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be a dream
pt.13 Songju

柳
2021.05.23Views 41
그렇게 눈 깜빡할 사이에 시간은 지나갔다.
뭐했다고 이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난 이미 어른이 되어 있었다. 여전히 그 카페에서 일하고 있었고,
그렇게 싫어하던 어른이 되었다는게 참, 속이 쓰린 것 같았다.
호석이는 보육원을 독립하여 투스타 버거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남준이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둘이 꽤 친했었던 것 같았는데. 남준이는 갑작스레 떠났고, 그 이후로 아무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네 어서오세요!"
활기찬 목소리, 난 투스타 버거 가게에 온 참이었다. 저녁을 먹을겸 겸사겸사.
"어 누나? 오랜만이네요"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에이~전 잘 지냈죠"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들며 날 반겼다.
"뭐 먹을래요?"
"저거"
"아 알겠어요! 5,600원이에요."
"어어."
"아, 그리고 누나 저 곧 퇴근인데 같이 가요"
"그러지 뭐"
진동벨은 금세 울렸고 나는 몸을 일으켜 가지러 앞으로 향했다.
호석이는 꽤나 바빠보였다. 하긴, 그럴만도 할 것 같다. 송주에 햄버거 가게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었고.
내가 햄버거를 거의 다 먹었을 때 호석이도 옷을 갈아입고 나오던 참이었다.
"누나 같이 가요."
"넌 어디로 가? 얼마 전에 독립했다면서."
"보육원 원장님이랑 친하신 분이 이 근처에 계셔서 거기에서 지내고 있어요"
호석이는 내 앞에 앉고서 천천히 해도 된다는 듯 나에게 손짓했다.
"불편한 점은 없어? 첫 독립이잖아"
"뭐 나름 괜찮은 것 같아요. 집주인분도 괜찮으시고"
호석이도 졸업한지 두 달이나 되었다. 이제 어른이었던 것이다.
그 고등학교 1학년의 어렸던, 춤을 좋아하던 호석이 아니었다.
호석이를 따라 큰 길을 걸어 골목을 지나면 보이는 송주에서 아마 가장 높아보이는 높은 지대의 한 옥탑방, 호석은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고 나에게 소개했다.
이곳에서 가장 높고, 가장 멀리 내다볼 수 있는 곳이라며 으스대는 호석이는 나름 행복해보였다.
호석이의 집 창문을 열면 저 너머로 송주를 떠나는 기차가 보였다.
남준이와 지내던 여름엔 덥고, 겨울엔 너무 추운게 당연한 컨테이너촌이 한눈에 보였다. 지민이를 데려다 준 병원도 눈에 보였고, 우리가 함께 몰려다니던 학교가 눈 앞에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이곳은, 호석이가 지내는 옥탑방이었다.
저 너머로 송주역으로 들어오는 기차가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호석이가 배웅해 주겠다며 따라나오는 것을 말리고서는 그 오르막길을 터벅터벅 내려오고 있었다.
지나가던 길에 편의점에 들렸다. 음료수를 사기 위해서였다.
"어, 호연 누나?"
내 이름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쪽을 쳐다보았다.
"....남준이?"
남준이었다. 별로 얼굴은 변하지 않았지만 키가 좀더 큰 모습으로 남준이는 내 앞에 서 있었다.
"오랜만이다 야, 아무말 없이 가더니"
"그래도 잘 돌아왔어요"
머쓱하게 웃는 그 모습에 난 잘 왔다는 의미로 등을 툭툭 치고서는 음료수 한 캔을 주었다.
"고마워요"
"잘 지냈어?"
"그냥저냥요. 알바도 하고"
"난 너 떠나서 다시 안 돌아올 줄 알았어"
"갑작스레 결정된 일이여서 말을 못했었어요"
"근데 왜 돌아왔어?"
"그냥, 다들 보고싶더라고요"
"그치, 애들도 너 많이 보고싶어하더라."
우리는 편의점 앞에 놓여져있는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별이 떴고 한창 세상이 고요해져가고 있었다.
"송주라는 이곳이 어째선지 돌아오게 만들더라."
"그래요?"
의문형으로 묻는 남준이었지만 고개는 수긍한다는 듯 끄덕이고 있었다.
