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三季_張馬音,一個有13個孩子的孤兒

#14_機構 1

전화벨이 울렸다. 단조로운 기본 벨소리다.

“누구 전화야?”

“누구 전화야, 라고 물은 사람 전화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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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들과 있을 때는 폰을 보지 않는 게 내 철칙이라 내 방 안에 두고 나왔다.
방문도 닫혀있어 아주 미세한 소리였는데 그걸 나도 듣고, 승관이 오빠도 들은 모양이었다.
방에 들어간 나는 정말로 내게 전화가 왔음을 확인하고 폰을 가지고 나왔다.

02로 시작하는 서울 지역번호. 역시나 모르는 전화번호였다. 허나 성재 오빠의 전화도 처음에는 모르는 전화번호로 시작했다.
그의 전화는 그의 전화인줄도 모르고 설레며 받았었지. 직감적으로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을 알아서.

같은 맥락으로 이 전화를 받는 것도 설렜다.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서.

“장마음 님?”

꽤 앳된 여자의 목소리였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봤자 20대 중반을 넘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나와 나이차가 심하지 않을 듯 하여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음… 네. 제가 마음이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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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빅히트 인사운영팀
팀장 김소이라고 합니다”

김소이. 유니크하고 예쁜 이름이다. 사람의 첫인상은 3초만에 결정된다고 하던가. 목소리와 말투, 이름밖에 아는 게 없었는데 굉장한 호감이 갔다. 빅히트에 들어가지 않더래도 계속 친하게 지내고 싶을 만큼.

“네, 무슨 일이신가요?”

“소속사를 찾고 계신다고 하셔서요.
저희 빅히트에서 캐스팅하고 싶습니다!”

“…우와”

소이 님의 말에 살짝 놀라 폰을 떼낸 후 작게 환호성을 질렀다.
폰을 떼낸 이유는 내 환호성이 넘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고, 그녀에게 바로 긍정의 의미를 바로 전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내가 우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아무 반응이 없다는 것을 부정의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저희 빅히트에서는 마음 님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계약 조건은 마음 님이 원하시는대로 정할게요.
그리고…”

그 이후로도 소이 님은 많은 말을 하셨지만 얼떨떨해져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어차피 감언이설일 게 뻔했으니 필요하다면 나중에 가서 들으면 된다.

그러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기획사에서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는 수익 창출에 우리할 것이라는 뜻일텐데, 내가 중소 앤터를 선택하려는 이유가 팬덤이 적을 것 같아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대형 기획사의 아티스트들은 팬덤이 넓었고 부담스러울까 중소 기획사를 생각한 건데.

옆에서 중후한 보이스의 남자가 전화기를 달라는 말을 했고 곧 그 사람이 전화기를 넘겨받았다.

“빅히트 대표, 방시혁이라고 합니다”

그의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큐브며, 쏘스, 빅히트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며 대표님들의 신상은 기본이었으니까.

“어떤 계약 조건도 맞춰줄 수 있어요.
생각해두신 조건이 없으시다면,
마음 님이 만족하실 만한 계약조건을
만들어두겠습니다. 아,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시던데,
원하시는 시기에 컴백도 하고,
쉬기도 할 수 있게 해드릴게요.
필요하면 휴가도 드리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사람의 마음을 홀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내게 먼저 전화가 온 기획사가 아니더냐.

“음… 조금 생각해보고 연락드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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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답, 기다리겠습니다”

“먼저 전화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전화를 끊고 나를 바라보는 13명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러자 석민이 오빠가 물었다.

“누군데? 뭐래?”

“빅히트 인사팀장하고… 대표님.
그리고 캐스팅하고 싶으시대.
내가 제일 유리한 계약조건으로”

“계약 조건은 네가 다 유리하게 만들어줄 수 있어.
활동하면서 필요한 실질적인 것들을 다 넣어야지”

지훈이 오빠가 말했다. 그의 말은 너무도 고마웠지만 내가 필요한 건 그런 것만이 아니었다.

