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깨우면 싫어하려나.
오늘 아침도 전쟁의 시작일텐데.”
그래도 학생인 이상 풀어야겠지. 문제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으나 정말 못 풀겠다.
“음… 모르겠어!”
“깜짝아!”

“…승철이 오빠? 일어났어?”
“방금”
“일찍 일어나는 거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다들 싫어하지만 10분 정도야 일찍 일어나도 되니까.
나 씻고 올게.”
“ 早上好. 睡得好嗎?”(좋은 아침이에요. 잘 잤어요?)
“嗯. 睡得很好. 哥哥睡得好嗎?”
(네. 잘 잤어요. 오빠도 잘 잤어요?)
“응, 나도 잘 잤어. 근데… 너 중국어 할 줄 알았어?”

“뭐 이것저것.”
“언어 하나 배우기도 힘든데, 대단하다.
발음도 괜찮던데”
“고마워”
“이때까지 뭐했는데? 방금 일어난 것 같진 않고”
“공부”
“와…”
“그냥 이번 수능도 쳐보게. 솔직히 밑져야 본전이니까”
“너 하는 거 보면 잘 칠 수 있을 거 같은데…”
“다들 이 정도 하니까 문제지. 나 이만 가볼게”
“하아… 아침부터…”
“뿌엥…나 그냥 공부 열심히 할래. 아직 기회 있다고오…”

“김민규 넌 아침마다 그 소리냐.”
“오빠다, 여주야…”
“어쩔… 빨리 일어나!
난 아침마다 매니저가 되는 기분이라고!”
“방 옮기고 세상 편하게 잤어…”
“오구오구, 불편했어요?”
“너도 불편했겠지?”

“응. 너 가고 나서 얼마나 맘 놓고 잤는지 몰라.”
“둘 다 불편했겠다.
우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네 방에서 재웠었는데.”
“우린 그냥 친구니까, 하고 같이 재웠는데…
생각과 배려라곤 없는 거였네.”
“이찬, 형들한테 대들지 마. 준비하고 나 다른 방 갈게.”
찬이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성의 없는 대답을 날린다.
“이응~”
“아 ㅆ…”
“…쟤 웬일로 욕 안 써?”

“야, 쟤 욕 안 쓰니까 불안한 거 나만 그럼?”
정한이 오빠가 물었다.
“욕 수준이 아닌 욕이긴 했지만
조금 이상함을 느끼긴 했어.”
“어제 쟤한테 욕 쓰지 말라고 한 사람.”
“우지 아닐까. 어제 같이 있었잖아”
“우지 형이 말한다고 들어?”

“여주 말 듣게 하는 방법은 걱정을 섞어서 말하면 돼.
그럼 엄청 잘 들어.
뭐,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 거짓말은 아니지만.”
“그럼… 옷 사러 가자고 하는 것도 걱정을 섞어볼까요”
“일어나요, 오빠들~”
“일어나 있다”

“오오, 오빠 엄청 일찍 일어났네. 어제 늦게 잤을텐데”
“이거랑 그거랑 아무 상관 없어.”
“하아아아암…”
“하품 한 번 요란하다, 이도겸. 일어나!”
“일어났어요…”
“여주야”
“응?”
“너 중국어 할 줄 안다며?”

“일어나서 내 얼굴 보자마자 하는 말이 그거 말고 없어? 나 살짝 서운할라 그러는데…”
“아니. 무슨 그런 섭섭한 소릴. 할 말 있어. 잘 잤어?”
“응, 오빠도 잘 잤어?”
“睡好了.”(잘 잤어)
“하… 아침부터 중국어 듣기 평가 해?”
“오빠야, 쪼개지 마라…”
“너 중국어 빼면 몇 개국어 해?”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와, 누나 멋있어요.”
“누나는 무슨… 방금 두 살 차이로 오빠 취급해달라는
김.민.규. 라는 사람 만나고 왔는데
이젠 3살 차이 나는데도 누나라고 부르는 오빠가 있네.”
“멋있으면 누나지~”

“…자자, 그렇게 따지면 멋있으면 오빠죠?
원우 오빠, 누워만 있지 말고 일어나세요.”
“나 더 이상 안 깨운다. 알아서 준비하고 나가.”
“아침 먹는 사람~”
“와, 아침 조사까지 해?”
“안 먹는 사람 있을까봐…”
“아침은 매니저 분들이 알아서 해주실거야.
여주는 그냥 편하게 있어도 돼.
부담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알았어. 오빠들 다녀와.”
“야, 나도 오빠라고 해줌 안 되냐?”
“…찬이 오빠. 됐지? 넌 누나라고 해봐라.”
“오옷! 여주 누… 못하겠다아!”
하, 분위기 망쳐놓고 엄청 뻔뻔하군. 뿌듯해보이는 건 기분 탓이겠지
“우리도 가야겠다. 나중에 보자, 여주”
“오늘은 일찍 들어와?”
“여주야. 전화하면 나와, 지하 주차장으로.”
“왜?”
“음… 그냥 할 말 있어서. 데리고 가고 싶은 곳도 있고”

“한… 11시쯤 전후로? 나가서 점심도 같이 먹자”
“응, 알았어. 진짜 늦겠다. 가봐.”
요리는 죽어도 안 할 일 없을 것 같고 청소나 할까. 세븐틴 숙소의 몇 개 방을 돌아다닌 결과는 좀 아니 큰 비율로 더러운 방이 더 많았다.
“와… 하나 같이 너무 더러운데. 슈아 오빠랑 민규 빼고. 아, 나 왜 오빠 빼지. 덩치도 제일 큰 애한테.”
“아이돌이라서 뭘 버리고 뭘 놔둬야 하는지 모르겠어…”
그런데도 여기 눌러붙어 살고 있다는 점에서 죄책감을 느낀다거나 하는 건 조금도 없었다.
어떡하냐, 나 완전 이기적인 새끼가 될 거 같은데.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 하는데.
그 순간 책상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주워보니 정한이 오빠의 가족사진이었다. 정한이 오빠 옆에 있는 여자가 윤정연이라는 이름을 가진 정한이 오빠의 동생인건가.
그러고 보니 난 그들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었다. 아주 기초적인 정보밖에 몰랐다. 그래도 난 인터넷을 뒤지거나 지식인 같은 곳에 물어보면 어느 정도의 정보는 나올 것이다.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같은 아주 사소한 부분부터 어디 부분이 컴플렉스인지 하는 깊은 부분까지.
그런데 멤버들은 절대 그럴 수 없다. 난 우선 연예인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그들은 내게 그 어떠한 것도 묻지 않았다. 혹시 내게 아무 관심이 없어서 질문하지 않는 건가. 내심 나에 대한 관심을 바랬다. 내가 그들에게 관심이 많은 것처럼.
분량 조절 대실패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