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飢餓遊戲》

5. 開幕式

부드드득!

옥색 머리에 눈썹 위에 금색 문신을 한 베니아라는 여자가 내 다리에 붙었던 천을 뜯어내며 제모를 한다.

난 아파서 이를 부드득 간다.

베니아

"미안! 네가 털이 너무 많아서!"

베니아는 내 마음을 다 안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베니아

"그래도 좋은 소식이 있어. 이번이 마지막이야. 준비됐니?"

난 침대 가장자리를 단단히 잡고서 고개를 끄덕인다.

개조 센터에 들어온 지 3시간이 넘었는데 아직 스타일리스트를 만나보지도 못했다.

베니아를 비롯한 준비 팀 멤버들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결점들을 손보기 전에는 나를 볼 생각조차 없는 모양이다.

이제까지 이들은 내몸에 까끌까끌한 크림을 발라 때를 벗겨내고

손톱 발톱을 모두 똑같은 모양으로 다듬고

내 몸의 털을 제거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베니아

"너 아주 잘하고 있어. 우리는 징징거리는 애들은 정말 못참아 주거든. 얘 기름 좀 발라줘!"

옥타비아와 플라비우스가 로션을 발라준다.

첫 느낌은 좀 따갑지만 조금 지나니 속살을 진정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로션을 바른 후 두 사람은 내가 계속 입었다 벗었다 했던 얇은 가운을 벗긴다.

세 사람은 알몸으로 서 있는 내 주위를 뱅뱅 돌며 남아 있는 털이란 털은 모조리 족집게로 뽑는다.

베니아

"훌륭해! 이제 거의 사람 같은걸!"

베니아의 말에 모두들 웃는다.

난 감사를 표하기 위해 억지로 미소를 짓고 다정한 말투로 말한다.

이여주

"고마워요. 12번 구역에서는 외모에 신경 쓸 일이 많지 않거든요."

이 한 마디에 그들은 감격한 것 같다.

"당연히 그럴 일이 없겠지. 이 불쌍한 것 같으니!"

"하지만 걱정마. 시나가 스타일링을 마치고 나면 넌 엄청나게 예뻐질거야."

"약속할게! 있잖아. 털이랑 때를 다 없애고 나니까 너 전혀 보기 싫지 않아!"

그들이 날 격려하고나서 곧이어 말한다.

"시나를 부르자!"

그들은 쪼르르 방 밖으로 달려나간다.

준비 팀 사람들을 싫어하기란 쉽지 않다.

그냥 백치 같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좀 이상한 방식이긴 하지만, 그들이 진심으로 날 도와 주려 노력하고 있다는걸 나도 안다.

차가운 흰 벽과 바닥을 바라보며 가운을 다시 입고 싶은 충동을 억누른다.

내 몸에서 유일하게 준비 팀이 손 대지 말라고 지시받았던 부분을 만져본다.

엄마가 공들여 땋아 주셨던 매끈한 머리를 난 손가락으로 쓰다듬는다.

엄마의 파란 드레스와 구두를 챙기지 않았다.

이제야 엄마 옷을 가져올걸 하는 생각이 든다.

문이 열리더니 젊은 남자가 들어온다.

분명 시나겠지.

시나

"안녕. 난 네 스타일리스트 시나라고 해."

이여주

"안녕하세요."

시나

"잠깐만 시간을 내 줘, 괜찮겠지?"

이렇게 묻고 시나는 알몸으로 서 있는 내 주위를 돌기 시작한다.

몸에 손을 대지는 않지만 눈으로 내몸을 샅샅히 훑는다.

팔로 가리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는다.

시나

"머리는 누가 한 거니?"

이여주

"엄마요"

시나

"가히 고전적이라 할 만큼 아름다운 머리야. 네 옆얼굴과 거의 완벽하게 어울리고. 어머니 손끝이 아주 섬세하시구나."