"왜 새처럼 마음은 떠나도 결국 다시 돌아오고 마는 그런 곳."
"우린 그럼 비둘기겠네요. 원래 살던 곳을 떠나 날아갔을 때 정착할 곳이 없으면 다시 되돌아오잖아요. 노아의 방주에서도 땅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비둘기를 날려보낸 것 처럼."
"아마 우린 이곳을 떠나가지 못할 것 같아. 싫은 나날이 가득했어도. 그 속에서의 행복을 잊을 수가 없어서."
누나 말이 맞네요. 남준이는 맞장구를 치고서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곳은 참 예쁘죠 별이."
그러게말이야. 난 이 말을 내뱉지는 않았지만 이미 남준이는 내 대답을 알았다는 듯 미소짓고 있었다.
남준이의 미소는 보조개가 깊이 파인 예쁜 미소였다.
어쩌면 믿음직스러운 그 얼굴이, 등을 기대도 된다고 애들에게 말하는 그 따스한 말투가 우리를 지탱해주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쿠당탕 소리가 났다. 송주의 새벽은 별로 돌아다니는 사람이 몇 없었다.
음료수 캔을 잡고 있던 남준이가 그 소리를 듣고서는 말했다.
"왠지.. 저기 제가 알바하던 주유소 쪽에서 난 소리같은데요."
우리는 마시던 음료수 캔을 쓰레기통에 넣고서 남준이가 이끄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사장님?"
그 앞에는 약간 화나보이는 듯이 큰 길로 걸어나오는 한 남자가 보였다.
"어 남준이 아니냐? 오랜만이네"
"무슨 일 있으셨어요? 큰 소리가 나길래"
"아 어떤 놈이 주유소 뒤에 벽에다가 낙서하고 가서 내가 쫓아냈다. 요즘 애들은 왜 이러는지 쯧쯧.."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짔더니 사장이란 그 사람은 그 길로 내려가벼렸다.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친 뒤 주유소 뒤편으로 향했다.
벽에다가 낙서라. 난 떠오르는 사람이 딱 한명있었다. 김태형, 그 애가 아니고서야 이 시간에 돌아다닐 애도, 벽에 낙서할 애도 없었다. 뭐 다른 애들도 그래피티를 할 수 없다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역시, 너였구나."
쓰러져 누워있는 태형을 보고서는 난 일어서라고 손을 내밀었다.
태형은 남준이와 나를 보고서는 씩 웃어보였다. 하하 들켰네요. 도망치려다가 잡혔어요 어쩌지, 누나가 준 옷 올 나갔다..
다친 자기를 걱정하는 줄도 모르고, 태형이는 내가 준 옷을 쳐다보며 미안한 듯 쓰게 웃었다.
"어서 일어나. 일단 우리 집쪽으로 가자."
남준이 말했다. 몸에 들어있는 멍은 지금 맞아서 생긴게 아닐 것이다. 아니면 저렇게 보라색으로 남을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또 맞고 왔나보다. 나는 모르는 척 멍을 무시하고서는 남준이에게 말했다.
"남준아 너도 그냥 오랜만에 우리 집 와라."
"뭐, 그럴까요?"
우리는 방향을 돌려 내 집으로 향했다. 아 맞다. 집 정리 제대로 안해뒀는데.
"태형아, 그래피티 재밌어?"
"낙서하는거요? 딱히 마음에 안 들 때도 있는데.."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림이 한번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이것도 저고, 저것도 저라고 생각해요. 어떤 그림이 나오든 그게 저 아니겠어요."
나는 그 말에 태형이 답다고 생각했다. 어떤 색이든 자신이며, 어떤 그림이든 나는 나니까.
이 말이 맞는 말이었다. 어떻게 살던간에 우린 우리니까. 태형이는 내 어깨에 어깨동무를 하며 천천히 걸었다.
누나, 나 아까 사장님한테 맞아서 아픈데 조금만 천천히 걸어요.
그래그래.
우리는 천천히 이 밤길을 걸었다. 밤 새들이 울고, 초승달이 아름답게도 시린 날이었다. 가로등이 깜빡거렸다.
"저 별, 예쁘지 않아요?"
