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의 도서관은 이상하다.
평소엔 보지도 않던 애들이 갑자기 전공책 들고 다니고,
안 오던 애들도 새벽까지 자리 맡아놓고 안 나간다.
그리고—
내 남자친구는 시험기간에도 잘생겼다.
…진짜 억울하게.
—
“하…”
나는 결국 책 위에 엎드렸다.
한 시간째 같은 페이지다.
도저히 머리에 안 들어온다.
망했다.
진짜.
“졸려?”
옆에서 목소리 들린다.
남예준이 노트북으로 타자를 치다가 날 내려다보고있었다.
“…아니.”
“아닌 얼굴이 아닌데.”
“너무 어려워.”
내가 웅얼거리듯 말하니 예준이 피식 웃었다.
“몇 번째 하냐 그 말.”
“진짜 망할 거 같아…”
“안 망해.”
“아니야. 망함.”
“너 원래 시험기간마다 세상 망한 사람처럼 굴잖아.”
틀린 말이 아니라서 더 짜증 난다.
고개를 잠깐 들다가 힘이 빠져 다시 책에 얼굴 묻었다.
그러자 옆에서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톡,
내 앞에 캔커피 하나 툭 놓인다.
“…뭐야.”
“마셔.”
“너는?”
“난 아까 마셨어.”
심지어 내가 자주 마시는.
“…이런 건 또 어떻게 기억하냐.”
작게 중얼거리니 예준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맨날 마시잖아 너.”
두근거리는 마음을 뒤로하고,
나는 캔 따서 한 모금 마셨다.
쌉쌀하면서 달콤한게 위에 들어오니 조금은 살 거 같다.
“…고마워.”
“응.”
짧게 대답하고 다시 노트북을 보는데.....
아니,
보는 척이다.
지금 분명 웃고 있다.
“왜 웃어.”
“아니.”
“웃었잖아.”
“서윤이 지금 좀 순해져서.”
“뭐?”
“아까는 건드리면 물 거 같았는데.”
어이없어서 헛웃음 나왔다.
“내가 무슨 개냐?”
“안 물어?”
“…물 수도.”
“봐.”
예준이 낮게 웃는다.
그리고 몇 분 뒤, 다시 정적.
도서관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필기하다가 슬쩍 옆을 봤다.
예준은 여전히 노트북으로 과제를 하고있었다.
내 쪽으로는 눈길 하나 주지 않은 채.
열심히 하네, 속으로 중얼거리며 나도 다시 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때였다.
예준이 갑자기 노트북 덮더니 내 쪽으로 몸 기댔다.
“…왜.”
“야.”
“응?”
잠깐 날 빤히 보던 예준이 툭 말한다.
“나 머리 쓰다듬어줘.”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뭐?”
당황스러운 얼굴을 하고 쳐다보는데 예준은 평상시처럼 멀끔한 얼굴을 하고있다.
“왜 갑자기?”
“너 아까부터 공부만 하잖아.”
“그게 뭔 상관인데.”
“나 안 봤잖아.”
진짜 어이없다.
황당해서 웃음까지 나왔다. 낯뜨거운 말을 잘도 하네. 귀가 빨갛게 되었을 것만 같았다.
“지금 질투하는 거야? 전공책한테?”
“좀.”
“…미쳤나 봐.”
예준은 팔에 턱 괸 채 날 보고 있다.
꼭 진짜 해줄 때까지 기다릴 사람처럼.
“빨리.”
“뭘 빨리야.”
“쓰다듬어달라고.”
“도서관에서 누가 그런 걸 해.”
“넌 하잖아.”
“…내가 언제.”
“지금 하면 되지.”
와 진짜.
남예준 가끔 보면 사람 홀리는 데 재능 있다.
결국 나는 주변 슬쩍 보고는 조심스럽게 손 올렸다.
그리고 머리를 한번 슥 쓸어내렸는데—
예준 눈이 살짝 감긴다.
... 강아지같아.
“…야.”
“응.”
“너 진짜 뭐하는 애냐.”
“좋은데.”
낮게 웃으면서 말한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 조금 숙인다.
꼭 더 해달라는 것처럼.
나는 괜히 민망해져서 머리 몇 번 더 가볍게 쓰다듬었다.
부드럽다.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때 예준이 다시 입 열었다.
“이거 좋네.”
“…뭐가.”
“너 손 닿는 거.”
순간 손 멈췄다.
얘는 진짜—
왜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하지?
심장 진짜 이상하게 뛰기 시작했다.
나는 괜히 손 거두면서 중얼거렸다.
“…플러팅 하지 마.”
그러자 예준이 바로 웃는다.
“한 적 없는데.”
“방금 했거든.”
“난 그냥 솔직한 건데.”
그리고는 다시 내 쪽으로 가까이 온다.
“너 손 닿는 거 좋은 거 맞아.”
“…야.”
“서윤아.”
낮게 부르는 목소리에 괜히 숨 멎는 느낌 들었다.
“계속 해봐.”
“…싫어.”
“왜.”
“심장 이상해지니까.”
말하고 나서 바로 후회했다.
미쳤나 봐.
내가 왜 저걸 솔직하게 말해.
근데 예준은 잠깐 가만히 있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소리 안 내려고 참고 웃는 얼굴.
“뭐야.”
“아니.”
“왜 웃는데.”
“귀여워서.”
진짜 최악이다.
시험기간보다 남예준이 더 사람 힘들게 한다.
시험기간에는 강아지같은 남자친구 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