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個令人作嘔的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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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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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321번.

윤정한(14)

…네.

주변은 온통 흰색으로만 가득하다.

그 어떤 먼지도 묻지 않은 흰색의 벽지.

매일 보니 정신병에 걸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숨막히듯 공허한 흰색 벽지보다 더 괴로웠던 것은 대체 무슨 약물인지도 모르는 것을 몸에 주입할 때였다.

정한은 자신의 몸에 무엇이 들어오는지 모르는 것도 무서웠지만 날카로운 주삿바늘이 살을 뚫고 들어오는 느낌도 무섭고 싫었다.

그야 정한은 겨우 열네살밖에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어른도 무서워하는 주삿바늘인데.

윤정한(14)

윽…

주삿바늘이 살을 뚫을 때마다 정한은 고개를 휙 돌리며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누가 봐도 괴로워하는 어린아이의 얼굴이다.

그럼에도 연구원은 그 어떠한 동정도 하지 않은 채 연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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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정한은 주삿바늘에 꽂혔던 부위를 부여잡은 뒤 다른 곳으로 향한다.

이번에도 역시나 괴롭고 싫은 실험이다.

아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더욱 고통스럽다는 것.

정한의 차례의 앞이었던 아이의 번호는 이제 더 이상 불려지지 않는다.

320번.

그 아이는 어젯밤 이 실험을 견디지 못 하고 제 방에서 혀를 깨물고 죽었다.

그렇게 319번 후 불려진 321번 윤정한.

윤정한(14)

이것도… 해야 해요…?

정한의 물음에 연구원은 아무런 대답도 해 주지 않으며 그저 차가운 얼굴로 쳐다본다.

감정이라곤 없어 보인다.

차라리 뱀파이어인 윤정한이 더 인간같다.

김민규(12)

내가 이딴 걸 왜 해야 해?!!

김민규(12)

안 해!!! 안 할 거라고!!!!

또 다른 실험을 받던 김민규는 고통스러움에 몸부림을 친다.

하기 싫다고 징징대며 눈물을 보여도 연구원들은 눈 하나 깜빡 안 한다.

그저 날뛰는 김민규를 연구원 여럿이서 속박하며 실험을 진행할 뿐.

그럼에도 계속 날뛰자 연구원들은 그에게 마취제를 주입한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추욱 늘어지는 듯한 느낌이 아주 불쾌하다.

어떻게 해서든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김민규는 애쓰지만 뱀파이어에게도 듣는 아주 독한 약이라 그대로 잠에 들고 만다.

그렇게 무방비한 상태로 여러가지 약들이 투입되는 괴기한 모습에 원우는 혀를 찬다.

전원우(13)

…그러게, 가만히 있으라니까.

원우는 제 나이대 답지 않게 침착하다.

더 이상 발버둥을 쳐 봤자 의미가 없다는 걸 벌써부터 안 것이다.

그에겐 일말의 희망조차 남아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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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32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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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뭐 해. 빨리 와.

옆에서 날뛰던 민규에 시선이 집중됐던 덕분에 정한이 다음 실험을 늦출 수 있었으나 더 이상은 늦출 수 없는 듯하다.

연구원의 재촉에 정한은 한숨을 푹 내쉬며 다음 실험으로 향한다.

가장 고통스러운 실험으로.

***

모든 실험이 끝나고 아주 잠시 주어지는 쉬는시간이 찾아왔다.

윤정한(14)

하…

정한의 상태는 말이 아니다.

실험으로 인해 몸 곳곳에 상처가 나 있고 너덜너덜하지만 뱀파이어라 금방 치유되고 만다.

그러나 치유 능력은 마음을 치유해 줄 순 없나 보다.

말끔해지는 몸과 달리 그들의 마음은 여전히 너덜너덜한 것을 보면 말이다.

김민규(12)

계속 이대로 살 거야?

김민규(12)

정한 형, 원우 형.

김민규(12)

나는 이대로 살기 싫어.

김민규(12)

왜 인간들의 실험체가 되어야 하는 거야?

김민규(12)

심지어 여기에는 뱀파이어 말고 인간인 실험체도 있잖아.

