作者正在觀察
真噁心



이여주
…태형아?

내가 차마 우리 기숙사에는 무슨 볼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이여주가 성난 목소리로 따지고 든다.


이여주
네가 왜 쟤랑 같이 있어? 오늘 나랑 데이트하기로 했잖아.


한예화
아니 뭐야?

어이가 없네. 그래, 뭐 남주와 여주 사이에 데이트가 자연스럽긴 하고 나도 그 일에 대해선 별 생각 없다만.

지금 남의 기숙사 문을 열어제끼고 - 정확히는 김태형이 열었지만 - 들어와서 하는 말이 저거라니 이해도 안 되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님. 강다다랑 노세요. 일차원적으로 바로 데이트라고 말해버리다니 수준 떨어져서 증말.

머릿속으론 이여주를 열다섯 번도 넘게 깔아뭉개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야, 여태까지 내가 시비 걸어서 얻은 결과가 마냥 좋지는 않았으니까.

이여주는 슬슬 전설의 인소 흡흑끅 스킬을 쓰려고 울먹거리는 눈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어? 그런데 오늘따라 얼굴이 좀 달라진 거 같은데….


박지민
나가, 이여주.


이여주
흐윽, 흡, 지미, 나… 괜찮아…? 다쳤었잖, 아.

다행히 갑자기 박지민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여주와 실랑이를 하러 나갔다.

이여주가 흐느끼는 소리가 간간이 들리고, 조곤조곤 싸우는 박지민의 목소리가 귀에 박혔다. 이 때 경고해줘야겠다.


한예화
야. 여주 눈 똑바로 쳐다보면 안 돼. 알겠지.



김태형
왜 안 돼?

아니 여주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말라니까 왜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냐.

내가 당황스러움에 눈을 껌벅거리니 김태형이 유리 막대로 항아리를 휘젓는다. 서서히 무색투명해져 가는 물약이 수돗물 같다.

이런 분위기에서 물약을 제조한다니 저것도 재능이네. 역시 얼굴에 철판을 깐 남자 김태형.


한예화
조금만 기다려.

…박지민이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네. 에라 모르겠다, 나도 용병으로 나서 줘야겠다.

아련한 박지민의 뒷통수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나 역시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뛰어나가 박지민의 옆에 섰다.

지민이의 눈빛이 의외라는 듯이 반짝거렸다. 무슨 눈 인식기 같은 발언이지만, 꼭 장화 신은 고양이 같이.


이여주
그냥 나와. 박지민 너는 나한테 안 중요해.


박지민
아까부터 자꾸 똑같은 소리만 지껄이고 있는데, 너도 나한테 안 중요해.


이여주
아. 한예화… 왔네. 그럴 거 같았지.

이여주가 해맑고 예쁘게 웃는다. 누가 보면 꽃 같이 웃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웃어재끼니 정상이 아닌 듯이 보인다.

안 좋은 예감은 늘 맞는댔나, 그 속담을 만든 사람은 필시 세계 최고의 예언자가 분명하다.



이여주
우리 성녀님.


한예화
…뭐?


이여주
친절한, 아무것도 신경 안 쓰는, 인기가 많고 예쁘고 똑똑한. 완벽한 한예화.


이여주
일 학기 때 경고한 걸로 때려치려는 줄 알았는데, 더럽게 독해져서 다시 왔구나.

달콤한 웃음을 한가득 머금고 이여주는 나를 곧게 바라보았다. 무서워져서 뒷걸음이라도 치려고 하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뿔싸, 얘가 벌써 마법을 썼구나. 이 쓰레기 같은….


이여주
돈 없는 새끼들은 다 똑같아. 목표라는 걸 모르고, 상사라는 걸 모르고. 이 학교 애들은 모르겠지만 너넨 알잖아.


이여주
황녀 이여주.



박지민
닥…쳐.

와, 세상에. 쟤도 분명 묶여 있을 텐데 입을 겨우 움직이는 걸 보니 엄청난 정신력을 가졌나 보다.

그 정신력으로 한예화를 지키려고 하지 말고 다른 걸 해 보면 천재가 될 텐데.


이여주
황제 능력으로 니네 둘 깔아뭉개는 거 일도 아니야. 왜 안 할 거 같아? 거지들 피 묻히는 거 더러워서.


이여주
박지민 너야 변변한 집안 하나 없어서 똑바로 배우지도 못 했을 거 잘 알지만… 한예화 너한테는 벨라라는 사람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여주
유리 섬에 거주하고 있는. 맞지?


한예화
- 닥쳐, 시발아!

분명히 크게 외쳤다고 생각하는데 내 목소리가 머릿속에서만 떠돈다.

지금 이여주는 박지민과 나를 동시에 모욕하고 있다. 그것도 가장 짜증나는 방법으로, 몸을 구속해두고. 눈을 마주치려고 해도 고개가 안 들어졌다. 몸이 뻣뻣하게 굳어 있는 이 기분, 아주 좆같다.


박지민
니가 뭔, 데 한예화를. 욕해?

