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전화야?”
“누구 전화야, 라고 물은 사람 전화 같은데”

“…나?”
방문도 닫혀있어 아주 미세한 소리였는데 그걸 나도 듣고, 승관이 오빠도 들은 모양이었다.
방에 들어간 나는 정말로 내게 전화가 왔음을 확인하고 폰을 가지고 나왔다.
02로 시작하는 서울 지역번호. 역시나 모르는 전화번호였다. 허나 성재 오빠의 전화도 처음에는 모르는 전화번호로 시작했다.
그의 전화는 그의 전화인줄도 모르고 설레며 받았었지. 직감적으로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을 알아서.
같은 맥락으로 이 전화를 받는 것도 설렜다.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서.
“장마음 님?”
“음… 네. 제가 마음이긴 한데.”

“안녕하세요. 빅히트 인사운영팀
팀장 김소이라고 합니다”
“네, 무슨 일이신가요?”
“소속사를 찾고 계신다고 하셔서요.
저희 빅히트에서 캐스팅하고 싶습니다!”
“…우와”
폰을 떼낸 이유는 내 환호성이 넘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고, 그녀에게 바로 긍정의 의미를 바로 전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내가 우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아무 반응이 없다는 것을 부정의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저희 빅히트에서는 마음 님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계약 조건은 마음 님이 원하시는대로 정할게요.
그리고…”
어차피 감언이설일 게 뻔했으니 필요하다면 나중에 가서 들으면 된다.
그러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기획사에서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는 수익 창출에 우리할 것이라는 뜻일텐데, 내가 중소 앤터를 선택하려는 이유가 팬덤이 적을 것 같아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대형 기획사의 아티스트들은 팬덤이 넓었고 부담스러울까 중소 기획사를 생각한 건데.
옆에서 중후한 보이스의 남자가 전화기를 달라는 말을 했고 곧 그 사람이 전화기를 넘겨받았다.
“빅히트 대표, 방시혁이라고 합니다”
“어떤 계약 조건도 맞춰줄 수 있어요.
생각해두신 조건이 없으시다면,
마음 님이 만족하실 만한 계약조건을
만들어두겠습니다. 아,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시던데,
원하시는 시기에 컴백도 하고,
쉬기도 할 수 있게 해드릴게요.
필요하면 휴가도 드리고.”
“음… 조금 생각해보고 연락드려도 될까요?”

“긍정적인 답, 기다리겠습니다”
“먼저 전화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누군데? 뭐래?”
“빅히트 인사팀장하고… 대표님.
그리고 캐스팅하고 싶으시대.
내가 제일 유리한 계약조건으로”
“계약 조건은 네가 다 유리하게 만들어줄 수 있어.
활동하면서 필요한 실질적인 것들을 다 넣어야지”
“…어떡해야할 지 모르겠어. 분명 내가 원했던 일인데,
아무 노력 없이 이렇게 굴러오니까 기분이 이상해”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지”

물론 에이핑크 언니들의 말을 듣고 조금 줄여볼까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래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네 심장이 뛰는 곳으로,
네가 할 때 재밌고 행복한 곳으로.”

음중 촬영을 끝내고 찬열 오빠와 약속한 식사자리를 가졌다. 세븐틴만큼이나 이미 친한 오빠여서 하는 얘기는 별다를 게 없었다.
찬열이 오빠도 그것을 아는 듯 했지만 원래 그런 시간이 가장 즐거운 법이었다.
식사를 끝내고 나를 데려다주려는 찬열이 오빠를 간신히 그냥 보내고 바로 버스를 타고 빅히트 건물로 왔다.
중소 앤터지만 그 건물이 뿜는 분위기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그 분위기 속에서도 부드러움이 녹아 있어 꼭 나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검은색 숏코트를 다시 고쳐 입은 뒤 신발끈을 다시 매고 크로스백에 손을 올렸다.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긴장돼서. 카라까지 예쁘게 접은 이후에야 빅히트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마음 님!”
“계약하러 오신 거죠?”
“네!”
“꺄아! 잘 생각했어요!”
“실적 올려서 좋은 거 아니죠?”
“에이~ 맞죠? 제가 소이 님께 도움이 됐다니 기쁘네요”

“하, 마음 님 이름이 괜히 마음이 아니었네요.
제 마음까지 읽으시고”
“엄청 좋아하네요. 대표님 콜할게요”
“네!”
“올라오시랍니다. 카드키는 우선 제 걸로 찍으시고”
“…소이 님은 안 가세요?”
“아직 쉬는 시간이라.”
“…”
하지만 무섭대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니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꽤 큰 건물이라 대표실을 찾아가는 건 까다로웠지만 지도가 상세하게 나와있어 어렵지는 않았다.
“PD님, 마음입니다”

“아, 어서와요, 마음 양. 생각보다 걸음이 빠르네요”
“엘리베이터 타이밍이 기가 막혔습니다”
“빅히트에 와줘서 너무 고마워요”
“아니에요! 먼저 캐스팅해주신 데가
여기밖에 없더라고요…”
“아마 중소 기획사는 엄두가 안 나서일거고,
대형 기획사는 마음 양이 먼저 찾아올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에이~ 너무 띄워주지 마세요.
제 생각엔 제 팬층 얇을 것 같거든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이유는… 없는데. 헤헤”

“그럼… 우리 계약 얘기를 좀 해볼까요?”
“아, 네! 저… 몇 가지 부탁드릴 게 있는데요…”
“우선… 숙소는 제가 지금 사는 곳에 살고 싶어요.
세븐틴 숙소…에 사는데요”
물론 내 캐릭터는 여자친구 이미지가 아닌 ‘멋있는 언니 혹은 누나’인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가수의 열애는 놀랍기 마련이다.
특히 남자 아이돌이랑은 더욱더.
“열애설 걱정은 안 해도 돼요. 공개연애 하셔도 괜찮고”
“세븐틴…은 괜찮을까요?”
“나중에 논란 생기면 알아보는 거로 해요”
“감사합니다, PD님…”

“아, PD님”
“네?”
“어쩌다 세븐틴이랑 같이 사는지 안 궁금하세요?”
“물어도… 돼요?”
“어차피 아셔야해요.
이걸 듣고 떠난 사람도 많아서,
PD님이 꺼려하시면 다른 데로 가야해요…”
“범죄를 저지른 것만 아니면…”
“범죄를 당한 얘기에요”
“…적어도 나쁜 일은 안 했네요. 말해봐요, 들어줄게요”
캐럿봉 그림이 그려져있는 폰케이스를 끼운 폰을 오른손으로 꽉 잡았다. 이 행동이 사연을 말하는 동안 울지 않게 해줄 행동이라고 믿었다.
입에 침을 바르고 숨을 한 번 내쉬고 나서야 입을 열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