난 아주 화려한 사람, 젊어 보이려고 처절하게 노력하는 나이 든 사람, 접시에 올린 고기를 보는 듯한 눈으로 날 바라보는 사람이 올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나는 내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이여주

"새로 오신 분 맞으시죠? 전에 텔레비전에서 본 기억이 없어요."

매년 조공인이 바뀌어도 스타일리스트들은 거의 언제나 같은 사람들이다.

시나

"응, 올해가 내가 헝거게임에 참여하는 첫해야."

이여주

"그래서 12번 구역을 맡으셨군요."

신참들은 보통 제일 인기가 없는 우리 구역을 맡는다.

시나

"내가 자원한 거야"

시나

"가운부터 걸치고, 우리 얘기좀 나눠볼까"

가운을 입으며 그를 따라 별실로 들어간다.

시나

"네 눈에 우리가 얼마나 잔악해 보일까."

시나

"어쨌든, 자아 여주야! 개회식 의상에 대한 얘긴데 내 파트너 포샤가 너랑 같이 온 아이 지민이의 담당 스타일리스트야"

시나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은 너희 둘에게 서로 어울리는 옷을 입히면 어떨까 하는거야. 너도 알다시피, 출신 구역의 특색을 살리는게 개회식의 전통이지"

개회식에는 출신 구역의 주력 산업을 반영한 옷을 입게 되어 있다.

12번 구역은 탄광에 들어가 탄을 캔다.

즉, 12번 구역에서 온 박지민과 나는 광부의 작업복 비슷한 것을 입어야 한다는 뜻이다.

어떤 해에는 알몸에다, 석탄 가루를 의미하는 검은 가루만 바르고 나온 적도 있다.

이여주

"그러면, 광부 옷을 입는건가요?"

시나

"그건 아니야. 그러니까, 나와 포샤는 광부 옷을 우려먹을 만큼 우려먹었다고 생각하거든."

시나

"우리 둘은 12번 구역 조공인을 잊을 수 없는 참가자로 만들어 줄거야."

'발가벗게 될게 확실하군'

시나

"그래서 탄광업 자체에 집중하기보단 석탄에 초점을 맞춰볼까 해"

'발가벗고 검댕이를 칠하겠군'

시나

"석탄을 가지고 하는 일이 뭐지? 불타게 하는 거잖아"

그렇게 말하고 내 표정을 본 시나는 씩 웃더니 나에게 묻는다.

시나

"불을 무서워하지는 않겠지?"

몇시간 뒤,

난 개회식에서 역사상 가장 센세이셔널한 의상이 될지,

가장 위험한 의상이 될지 알 수 없는 옷을 입고 있었다.

옷 자체는 발목부터 목까지 오는, 상하의가 하나로 된 검은색 레오타드와 무릎까지 올라오는 반짝이는 끈 달린 가죽 부치지만

이 옷의 핵심은 망토와 머리 장식이다

시나는 우리가 탄 마차가 거리로 나서기 직전에 오렌지색, 노란색, 붉은 색으로 된 펄럭이는 망토와 그에 맞춘 머리 장식에다 불을 붙일 계획이다.

시나

"물론 진짜 불은 아니야. 내가 포샤와 같이 만들어 낸 모조 불꽃이지. 완벽하게 안전할거야"

시나의 말은 그렇지만, 시내에 도착할 때쯤에 완벽한 바비큐가 돼있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영 들지 않는다.

박지민의 스타일리스트인 포샤와 그녀의 준비 팀이 박지민을 데려왔다.

나와 똑같은 옷을 입고 나타난 그의 모습을 보자 마음이 조금 안정된다.

빵집 아들이고 하니까, 불에 대해 잘 알것이다.

모두들 우리가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둘지 흥분해서 한껏 들떠 있다.

사람들은 우리를 개조센터 1층으로 데려간다.

이여주

"어떻게 생각해? 불 붙인다는 거."

