再次向你致意,
三、你的世界,我的世界。


호석이가 춤을 시작한건 중학교 무렵.

그리고 댄스팀에 들어가 대회 첫 출전에서 1등을 했던 18살.


정호석
여주야, 이리와봐.

고아원에 도착한 내 손을 설레는 표정으로 그가 끌어왔다.


신여주
왜? 뭔데?


정호석
잠깐만.

방으로 여주를 데려온 호석은 잔뜩 신나는 얼굴을 하곤 숨겨둔 종이봉투에서 상자 두개를 꺼내 바닥에 놓았다.


정호석
짠!


신여주
......핸드포온??!!


정호석
이 오빠가 하나 장만 했다. 대회나가서 상금탄걸로.


신여주
진짜아...!? 그거 너가 열심히 연습해서 받은 상금인데ㅠ


정호석
응. 너 핸드폰 사주려고 열심히 한거야. 우리 커플폰.

핸드폰 두개를 양 볼위로 꺼내보이며 히죽 웃는 호석을 보며 여주는 볼을 밑으로 잡아당겼다.


신여주
눈물날것 같아......


정호석
이런걸로 우냐. 별거라고.

호석이 훌쩍이며 눈물을 참고 있는 여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호석
울지마아~!


신여주
감동이잖아..ㅠㅠㅠ 너무 고마워.....진짜...... 오빠야 넌.


정호석
그래.오빠라고 불러라.


신여주
아빠....


정호석
아ㅃ.......그건 좀 그렇다 ㅋㅋ 딸을 좋아할 순 없으니.


신여주
.........

태연하게 흘러나온 호석의 말에 한박자 느리게 여주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호석이 쭈그리고 앉은 두 무릎에 팔을 올리며 여주를 보고 웃어주었다.


정호석
좋아한다고. 너. 이제 알때 됐잖아.


여주는 촬영장에서 쫓겨나와 바다 모래사장에 멍하게 앉아있었다.

여긴 어딜까.

죽었던 호석이는 멀쩡하게 살아있는데.

그게 너무 기쁘면서도 슬프다.

낯설도록 차가운 시선에. 다른 사람처럼 구는 그의 모습에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겠다.

그 할머니 말처럼.....여기는- 다른 세상인걸까....?

남준씨도 나 못알아보는것 같고....

근데 나 돈은 있나?집에 어떻게 가지?

그제서야 퍼뜩 든 현실감에 여주는 벌떡 일어나 자기 몸을 더듬어 보았다.

당연하지만 아무것도 없다.

여주는 머리를 감싸쥐며 주저앉았다.


신여주
하아....망했다......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들때에야 끝난 촬영에 피곤한 표정으로 남준과 호석이 호텔로 돌아왔다.

로비 기둥에 숨어서 눈치를 살피던 여주는 남준이 지나갈때 다급하게 그를 붙잡았다.


신여주
남준씨......!


김남준
.......? 저요?

옷깃을 붙잡힌 남준이 당황하며 여주에게로 몸을 돌렸다.


김남준
제 이름은 어떻게 알죠?


신여주
호석이 친구니까 알죠.


김남준
아니, 그러니까.......


신여주
저 진짜 죄송한데. 카드도 핸드폰도 아무것도 없거든요.....좀 도와주시면 안될까요......?


김남준
......네??

여주의 말에 남준이 기가막힌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신여주
저도 지금 이 상황이 그쪽한테 엄청 어이없고 이상하고 짜증날거 아는데요...... 저 진짜 비빌데가 남준씨밖에 없네요.....호석이는....아니....제이홉씨는. 저를 나 몰라라 하시니까......



김남준
저한테는 부탁할만 한가봐요?

삐딱하게 묻는 남준을 올려다보며 여주가 그의 옷깃을 더욱 꼬옥, 손에 쥐며 불쌍한 표정을 한껏 지어보였다.


신여주
도와주세요오오오........제발........

남준이 난감해하며 머리를 쓸고 있을때 그의 뒤로 호석이 다가왔다.

그의 시선이 남준의 옷깃을 쥐고 있는 여주의 손을 쓱 훑고 지나왔다.


제이홉
뭐하는거야


신여주
동냥. .......이요.



제이홉
염치가 있으면 경찰에 신고하고 도움받으세요. 모르는 사람 붙잡지 말고.


신여주
모르는 사람 아닌데. 저 알아요ㅡ 김남준씨.


제이홉
......안다고....?

여주의 당당함에 호석이 남준을 마주보았다.

그의 수상쩍은 눈빛에 남준도 당황하며 자기는 모른다는듯 어깨를 으쓱여보인다.


신여주
이름, 김남준. 생일 9월 12일. 장남에 여동생 한명 있구요.

내가 살던 세상과 이 세상의 김남준이 다르지 않기를 바라며 내뱉은 정보에 남준이 깜짝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물론 옷깃이 잡혀 있어서 얼마 못갔지만.



김남준
제 스토커세요??!! 누구세요??!! 와 소름......


신여주
나 안다니까요?

점점 모여드는 시선에 호석이 남준을 툭툭 치자 남준은 다급하게 여주를 끌어와 같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김남준
일단, 제 방에 가서 사정 부터 들어보고요.


신여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넙죽 넙죽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여주를 호석이 짜증난다는듯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거슬려.


묘하게. 거슬리는 여자다.

집에 돌아온 호석은 이상하게 가시지 않는 찝찝함에 신경질적으로 겉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을 맞으며 그는 여주를 떠올리고 있었다.


신여주
'....호석아.....!'

애타게 부르던 그 이름.

두 눈 가득 담겨있던 그리움.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 반말. 그 뒤에 어색한 존댓말.


제이홉
아.....진짜......뭔데 그 여자?!

어느새 멍하게 생각에 잠겨있던 호석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샴푸를 손에 덜어 마구 비볐다.



제이홉
.......집은 제대로 갔나 몰라.

결국 남준의 차를 얻어타는데 성공했던 여주가 또 떠오르자 피식.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던 호석은 정색을 하며 빠르게 샤워를 마쳤다.

그렇게 머리를 말리고 샤워가운을 여미며 막 욕실에서 나왔을 때였다.


삑. 삑. 삑........


느닷없이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에 호석의 동작이 멈췄다.

여기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누가.


문이 열리고.


서로 마주친 여주와 호석이다.

놀라서 아무말도 못한채로 바라보고 있는 호석을 마주한 여주의 표정이.

서서히 무너졌다.


신여주
......흑......

손으로 입을 막으며 주저앉아 울기 시작하는 여주를 호석은 잠시 멍하게 보고 있었다.

저 여자가.....어떻게......



제이홉
저기. 이봐요.


신여주
호석아....... ㅠㅠㅠ


제이홉
이봐요ㅡ 갑자기 뭐예요?!여기 어떻게 들어왔어요?! 아....나 진짜 골때리네......


신여주
흐엉......호서가아아아아.....ㅠㅠㅠㅠㅠㅠㅠㅠ!!!



제이홉
아니.....! 왜 울어요?!!! 미치겠네.

진짜.

이 여자 정체가 뭐지?!!


호석아.

난 네가 살아있는 세상으로 온게 맞나봐.

그런데.

너무 많은게 바껴있어.

그대로인건 너뿐인데.

네가 너무 멀어.

그래서. 너무 슬프다.

너를 볼 수 있어서 좋은데. 슬퍼.


[작가의 말] 여주가 어떻게 호석님 집에 왔는지는 다음편에서...헤헤😁 이번 작은 랩라인으로 가볼까 해요^^♡ 모두모두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