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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승냐냐
★ 평점 : 10 점
⚇ 조회수 : 3,435 회
서울에서의 1년 반.
취업 준비는 인내라더니, 인내하다 뼈가 부서졌다. 면접만 수십 번, 자존감은 바닥에 가라앉은 상태.
결국 나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본가로 돌아왔다.
엄마는 별안간 날 보더니 이러셨다.![[보넥도 태산 빙의글 유사] - 도련님, 경계선은 지키고 사시죠](https://i.pinimg.com/736x/d1/bd/fd/d1bdfd9179141ef91f25bbc626bb0bfb.jpg)
“옆집 도련님 좀 챙겨줘라. 사모님이 부탁하셨다더라.”
“…도련님…?”
“스무 살이래. 혼자 있으니까 밥 좀 챙겨주고, 뭐… 말 상대 좀.”
아니 무슨 조선시대니.
도련님은 또 뭐야. 누가 요즘에 ‘도련님’을 키워?
그렇게, 옆집 초인종을 누르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렸다.
기세에 눌려 말도 못 꺼낸 나를 향해, 그가 한참을 보더니 말했다.
“여기 청소하러 온 거면 저기부터 좀 해줄래? 눈에 거슬리거든.”
첫 마디부터 기가 찼다.
나는 눈을 껌뻑이며 그를 봤다. 흰 티셔츠에 축 늘어진 반바지. 눈은 졸린데 말은 뾰족했다.
“…청소하러 온 거 아니고, 그냥 이 근처 왔다가 들른 거야.”
“아, 그래? 그럼 쓸데없는 말도 하지 마.”
“…예의는 집에 두고 나왔나?”
“예의보다 귀찮은 게 더 싫어서.”
진짜다. 말 안 통해.
이 사람, 아침에 인간관계 끊는 주스라도 마신 건가?
태산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관심 없다는 얼굴이었다.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몸을 돌리더니, 툭 던지듯 말했다.
“밥은 알아서 챙겨 먹어. 냉장고에 뭐 좀 있을 거야.”
“…그쪽 냉장고가 왜 나랑 상관 있어?”
“엄마가 그러던데, 너도 가족처럼 지내라고.”
“가족이 아니라… 감시자잖아.”
“거기서 거기 아냐? 어쨌든 귀찮게는 말고.”
말 다 끝내자마자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문 닫는 소리조차 성의 없었다.
나는 현관 앞에 그대로 멈춰 섰다.
짐가방은 무겁고, 대화는 가볍고, 돌아가는 버스표는 환불 불가일 것 같았다.
이게 첫 만남이라니, 너무 미래가 불길하다.
도련님이 아니라 도련짐승.
그런데 이상하게도, 문틈 사이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내 발걸음이 한참을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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