나를 보내는 형의 입장에서는.


김태현
그러니까.

분명 좋아해야 하는데, 또 막상 그렇지가 않다? 태형을 향해 고개를 돌린 태현이 픽, 웃자 태형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며 덩달아 웃었다.


미소는 얼마 안 가 식으며 가라 앉은 분위기. 태현이 어렵사리 입을 먼저 열었다.


김태현
……그간 미안했다.


김태형
…….


김태현
아프게 하려는 마음은 없었어.

할 말이 이것밖에 기억이 안 나네. 미안하다는 거. 나만 생각한 것 같아서. 괜히 이 순간이 민망해져서 혀로 입 안을 쓸기만 반복하는 태현이다.


김태현
……내 원망이 널 향한 것 같아서.


김태현
그게 좀 마음에 걸리네.


김태형
…….


태형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태현을 다 이해한다는 듯이. 태현의 마음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김태현
…알다시피 난 너보다 먼저 세상을 겪었잖아.


김태현
그때 당시에는 요정에게 환생을 할 수 있다는, 선택권이 주어졌어.


김태현
나는 당연히, 환생을 선택했고…

전생에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만났어. 그렇게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더라고. 착잡한 표정의 태현이 말하자,

태현의 과거는 처음 듣는다는 듯이 태형은 고개를 떨구고 멍하니- 생각에 빠졌다.


김태현
…정확히 내가 지금 모습 그대로 환생한지 12일 만에,

그 사람은 사고로 세상을 떠났어. 그래서 난 어쩔 수 없이 평생… 요정으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고.

너만큼은 그러지 않길 바랬어. 그래서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사람을 사랑하려는 널 막으려 한 거야. 너무 늦었지만 미안하다. 재차 사과를 건네는 태현이에, 태형은 애꿎은 아랫입술만 깨물었다.

마치 울지 않으려 애쓰는 것처럼.


김태형
…….

대답은 하지 않은 태형이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더니 이내 고개를 들었다.


김태형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그래. 뭐든. 태형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태형에게 용서를 빌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여겼던 태현은 흔쾌히 수락했다.


김태형
내가 정말 없어지고 나면_ 그러니까, 사라지고 나면





김태형
…형이라도 여주 곁에 있어줘.


내 마지막 부탁이야. 여주만큼은 안 다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





전정국
…….

아무 말 없이 이곳으로 발을 들이는 태형을 가만 보던 정국. 둘밖에 없는 휑한 공간 속에서 먼저 말을 꺼냈다.


전정국
기분이 어때요?


김태형
……글쎄요.



전정국
실감이 나요?


김태형
……딱히.



전정국
하고 싶은 말은, 있고요?


김태형
……별로.

더 이상의 대화를 이어나가는 건 무리가 있겠다 싶었던 정국은, 대화를 마무리 짓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제 앞에 놓인 종이 서류 속의 태형의 사진, 그리고 제 앞에 앉아있는 태형의 얼굴을 한 번씩 확인하고선 다시 입을 열었지.



전정국
시작하겠습니다, 심판.



전정국
귀하 김태형은,


전정국
요정과 인간의 삶을 통틀어 살아온 햇수가 620년. 한국 나이로 621세.


전정국
그중, 요정으로 벌을 받는 기한_ 즉, 600년을 채웠기에 오늘부로 그대를




전정국
공식으로 요정부에서 제명하려 합니다.

피식, 공허함이 가득 묻은 미소를 지은 태형은 고개를 떨궜다. 그런 그의 눈빛에는 어떠한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긴 세월 끝에 종착역에 도달했다는 해방감? 그것도 아니면, 그간 정이 들어버린 이 세계에 대한 미련?...

……모두 다 아니다. 생기 하나 없이, 왜인지 모를 공허함과 허무함이 가득 자리 잡은 그의 두 눈이었다.



전정국
그런 그대에게 선택권을 드리고자 합니다.


전정국
…이대로 편히 눈을 감으시겠습니까, 아니면



전정국
이 모습 그대로, 인간이 되시겠습니까.


정국의 물음에 의아한 표정을 지은 태형은 고개를 들었다. 환생도 가능한가 봅니다.


전정국
……원하신다면야.


김태형
…혹하는 제안이네요.



전정국
아무래도… 그러시겠죠.



머뭇거리는 태형을 보며, 그의 대답을 가만히 기다려주는 정국이었다.


···


눈을 뜨기 싫은 아침이었다.

그가 있을 때만 해도, 매일매일이 일찍 눈을 뜸의 연속이었는데… 이제 일어나자마자 나를 다정하게 안아줄 그가 없다고 생각하니 도무지 그러고 싶지가 않다.


백여주
…….

배에 있던 이불을 어깨까지 끌어올려 덮었다. 몸살이라도 난 모양인지, 몸이 조금 떨려오더라.

우선 그건 둘째 치고… 이 방이 낯설었다. 분명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내 방이었는데, 그랬었는데.

……이렇게까지 외로울 일인가 싶어서.


혼자가 낯설어서 두려운 마음에 계속해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더니, 이불 시트에 진하게도 배여있는 그의 체향이 코 끝을 간질였다.

끝까지 이렇게 흔적을 남기고 떠나네. 더 서럽게.


백여주
…….

그렇게 눈을 뜬지 10분 가까이 지나갈 때 즈음, 나는 몸을 일으켰다. 비어있는 방 안을 멍하니_ 바라보다 겨우 일어서려는데,


백여주
……어,

어딘가 휑한 느낌에 목을 만졌더니,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차고 있었던_ 그가 선물해 준 목걸이가 사라져 있었다.

아무리 목을 매만져 봐도, 침대를 비롯한 화장대, 바닥을 모조리 다 확인해봐도 목걸이의 흔적은 없었고...


이제 정말 끝이 났구나-. 정말 끝이구나. 홀로 계속해서 중얼 거린 여주는 침대에 다시 앉았다. 그리곤 창밖으로 자세를 돌렸지.


백여주
……꿈인가.


꿈같은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그와 함께하는 매순간이 행복했고, 찬란하고, 소중했다.

정말 꿈이었더라면, 깨고 싶지 않았을 꿈. 차라리 꿈이었더라면, 행복한 결말이지 않았을까 싶은 꿈.

나의 삶에, 갑작스레 들어와 행복을 안겨준 존재. 그리고, 갑작스레 나에게서 사라진 존재.



백여주
……보고 싶다.

진하디 진한 여운을 남기고 간 존재, 나의 마지막 사랑이 되어준 존재인 그 남자.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많이 보고 싶을 거야.


여주의 입가에는 서글서글한 미소가 자리 잡았다. 마침 창 너머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그녀를 비추었고,

전에는 태형이 방의 온기를 채워주었더라면, 어느덧_ 지금부터는 여주의 새로운 행복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따스한 햇빛의 온기가 여주의 방을 채워주고 있었다.




Q. 망개망개씌님. 혹시 우세요?

A. 네? 아니요? 절대로 안 울죠. 전 슬프지 않아요. ((코 훌쩍


어제 오늘- 베스트 2,3위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