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플레대학교 2학년, 경영학과 한서윤이다.
모태솔로로 20년을 살았는데,
21살이 되자마자 인생 첫 남자친구가 생겼다.
그것도—
꽤 잘생긴 남자친구.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 문을 밀고 나오는데 뒤에서 누가 내 가방끈을 확 잡아당겼다.
“야.”
“우왁!”
순간 앞으로 쏠리면서 비명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진짜 넘어질 뻔했다.
“아, 미안.”
전혀 안 미안해 보이는 목소리.
뒤돌아보니까,
새파란 딥블루 머리에 푸른 눈동자.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는 얼굴.
남예준.
얘가 내 남자친구다.
같은 경영학과.
그리고— 우리는 CC다.
“…뭐야.”
“집 가?”
“아니, 도서관.”
“같이 가.”
말 끝나자마자,
내 대답 기다리지도 않고 옆에 붙는다.
복도 지나가는데 앞에서 과 애들 마주쳤다.
“어? 서윤이!”
“야 남예준도 있네?”
눈 마주치자마자 표정부터 묘하게 바뀐다.
“너네 요즘 같이 다니던데 뭐냐?”
“설마…?”
나는 대충 웃으면서 넘기려고 했는데—
옆에서 예준이 먼저 입 열었다.
“어.”
너무 짧게.
“…어?”
애들 다 동시에 반응했다.
예준이 그대로 이어서 말한다.
“사귀어.”
순간 공기가 멈춘 느낌.
“뭐야 진짜야?”
“와 미쳤다 언제부터?”
“야 너네 언제부터야?”
질문 쏟아지는데
나는 입도 못 열고 서 있었고,
예준은 그냥 평소랑 똑같은 얼굴이다.
“얼마 안 됐어.”
“야 남예준이 먼저냐?”
“누가 고백했냐?”
이쯤 되니까 진짜 도망치고 싶어졌다.
“야 그만해.”
내가 말 끊으니까
애들이 “왜~” 하면서 더 웃는다.
근데 그때,
내 손이 갑자기 잡혔다.
깜짝 놀라서 내려다봤다.
남예준의 손.
“…야.”
작게 부르니까 예준이 나를 쳐다본다.
“왜.”
“손…”
“응.”
“왜 잡아.”
내가 더 작게 말했는데, 얘는 그대로 애들 다 들리게 말한다.
“내 여자친구잖아.”
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우와악 하는 굉음이 들렸다.
다들 흥분한 상태로 웃고 떠들며 우리에게 더 몰려들기 시작했다.
“야 미쳤다ㅋㅋㅋㅋㅋ”
“야 너 뭐야 갑자기 로맨틱한 척 뭐야”
“서윤이 얼굴 빨개진 거 봐라ㅋㅋㅋ”
“야 놓으라고.”
내가 작게 말했는데,
예준이 손 더 꽉 잡는다.
“왜.”
“사람 많잖아.”
“그래서?”
“…”
얘 진짜 왜 이래. 말문이 턱, 막혔다.
—
결국 애들 먼저 보내고 둘만 남았다.
복도 조용해지고 나서야 나는 겨우 입 열었다.
“야 너 아까 뭐야.”
“뭐.”
“그걸 왜 그렇게 말해.”
“어떻게.”
“그냥… 그렇게.”
내 말도 이상하긴 한데, 예준은 잠깐 날 보다가 살짝 웃는다.
“숨겨야 돼?”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됐네.”
너무 간단하게 말한다.
나는 한숨 쉬었다.
“너 진짜 아무렇지도 않냐?”
“뭐가.”
“저렇게 다 알게 되는 거.”
예준 잠깐 생각하는 표정 하더니,
“응.”
대답한다.
너무 바로.
“좋아하니까.”
다시한번 말문이 막혔다.
“…뭐?”
“너.”
내 쪽으로 턱 한번 까딱한다.
“좋아해서 사귀자 한 건데.”
“…그건 아는데.”
피식, 한 번 웃고는 더 말이 없다.
그대로 대화는 끝이 났다.
진짜 더 할 말 없게 만든다.
—
도서관 가는 길.
아까부터 계속 손 잡힌 상태다.
이제 와서 빼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계속 잡고 있는 것도 이상하고.
나는 괜히 딴소리 꺼냈다.
“너 원래 이렇게… 티 내는 스타일이냐?”
“어떤 거.”
“연애.”
예준이 잠깐 생각하다가 말한다.
“상대에 따라 다름.”
“…나는?”
“티 내고 싶은 쪽.”
“왜.”
“왜냐니.”
“티 내고 싶은 이유.”
예준이 걸음 멈춘다.
나도 같이 멈췄다.
얘가 날 보는데, 아까랑 좀 다른 표정이다.
장난기 빠진 얼굴.
“좋아하니까.”
또 그 말이다.
근데,
아까랑 느낌이 다르다.
“나 너 좋아하는 거 티 안 나?”
조금 낮게 말한다.
“…몰라.”
“꽤 많이 좋아하는데.”
심장 이상하게 뛰기 시작한다.
진짜 왜 이래.
나는 시선 피하려고
괜히 앞서 걷기 시작했다.
뒤에서 다시 손 잡힌다.
이번엔 더 자연스럽게. 더 익숙한 것처럼.
“야.”
“…왜.”
“도망가지 마.”
웃으면서 말하는데,
이상하게 그 말이
장난처럼 안 들린다.
“나 숨길 생각 없다고 했잖아.”
“…누가 숨기래.”
“그럼 됐네.”
그 말 듣는데, 이상하게.
진짜로—
연애 시작한 느낌이 났다.
신작도 잘 부탁드립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