박지민 image

박지민

"네가 내 망토를 뜯어내 주면, 나도 네 망토를 뜯어줄게"

박지민은 이를 갈며 대답했다

이여주

"좋아"

어쩌면. 재빨리 벗어 던지면 최악의 화상만은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박지민 image

박지민

"헤이미치가 스타일리스트 말에 무조건 따르라고 하긴 했지만 헤이미치가 이런 경우까지 예상하고 한 말은 아닐거야"

박지민 image

박지민

"그러고 보니 헤이미치는 어딨지? 이런 상황에 우릴 보호해 줘야 되는거 아냐?"

이여주

"몸 속에 알코올이 그렇게 많이 들었으니 불 가까이는 못오게 하는게 좋을거 같은데"

우리 둘은 갑자기 웃음을 터트린다.

개회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캐피톨 전체에 꽝꽝 울려 퍼지고 있어 아주 잘들린다.

거대한 문이 미끄러지며 열리자 양쪽에 관중이 가득한 거리가 나타난다.

1, 2번 구역이 밖으로 나가고,

이윽고 11번 구역 조공인들이 문을 나서자마자 시나가 횃불을 들고 다가온다.

시나

"이제 우리 차례군"

시나의 말에 우리가 반응을 보일 새도 없이 그는 우리 망토에 불을 붙인다.

열기가 끼쳐올 거라 예상한 난 숨이 턱 막혔지만

살짝 간질간질한 느낌이 날 뿐 뜨겁지는 않다.

그는 안심했다는 듯 한숨을 내쉰다.

시나

"성공이군"

그가 내 턱 밑으로 부드럽게 손을 밀어 넣는다.

시나

"기억해. 고개를 높이 들 것, 미소를 지을 것, 저 사람들은 너희에세 푹 빠질거야!"

마차에서 뛰어 내린 시나는 마지막으로 아이디어가 뭔가 또 떠올랐는지 우리에게 뭐라 외치지만 음악 소리에 묻혀 안들린다

다시 소리를 친 다음 손짓으로 신호를 보낸다.

이여주

"뭐라는 거지?"

박지민을 바라보자, 가짜 불꽃어 휩싸여 타오르는 그의 모습이 눈부시게 화려하다는 것이 처음으로 느껴졌다.

나도 그렇겠지.

박지민 image

박지민

"손 잡으라는 것 같은데"

박지민이 그렇게 말하며 왼손으로 내 오른손을 잡는다.

맞나 확인하기 위해 시나를 바라보자

시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를 세워 보인다

우리의 모습을 보고 처음에 깜짝 놀라던 관중들의 반응은 곧 환호와 "12번 구역!"하는 외침으로 바뀐다.

우리보다 앞서 가는 마차들은 우리에게 모두 시선이 빼앗기고 만다.

대형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보자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는 사실에 곧 넋을 잃었다.

턱을 조금 더 들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매력적인 미소를 띤채 왼손을 흔든다.

박지민을 잡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젠 다행스럽다

박지민은 안정적으로 바위처럼 굳세게 서 있다.

자신감을 얻기 시작힌며 관중들에게 키스를 몇번 날려본다.

캐피톨 사람들은 열광하며 우리에게 꽃을 비오듯 던지고 이름을 연호한다

광장에 들어가고 나서야 나 때문의 박지민의 손에 피가 전혀 통하지 않고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난 박지민의 손을 그만큼 꽉 쥐고 있었다.

손을 풀면서 깍지 낀 우리 둘의 손가락을 내려다 본다.

하지만 박지민은 내 손을 다시 꼭 쥔다.

박지민 image

박지민

"아니, 놓지마. 잡고있어줘. 나, 마차 밖으로 떨어질것 같거든"

박지민의 눈, 참 고혹적이다.

이여주

"알았어"

그래서 계속 손을 잡고 있긴 하지만, 시나가 이런 식으로 우리를 엮어 놓는 것이 이사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우릴 한 팀으로 소개하고 경기장에 가둬 서로 죽이게 한다니,

도저히 이치에 맞는다곤 할 수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