쟤는 말을 잘 하네. 내 정신 집중이 너무 약한 건가?


이여주
쳐맞고 쳐맞다 보니 대가리가 확 돌아버린 건지… 지민아. 나라의 딸이야, 내가. 네가 기어오르려고 하다간 손톱이 부러질 만한 사람이라고.


이여주
그렇게 스케일 크게 자해할 때부터 어느 정도 알아보긴 했는데, 네가 이렇게까지 상식 없을 줄은 몰랐다.


이여주
박지민. 황녀한테는 뭐라고 말해야 하지?


박지민
제국의 작은 달, 이여주 황녀님을 뵙니다.



이여주
그렇지.

이여주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태형아. 이건 안 느껴지니? 니네 썸녀가 우리 앞에서 비웃고 욕하는 건 안 느껴져? 문 앞에 있는 건 느끼면서?

허, 참. 한숨이 푹푹 나왔다. 안에 있으면 그렇게까지 아무 것도 안 들리나…?

이여주가 나에게 눈을 맞춘다. 초록색이다.


한예화
여주야. 제발 살려줘. 내가 다 잘못했어.


이여주
싫은데.


한예화
태형이도 정국이도 윤기도 네 거야. 넌 예쁘니까.

내 입아, 그렇게 막 나불거리는 거 아니야. 뭘 네 거야 네 거는. 걔네가 색연필이야? 막 주면 받아가고 그래?

두 눈 똑바로 뜨고 내 입에서 제멋대로 나오는 말을 듣는 건 고통스러웠다.

김태형. 제발 나와. 제발 좀 나와. 부탁이다, 진짜. 여기는 구조 요청 전화 이런 것도 하나 없나 봐. 아아. 화나.

슬슬 눈물까지도 고이려고 할 때쯤, 나는 문득 그 장면을 떠올렸다.


전정국
- 첫째, 내가 부르면 달려오기.


전정국
- 둘째, 네가 부르면 달려가기.


한예화
- 무슨 그런 게 다 있어…?


전정국
- 난 이것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어. 각인이라고 하지.


전정국
- 신체 간수 잘 해.

아, 맞다! 전정국!

머릿 속으로 떠올리자마자 목이 간지러워지기 시작하더니, 코까지 검은 연기가 타고 올라왔다.

꽤 크게 외쳤는지 내 정신을 붙들고 있던 이여주 역시도 눈을 크게 떴다.


이여주
뭐, 뭐야?

뭐긴 뭐야. 한예화 전용 호위무사, 미러 짱친 사기캐님이지.

쾅, 뭐가 터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몸이 자유롭게 움직여지기 시작했다. 손가락도 발가락도 여전히 잘 붙어있다. 오. 오오오. 오오오오오!

내가 신나서 여기저기로 깡충깡충 뛰어다니니 박지민이 나를 옆에서 불렀다.

표정이 썩었다. 많이 썩었다. 응, 많이.


박지민
무슨 짓을 한 거야?


한예화
…뭐가요?



박지민
내가 본 그 연기. 뭐야? 내가 생각하는 거 맞아?

아.


박지민
- 각인, 하자.


박지민
- 넌 한예화 아니잖아. 그럼 괜찮잖아.

아.

아….

망했당.

바닥에 곱게도 엎어져있는 이여주와, 나에게로 종종걸음쳐서 다가오고 있는 전정국, 그리고 나를 의심하는 박지민 사이에서.

나는 완전한 아타락시아 - 완전한 평온 상태, 뇌가 새하얘짐 - 에 도달한 느낌이 들었다.

꺄악 여러분 저희 학교는 내일이 개학이에요ㅜㅜ 새로운 학기 새로운 학년, 중학교 일 학년 고등학교 일 학년 분들께는 새로운 학교네요

여러분 다들 새로운 학년도에 적응할 준비는 다 하셨는지 모르곘어요.

저 인예는 새 학기 준비할 때 필동을 다시 정리하고 필기 펜, 형광펜, 샤프 쇼핑을 하러 가는 편이에요.

필동만 빵빵해져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더라구요.

그래서 필통에 별 게 다 들어있답니다ㅋㅋ 테이프, 화이트, 풀 두 개, 가위 두 개, 인덱스 다섯 개, 포스트잇, 미니 돋보기, H 샤프심, B 샤프심, 0.7 샤프심 등등.

저렇게만 쳐도 무지 많아 보이네요. 삼분의 일 정도인데. 히히.

아무쪼록 여러분들도 좋은 날들 보내시기를 기대할게요! 학교가 그렇게 엄청 무서운 장소는 아니에요.

작가는 관전중이 70화가 넘어가면 낼 신작을 벌써부터 준비해뒀답니다! 제 이름을 작가란에 쳐도 나오고, 작가는 관전중에서 작가의 다른 작품 보기를 누르셔도 나와요.

참! 마지막 작가의 말에 사용할 배경이나, 표지는 늘 감사하게 받고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많은 지원 부탁드려요!

인예였습니다~ 좋은 하루 좋은 오늘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