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실 공기가
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월말 평가 날.
결과가 공개되기 직전이라,
누구 하나 말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달 종합 순위 발표하겠습니다.”
트레이너의 말에
연습생들 시선이 한 번에 앞으로 쏠렸다.
“외모 점수 1위, 유우시.”
익숙한 이름.
당연하다는 듯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우시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서 있었다.
표정 변화도 없고,
기뻐하는 기색도 없다.
익숙하니까.
“실력 점수 1위, 재희.”
그때,
유우시의 시선이 처음으로 움직였다.
뒤쪽.
벽에 기대 서 있던 애 하나.
고개를 살짝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별 감정 없는 얼굴.
그게 더 거슬렸다.
“…쟤야?”
누군가 작게 중얼거렸다.
유우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계속 보고 있었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시선이 안 떨어졌다.
“종합 순위는 이후 공지됩니다.
각자 포지션 연습 이어가세요.”
분위기가 풀리자마자
연습생들이 흩어졌다.
유우시는 그대로 서 있었다.
시선은 아직도 그쪽.
재희는 이미 다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혼자.
아무 일 없다는 듯.
그게 또 마음에 안 들었다.
—
거울 앞.
음악이 반복해서 흘렀다.
유우시는 동작을 맞추다가
잠깐 멈췄다.
거울 너머.
같은 공간.
재희가 있었다.
혼자서,
박자 하나 안 틀리고 움직이고 있었다.
표정도 없다.
힘도 과하게 안 들어간다.
그냥—
잘한다.
“…하.”
유우시가 짧게 웃었다.
왜 저런 애가 올라오는 거지.
외모 점수는 애매하면서.
그렇게 생각했는데,
발걸음이 먼저 움직였다.
툭.
유우시가 일부러 옆에 섰다.
재희는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계속 춤췄다.
유우시가 한 박자 늦게 따라 붙었다.
그리고,
말을 꺼냈다.
“표정 그렇게 해서 카메라 받겠어?”
재희가 그제야 멈췄다.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가까웠다.
생각보다.
잠깐의 정적.
재희가 말했다.
“…상관없지 않나.”
담담한 목소리.
유우시 눈이 살짝 좁아졌다.
“외모 점수 낮으면 티 나.”
재희 시선이 그대로 내려왔다.
유우시 얼굴 한 번 훑는다.
그리고 다시 눈 마주친다.
“…넌 그거 말고 뭐 있음.”
짧게.
그걸로 끝이었다.
—
말이 안 이어졌다.
유우시가 먼저 말을 멈췄다.
그냥,
계속 보고 있었다.
이상하게.
짜증 나는데—
시선이 안 떨어진다.
재희는 다시 음악 틀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움직인다.
유우시는 그대로 서 있었다.
한 박자 늦게.
다시 따라 움직였다.
이번엔 일부러 더 가까이.
스칠 듯 말 듯.
거리를 좁힌다.
그래도—
피하지 않는다.
“…야.”
유우시가 낮게 불렀다.
재희가 멈추지 않은 채로 대답했다.
“왜.”
“계속 볼 거야?”
그 말에,
재희가 멈췄다.
고개를 돌린다.
이번엔 더 가까웠다.
시선이 바로 닿는다.
“…네가 먼저 보잖아.”
정적.
유우시 입이 잠깐 다물렸다.
그리고—
처음으로.
아무 말도 못 했다.
—
연습실 음악이 다시 흘렀다.
둘 사이 거리는,
아까보다 조금 더 가까워져 있었다.
다음 화에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