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우 형부터 녹음할까?”

“그래”
“전부 가성이네.”
“내 옆에 있던 너. 네 옆에 있던 나아-
서로를 만든 우리의 캠프파이어♫♪”
“아 말고 하로 빼볼까?”
“나보다 눈치도 빠르지. 속도 모르고 시간은 흘러가지 쉽진 않았지 너와 나 여기까지도 오는 길 서로만 믿고 왔지”
“그러다 입에 파리 들어간다~”

“멋있잖아. 안 그래?”
“뭐가 그렇게 멋있어”
“음… 자기 일에 집중하는 사람?
평소랑은 완전 다른 모습인데,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존나 멋있어…”
“그래? 너무 귀엽다, 장여주. 나 녹음하고 올게”
“쟤 또 저러네”
“호시 자존심 건드렸어?”
“딱히. 그냥 자기 일에 집중하는 모습이 멋있다고 했지. 저 오빠, 나 좋아하나봐”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어. 다들 너 좋아해”

“난 아닌데, 난 아닌데~”
“아, 예예. 안 물었고요.”
“밤하늘 밝게 비춘 우리의 노랫소리 우리의 웃음소리”
하지만 신기하고 대단한 것도 잠시지, 5시간 동안 신기하고 있을 순 없었다 하품이 터져나오고 눈이 감긴다. 5시에 일어날 땐 안 이랬는데 점점 게을러진다. 석민이 오빠 말을 빌려보자면 이때까지의 힘듦을 보상받는 거라고, 조금 더 풀어져도 된다고 하지만… 과연 그래도 될까 싶다.
“끝!”

“녹음도 보통 일이 아니구나…”
“왜, 지루해?”
“심심해할 줄 알았어. 중간에 가지.”
“그럴 걸 그랬나…”
“힘들어?”
“아무것도 안 하는데 뭘 힘들어”
“아무것도 안 하고 5시간이면
뭐 하는 것보다 힘들겠는데?”

“나가서 뭐 좀 먹고 올까?”
“응! 완전 콜!”
“마실 거라도 사올까?”
“응, 그러자. 세븐틴 고생 많이 했어.
근데… 13명 메뉴 맞춰야하나?”
“메뉴 통일이 제일 어렵긴 해.
그냥 아이스 아님 핫 아메리카노로 가자”
“쓴 거 싫어…”
“커피 싫은데”
“나도”
“하… 애기가 셋이나 있네?”
“13명에 3명이면 평타 쳤지. 범주 형은요?”

“내 것도 사주는 거야? 슈아가?”
“네엡~ 사드릴게요~ 뭐로 살까요?”
“아이스~”
“넹~”
“그냥 세 분은 드시지 마시고,
다른 멤버들은 핫 아이스 골라줄래?”
“진짜 아무것도 없어…?”
“초코라떼로 할까? 명호 오빠도.”
“어, 뭐야. 나 커피 안 먹는 거 말 안 했는데”
“핫, 아이스도 말 안 했고.
내가 인터넷 서치를 많이 해봤거든.”
“너 나무위키 정독했지”

“응, 잘 나와있더라. 블로그에도 많고.”
“여주, 나랑만 같이 가는 거지?”
“응, 그럴거야”
“나도 같이 가!”
“피곤하잖아. 잠시 쉬고 있어”
“…알았어”

“갔다 와.”
“야야야, 나 넘어지겠다”
“아, 미안”
“아이스 아메리카노 5잔, 핫 아메리카노 6잔,
핫 초코라떼 4잔이요.”
“6,100원입니다.”
“그냥… 한 명 더 데리고 올 걸 그랬나.”
“무겁지”
“나보다 한 잔 더 들었잖아.”
“너보다 힘 셀텐데”

“그건… 인정.”
카페와 녹음실은 그리 멀지 않았지만 걸어가기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잠시 이야기가 끊기고 어색한 와중에 그가 날 불렀다.
“여주야”
“응, 왜 그래?”
“이번 수능 친다고 했지?”
“응, 한 번 쳐보고 싶어.
물론 오디션 날짜랑 4일밖에 차이가 안 나긴 하지만…”
“얼마나 차이나는데?”
“오디션은 13일, 수능은 17일”
“할 수 있을 거 같아?”

“그냥 한 번 해보는 거야.
안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건 알고
준비 거의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나 믿고 한 번 쳐보려고”
“자기 믿고 쳐본다는 거. 그게 멋있는 말 같아”
“사실 수능 칠까, 말까 고민 많이 했어.
근데 순영이 오빠가 이런 말을 했더라.
‘그렇게 고민할 거면 그냥 해라’라는 말.”
“그래서 하기로 한 거야? 순영이가 한 건 했네”
“음… 그런 셈이지. 근데 수능 치는데 돈 드는데…”
“그거 하나 못 내줄까봐?
이제 여주는 돈 걱정 안 해도 돼.”
“대신 이번에 못 쳐도 울지 말기.
약속해. 네가 우는 걸 보고 싶지 않거든”

“응, 그럴게. 어차피 이번은 그냥 쳐보는 거니까요”
“잘 치든, 못 치든 수능날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나… 숨기고 있는 애잖아. 들키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들켜도 상관없어. 아니, 난 들켰으면 좋겠는데?
근데 네 마음이 안 좋으면 그냥 시켜먹어도 되구”
“응… 말이라도 고마워”
“그냥 하는 말 아니야. 적어도 난 진심이거든. 알았지?”

“ㅁ,뭐야 갑자기…”
“난 형제 그런 거 없지만,
여동생이 있다면 이런 기분이구나 싶어.
정한이가 왜 정연이를 좋아하는지 알겠다니까”
속으로 현실 남매는 안 그래요, 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건 이 상황과는 맞지 않은 말이니까 잠시 삼켜놓자. 슈아 오빠의 진심이 얼마나 예쁜지…
“멤버들끼리 있을 때보다 더 신나고, 재밌고.
그리고 더 행복한 나날인 거 같아.”
“나…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야.”
“나한텐 네가 엄청 대단한 존재야.”
“만약에, 정말 만약에 말이야”

“세븐틴 해체하면, 물론 그런 일은 없겠지만.
나랑 같이 살자. 이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야.
네 친구들이 했던 그런 듣기 좋은 빈말이 아니야”
“고마워, 오빠.
나도 요즘 이런 게 가족이라는 걸 느끼고 있거든.
죽기 전에는 행복하고 싶었던 내 소원을
이루어줘서 정말 너무너무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