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진짜 오래 걸리네…?”
“싸우는 건 아니겠지.”

“싸우는 건 개뿔… 위로해주러 갔잖아, 이 바보야”
“싸우는 건 아닌데, 둘 다 엄청 피곤한 상태일텐데…”
“그만하고 재울까…? 애들 다 잘텐데.
벌써 새벽 3시 반이잖아.”
“…이도겸 안 잔다에 한표”

“아아아악! 이도겸!”
“으음~ 김민규네~ 오늘은 왜 또 싸우니~”
“아 왝!”
“과자 봉지 던지지 마! 부스러기 다 떨어져!”
“저래서 싸우는구만~”
“낼 아침 스케줄 있다… 빨리 자…”

“고마워, 여주야…”
“별말씀을~ 내가 더 고마워, 말해줘서.”
“미안해… 보니까 벌써 3시간이나 얘기했어.”
“미안할 것도 없지.
내가 나중에 힘들면 너한테 3시간 넘게 얘기할테니까!”
“언제든지 환영이야. 아, 근데 너 내일 왜 나가…?”

“멤버들한테 미안하잖아. 신인인데 힘들거고…”
“…넌 안 힘들어? 안 기대고 싶어?”
“부딪혀보면 알겠지. 힘들지, 안 힘들지.”
찬이는 잠깐 망설이더니 날 보며 말했다.
“그냥… 있어주면 안 될까…”
“…나야 안 그러고 싶을까.
근데 멤버들도 그렇지만, 대표님도 있을 텐데?”
“아…”

“나 진짜 괜찮아. 대신 자주 보러 와줬음 좋겠다.
아, 무리는 하지 말고.”
“내가 안 괜찮은데…”
“살아갈 용기를 얻었어. 내일이 오면 깨야할 한여름,
아니 가을의 꿈과 같지만
그래도 세상에 좋은 사람 많다는 거,
다시금 깨달았으니까. 그래서 다시 살아보려고.”
“너… 죽을 생각도 했었어?”

“음…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실제로 죽을 생각은 없었어. 그건 너무 극단적이고,
내가 어디서 어떻게 행복해질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기다리는 거지, 행복해지기 위해”
“…희망이라곤 안 보이는데도?”
“…응”
“너 진짜 대단하다…
18살이 아니라 꼭 어른을 보는 것 같아…”
“그건 누가 할 소린데.”
“나 이만 갈게. 연습하고 온다고 피곤할 거 아니야.
잘 자, 이찬.”
“…응, 너도 잘자”

“어떻게 됐어?”
“잘 됐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음… 예쁜 말 해줬다고 생각하면 돼.
그거 다 말해주려면 더 오래 걸릴걸?”
“찬이는 네 말에 어떻게 반응했는데?”

“울다가… 나 여기 있으라던데.”
“난 찬성.”
“나도 찬성.”
“너~무 고맙긴 한데, 나도 있고 싶은데,”
“근데 플레디스 사장님도 있고, 캐럿도 있잖아.
난 나 때문에 멤버들이 구설수 안 올랐으면 좋겠거든.”
물론 현실은 그 흔한 동화보다 못해 억울하고, 슬프고 원망스런 일들이 쌓여있지만. 그래도 적어도 그들은, 그 흔한 동화에는 미치지 못할지언정 현실의 씁쓸함을 맛보지 않았으면 했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적어도 현실에서 달콤한 것을 먹으며 쉴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랬다.
“고아를 도와주는 세븐틴~
딱 해서 이미지 메이킹을 하면…”

“와… 정한이 오빠 진짜 나빴다.”
“근데… 난 네가 진짜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
남아서 찬이 친구도 좀 해주고…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다들 좋아하면 모를까,
호시 님은 불편하신 것 같던데…?”
“나 진~짜 괜찮아.
행복이 뭔지 알았으니까 잊지 않고 살게.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할게. 그리고… 다시 찾아올게”
“그리워한단 말이잖아…”

“나 얘 절대 못 보내.”
“…뭘 어쩌게”
“음… 숨길까?”
“내가 죄인이야?”
“괜찮은데?”

“아니 뭘 또 괜찮아! 슈아 오빠!”
“그지. 순영이랑도 못 만나게 하고,
대표님이랑도 못 만나게 하고,
숙소 촬영 같은 거 하면 잠깐 나가있으면 되고.”
“역시 윤정한~”
“저기요, 윤정한 씨, 홍지수 씨?”
내 말에 그제서야 그들은 날 돌아보았다.
“홍지수 씨래… 엄청 오랜만에 들어…”

“아닛! 괜찮지 않아?”
“여주는 어떤데?”
“…참 빨리도 물어본다.”
“어때 여주야, 우리 평생 이렇게 살아도
너 하나는 먹여 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더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걱정 마, 우리 곧 뜰거야.
예쁘다 때부터 우리 점점 상승세잖아.”

“…이제 상승세 타기 시작했는데
나 여기 더 이상 있으면 위험할 것 같아.”
“왜…”
“이미 고아원 신청도 해놨고…”
“그건 취소하면 되잖아!”

정한이 오빠가 발악 아닌 발악을 한다. 대체 내가 뭐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폐 끼치고 싶지 않아. 특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멤버들이 돈 벌어 오는 걸로 날 키울 거잖아요.
그건…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받기만 하면…”
“그게 문제라면 바로 해결해줄 수 있어.”
“안 그래도 멤버가 많아서 집이 그 꼴이거든.
집밥 못 먹은지도 꽤 됐고.
네가 마음이 불편하다면
청소도 해주고 요리도 해주면 되잖아.
뭐, 안 해도 상관은 없다만은.”

“대표님한텐 단체로 가서 설득해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