陛下,我愛你。
17. 從現在開始


“죽어, 죽어. 너 같은 건 필요 없으니, 죽으라고.”

“네 부모보다, 친구보다 사랑하는 사람 그 한 명이 더 중요하다는 거지?”

불효 자식, 노예 주제에, 자기 주제도 모르고.


이대휘
……!! 아, 아니야…….

아, 또 악몽이구나. 최근에 악몽을 잦게 꾸더니 이번에는 제대로 꿨나보다. 땀이 흥건히 있었고 손도 잘게 떨려왔다.

악몽을 꾸는 도중에도 지겹도록 들려온 말, 다시 감옥으로 오라고, 같이 죽자는 말. 머리가 지끈하게 아파왔다.


이대휘
이대로 잤다가는 또 악몽이나 꾸겠지, 밖에 좀 나갔다 와야겠어…….

옆에 아무것도 모르고 자고 있는 폐하에게 짧게 입맞춤을 하고 난 뒤 담요 하나를 챙겨 밖을 나갈 준비를 했다.


김동현
으응, 가지마…….


이대휘
ㄴ, 네? 폐하 저 잠깐만 나갔다 올게요. 푹 자고 있어요.

까치발을 들고 소리 안 나게 방을 겨우 나갔다. 휴우, 밖에 한 번 나가기 진짜 어렵네.





이대휘
새벽이라 그런지 좀 춥네, 아까 땀도 흘려서 그런가.

안 좋은 것만 듣다가 맑은 새벽 공기를 마시니 이제야 사는 듯 싶었다. 그래, 이러면서 산책도 하는 거지.

새벽인데도 역시나 걸어 다니는 사람은 있었기에 다가가서 대화하는 걸 들어보았다. 글쎄, 그렇게 좋은 대화는 아니었다.

“이번에 사형 당하는 사람 많다는데. 그러게 노예는 가만히 있지.”

“그래도 한 명은 얼굴 잘나서 사랑 받는다며? 노예 주제에 예쁘긴 하나 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 지는 말이었다. 내가 그 사람이다, 왜! 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나서서 뭐하게. 욕이나 먹지.


이대휘
흥, 폐하는 그런 사람 아니거든…….

왠지 모르게 주눅 들었다. 진짜 그런가 싶기도 했고. 이리저리 떠드는 소문이지만 그래도 신경 쓰이는 걸.


이대휘
대휘야 그런 말들로 상처받지 말자, 난 강한 사람이야.

힘들 때마다 줄곧 하는 말이었지, 아무도 감싸주지 않던 시절에 자주 생각하던 말.


이재희
야, 네 아빠 곧 죽는다는데?


이대휘
……???


이재희
뭐, 난 잘 모르겠으니 알고 싶으면 감옥으로 가던가.


이대휘
누, 누가 죽는다고? 그건 네가 또 어떻게 아는데?


이재희
그냥 너 계속 찾더라고. 아, 나도 몰라. 알아서 해.

순간 몸이 안 움직였다. 여기에 있다는 것과, 다른 곳도 아니고 이 감옥에 갇혀있다는 거에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지.


이대휘
시X……대체 요즘 왜 그러는 거야.

온 사람들한테 감옥 위치가 어디냐고 물어보았다. 눈물이 흐르고 있는 줄도 모르고, 달리고 또 달렸다.





이대휘
허억, 어딨는 거야……!

정신없이 뛰어왔더니 피 냄새가 진동하고, 어두침침한 감옥에 도착하게 되었다. 다들 미친 것 같고, 정상적인 사람은 한 명도 없는 듯했다.

그러다가 마주쳐버린 한 사람, 몇 년 만에 본 사람.


이대휘
아빠, 왜 여기 계시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얼른 도망치라고 말했다. 아마 방금 전에 탈출한 것 같이 보였다.


이대휘
…….

마음은 저 멀리로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도망치면 폐하는? 설아는? 성운 님은? 이건 배신하고 도망가는 짓과 같았다.


이대휘
……가자, 내 손 잡아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해도 이해해 주실 거야. 폐하라면, 나를 사랑하는 폐하라면.




오전 6:40
띠리링- 띠리링-!

두어 번 정도 울린 알림이 다시 울린다. 겨우 일어나 눈을 비비는데, 일어나자마자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김동현
누가……없는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없다. 분명 같이 있었는데? 사라질리가 없는데?


김동현
하하……그럴리가. 분명 내 기억에는 나갔다 온다는 말로만 남아있는데……?

아, 그래 아직 밖에 있을 수도 있지! 애써 웃으며 좋게 생각했다. 우리 대휘가 잠이 안 와서 아직 놀고 있나 봐, 그치?