김민규(12)

이게 무슨 기괴한 상황이냐구.

전원우(13)

나도 당연히 이대로 살기 싫지.

전원우(13)

근데 뭐 어떡해.

원우는 인간이라 실험으로 인해 입은 상처가 낫지 않아 입술이 터진 채로 말한다.

아무래도 입술이 따끔거리는지 미간을 찌푸린다.

전원우(13)

괜히 발버둥쳐 봤자 손해는 우리만 보는데.

윤정한(14)

정한은 무언가 곰곰히 생각한다.

김민규(12)

정한 형. 뭐라고 말 좀 해 봐.

김민규(12)

형도 이대로 그냥 살 거야?

윤정한(14)

…우리 도망칠까.

윤정한(14)

여기에 불내고.

정한의 발언에 원우의 눈동자가 커진다.

전원우(13)

형 미쳤어?

전원우(13)

그러다 실패하면 어쩌려고?

윤정한(14)

그렇다고 이대로 살고 싶진 않아.

윤정한(14)

너도 그렇잖아.

원우의 동공이 요동친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만약 실패할 경우에 닥쳐올 미래가 두려운 것 같았다.

윤정한(14)

우리 셋이 함께라면 할 수 있어.

윤정한(14)

다른 애들도 데리고 도망치자.

김민규(12)

좋아.

김민규(12)

여기서 나가자.

정한과 민규가 손을 맞잡고서 원우의 대답을 기다린다.

원우는 마지못해 한숨을 내쉬며 그들과 함께하기로 다짐한다.

***

***

정한의 계획대로 불을 내는 것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 했던 일이 일어나고 만다.

다른 애들은 이곳에서 굳이 탈출할 마음이 없는 듯 보였다.

셋도 마찬가지지만 다들 돌아갈 곳이 없었으니까.

다들 부모에게 버림받아 보호소에서 지내던 애들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바깥세상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렇게 정한은 아이들을 설득시켜 내보내다가 기다리던 민규와 원우와 늦게 탈출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결국 연구원에게 따라잡히게 된다.

윤정한(14)

하… 씨…

셋이 금방 잡힐 무렵 어느 소녀가 나타나 그들 앞을 가로막는다.

그러자 연구원은 멈칫하며 소녀의 손끝 하나 건들지 못 한다.

도대체 그 소녀가 누구이길래 저들이 이렇게나 안절부절 못 하는 것일까.

중요한 실험체라도 되는 건가.

???

이틈에 어서 도망쳐!!!

소녀의 외침에 셋은 망설이다가 소녀의 손을 붙잡고 같이 도망친다.

그러나 소녀는 그들의 손을 뿌리치고 달려오는 연구원을 막는다.

???

저들은 나를 함부로 다루지 못 할 거야.

???

그러니 너희 먼저 도망가.

이름 모를 소녀는 왜인지 모를 호의를 보여주며 그들을 돕는다.

윤정한(14)

왜… 왜… 도와주는 거야?

???

아까 다른 애들 도망치게 도와주는 걸 봤거든.

???

이번에는 내가 너희를 도와줄게.

쿵!!

순간 그들 사이에 불타고 있던 큼지막한 기둥이 쓰러진다.

불에 휩싸인 기둥 탓에 이젠 소녀를 도와줄 수도 없는 노릇.

셋은 그대로 도망치지만 또 다른 연구원에게 민규와 원우가 붙잡히고 만다.

김민규(12)

정한이 형…!! 도와줘…!!!!

김민규(12)

제발… 우리 버리, 고 가지 마…!!!!

전원우(13)

으아아…!!!!!

정한은 둘의 고통스러운 비명을 등진 채 앞만 보고 달린다.

너무나도 두려워서.

조금이라도 남아있던 여유조차 사라졌기 때문에.

정한의 등 뒤로는 둘의 절규와 뜨거운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다.

마치 지옥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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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하필이면 그때 꿈을…

악몽에서 깬 정한의 몸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정한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땀에 절여진 앞머리를 쓸어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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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그보다… 그때 그 애는 누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