태형의 손 끝에는 한 별이 있었다.
"어, 북두칠성이네."
7개로 빛나는 각각의 별, 난 이 7개의 별들이 이들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별이 움직이는 사진을 봤는데 엄청 예뻤었어요. 원형으로 돌아가는 그 사진 있잖아요.
아아, 그 사진 그래 예쁘지
우린 이후에 별 얘기를 나누진 않았다. 그렇게 진지한 얘기도 아니었다. 그저 별 보는걸 좋아하는 사람과. 오갈 곳 없는 한 사람, 송주로 결국 돌아온 비둘기가 있을 뿐이었다.
"지민이, 병원에서 나왔나"
"아뇨. 아직 병원에 있나봐요."
태형이 답했다.
남준이가 하품을 했다. 피곤한 모양이었다. 하긴 벌써 한시네.
"자자. 잘 준비해."
우리는 평범한 가족들처럼 행동했다. 잘 자라는 안부인사 뭐 그게 다였지만 말이다.
자기 전 태형이가 맞아 다친 부분에 밴드를 붙여주었다.
방 안에서 태형이와 남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잘 안자는 것 같은데..."
"곧 자겠지. 어여 자라"
"...알았어요."
솔직히 좀 찔렸다. 많이 자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때도 핸드폰을 보고 있었는데..실은 핸드폰도 떨어뜨릴 뻔 했다
시계는 새벽 세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불면증, 낫지를 않는다. 귀찮게시리. 난 머리를 헝클이고는 소파에 몸을 기대어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공간은, 아직 전부 나의 것이 되지 못한 이 공간은
날 작게 만들었다. 나는 이어폰을 끼고서 음악을 틀었다. 이렇게라도 하면 조금 나아진 기분이 들었다. 나는 팔로 눈을 가리고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었다. 눈 앞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누나."
소곤거리는 목소리에 난 팔을 치우고 고개를 들어 그쪽을 쳐다보았다.
남준이었다.
"안자고 뭐해. 피곤해 보이던데."
"자다가 깼어요"
"소파 위에 앉아. 서 있지 말고."
나는 손을 까닥이며 이쪽으로 오라 손짓했다.
어두워서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남준이와 눈이 마주했음을 알 수 있었다.
"왜 안자요"
"몰라, 잠이 안오네."
"....그럴 수 있죠."
"태형이는"
"잘 자고 있어요. 태형이, 여기가 편한가봐요. 불편하면 제대로 못자고 뒤척이거든요."
"아, 그랬어?"
"예전부터 그랬어요."
남준이는 소파에 앉아 내 쪽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말이다.
저도 이곳이 편해요. 컨테이너 살면 참 덥기도 덥고, 춥기도 춥거든요.
참, 자본주의라는게 없는 사람에겐 가혹한 말이네요.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이 세상에서 저는, 아니 애들은 무엇에 기대어 살아가야 할까요. 형들도, 애들도 나에겐 가족과도 같은데.
애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에요.
아, 이 마음이었구나. 애들이 기대려는 방파제같은 존재가. 아직 이 마음은 변하지 않았구나 몇년이 지니도.
"너도 우리한테 기대. 우린 서로의 달이니까."
나는 어두운 이곳에서 웃어보였다. 보이지 않아도 옆의 온기로 알 수 있었다.
희미하게 보이는 어둠 사이로 남준이가 눈물을 훔치는 듯 했다.
다시 모른척. 위로도 위로지만 굳이 말로 꺼낼 필요는 없다. 난 남준이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게 그저 위로임을 알아주기를, 위선으로 다가가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고마워요. 이렇게 또 위로를 받고."
나지막히 말하는 그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달빛이 창문 너머로 들어왔다.
보름달이 떠 송주를 밝히고 있었다.
잘 돌아왔어. 다들 기다리고 있었을거야.
우리에겐 누구보다 밤의 풍경이 필요해
그 어느 누구도 아닌 너만이 날 위로해
야경이란 게 참 잔인하지 않니
누구의 가시들이 모여 펼쳐진 장관을
분명 누군간 너의 가시를 보며 위로받겠지
우린 서로의 야경, 서로의 달
ps.네 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이제야 13화가 끝났네요.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시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