김동현
……하하하, 그런 거야, 그치?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해도 겉으로는 안 되지. 옆에 있어야 될 사람이 없는 적은 처음이니까. 불안했으니까.





김동현
진짜 본 적 없어? 아니, 한 새벽 쯤에…….

일단 보는 사람마다 다 붙잡고 물어보았다. 처음 보는 사람이던 상관 없이.


전 웅
뭐야, 동현아 너 안색이 왜-


김동현
대휘가 없어……형 나 이제 어떡해?

얼굴도 창백해져서 곧 죽을 사람같이 말하는데 안 놀랄수가. 대휘가 없다는 거에 한 번, 동현의 상태를 보고 두 번 놀랐다.


전 웅
아, 아니야 본 사람이 있을 거야. 형이 찾을 테니까 넌 쉬고…….


김동현
아니, 못 해. 지금 소중한 사람을 잃을지도 모르는데? 이미 잃었을지도 몰라.

이게 다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과 불안함이 파도처럼 다가와 순식간에 덮치는 듯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다는 게 이렇게나 슬펐던 거였다.


김동현
제발……여기 없다고 해도 살아 있기만 해줘…….

웅은 곧 바닥에 주저앉을 것만 같은 동현을 일으켜 세우고 주위 사람에게 말했다. 제발 이대휘 좀 찾아 달라고, 찾아 오기만 해달라고.

그때 예상한 듯 기분 나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이제부터 시작일 것 같다.





이대휘
허윽, 이제 없어 그만 뛰어…….

아까 쫓아오는 사람을 따돌리느라 한참을 달렸었다. 무릎에서 피가 나고, 몸은 땀에 젖어 있었다.

“……미안해. 그런데, 너 거기 있을 동안 안 죽이고 무슨 짓을-“


이대휘
ㄱ, 그건 이유가 있었어요! 죽이려고 했어요…….

살면서 거의 해본 적 없는 거짓말도 했다. 폐하한테도 거짓말을 하고, 오늘 여러모로 죄를 많이 지었구나.

“그래도 안 죽고 살아 있어서 다행이네. 지금 비도 오고 하니까 내일 이동 시작하자.”

“이 곳은 더 있다가는 위험하니, 루비아로 간다.”


이대휘
루비아요? 거기 저희가 들어갈 수는 있어요?

“응, 이번에 탈출한 노예들은 다 받아준대. 여기가 워낙 살기 힘들잖아. 루비아가 우리 나라랑 친하기도 하고.”

루비아라면 우진 님이 있는 곳이었다. 만약 만나면 돌아갈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왕자를 어떻게 쉽게 만날 수가 있겠나.


이대휘
루비아라면 여기서 많이 걸어야겠죠……?

“뭐, 그렇지. 살려면 그럴 수밖에.”

차마 다리에 피가 났다는 말은 못 하겠더라. 그래도 아무리 다리에 피가 나도 지금은 한 생각 밖에 안 들더라.


이대휘
폐하……보고 싶어요.





이재희
글쎄, 제가 그렇게 말리고 말렸는데 도망쳤다니까요?


이재희
폐하가 얼마나 슬퍼할 것 같냐고 물었는데, 자기는 그런 거 상관 없고 폐하도 안 사랑한대요.

이재희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얘가 이렇게 나쁘고, 이기적인 애라는 걸 홍보하는 것 같이 큰 소리로 했지.


이재희
이제 그 애 따위한테 감정 소비하지 마세요. 살다 보면 별 이상한 사람도 볼 수도 있죠.

동현이 머리가 지끈거려 머리칼을 쓸어 넘길 때 슬쩍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걸 깊게 지켜보는 한 사람이 있지.

당연히 하성운이었다. 그 누구보다도 담담하고 걱정할 거 없는 사람처럼. 이 상황이 흥미롭게 느껴진달까.



하성운
오랜만에 재밌겠네. 이재희, 옛날부터 마음에 안 들었는데.





휘슬 / 로휘
재희 더 말하면 댓글 난리날 것 같아서 멈춥니다…



휘슬 / 로휘
아 그리고 오늘 독자분들 애칭을 제가 생각해 봤거든요…? 근데 애칭이 아닌 것 같아요



휘슬 / 로휘
애칭은 잠시 미루는 걸로ㅋㅋㅋㅋㅋㅋ



휘슬 / 로휘
🙏🏻왕국 이름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도 된장국을 외친 사람들입니다 진지하게 -혼자서- 지어올게요 😂


휘슬 / 로휘
그럼 다음 화에서 봅시다 독자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