“…어떡해야할 지 모르겠어. 분명 내가 원했던 일인데,
아무 노력 없이 이렇게 굴러오니까 기분이 이상해”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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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이 오빠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루에 반나절 이상을 연습만 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테니까.
물론 에이핑크 언니들의 말을 듣고 조금 줄여볼까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래도”

무기력함과 무능력함을 동시에 느꼈다. 또다시 이들에게 손 벌리고 싶지 않았는데, 그들과 친하지만 그것 외에는 그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는데. 나는 그저 나일 뿐이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네 심장이 뛰는 곳으로,
네가 할 때 재밌고 행복한 곳으로.”

4년 더 살았다고 승철이 오빠는 꽤 어른스러웠다. 그가 어른스럽지 않으면 누가 어른스러울까.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마음의 결정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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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중 촬영을 끝내고 찬열 오빠와 약속한 식사자리를 가졌다. 세븐틴만큼이나 이미 친한 오빠여서 하는 얘기는 별다를 게 없었다.
찬열이 오빠도 그것을 아는 듯 했지만 원래 그런 시간이 가장 즐거운 법이었다.

식사를 끝내고 나를 데려다주려는 찬열이 오빠를 간신히 그냥 보내고 바로 버스를 타고 빅히트 건물로 왔다.

중소 앤터지만 그 건물이 뿜는 분위기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그 분위기 속에서도 부드러움이 녹아 있어 꼭 나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검은색 숏코트를 다시 고쳐 입은 뒤 신발끈을 다시 매고 크로스백에 손을 올렸다.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긴장돼서. 카라까지 예쁘게 접은 이후에야 빅히트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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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밝은 인사에 로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물론 그리 많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 중에는 소이 님으로 추정되는 분이 계셨다.

“마음 님!”

역시. 목소리가 같았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나라는 사람은 단순하고 또 단순한 부분이 있기도 했다.

“계약하러 오신 거죠?”

“네!”

“꺄아! 잘 생각했어요!”

“실적 올려서 좋은 거 아니죠?”

내가 정곡을 찔렀는지 그녀는 흠칫 놀랐다.

“에이~ 맞죠? 제가 소이 님께 도움이 됐다니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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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마음 님 이름이 괜히 마음이 아니었네요.
제 마음까지 읽으시고”

기대했던 것 이상의 리액션이 나왔다. 그녀의 반응에 푸하하 웃고 말았다.

“엄청 좋아하네요. 대표님 콜할게요”

“네!”

소이 님은 급하게 폰을 만지작거리시더니 PD님으로 추정되는 사람과 통화했다.

“올라오시랍니다. 카드키는 우선 제 걸로 찍으시고”

소이 님은 자신의 사원증, 즉 카드키로 문을 열고는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 잠시만요. 저 혼자요?

“…소이 님은 안 가세요?”

“아직 쉬는 시간이라.”

“…”

쉬는 시간이라니 방해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혼자 가기는 무섭고.
하지만 무섭대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니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꽤 큰 건물이라 대표실을 찾아가는 건 까다로웠지만 지도가 상세하게 나와있어 어렵지는 않았다.

“PD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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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목소리로 노크를 하며 말했다. 안쪽에서 우당탕탕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문이 열렸다.

“아, 어서와요, 마음 양. 생각보다 걸음이 빠르네요”

소이 님의 콜을 받고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와서 당황한 모양이었다.

“엘리베이터 타이밍이 기가 막혔습니다”

그렇게 사회 생활을 조금 해두고 대표실 안으로 들어갔다.

“빅히트에 와줘서 너무 고마워요”

“아니에요! 먼저 캐스팅해주신 데가
여기밖에 없더라고요…”

“아마 중소 기획사는 엄두가 안 나서일거고,
대형 기획사는 마음 양이 먼저 찾아올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에이~ 너무 띄워주지 마세요.
제 생각엔 제 팬층 얇을 것 같거든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이유는… 없는데.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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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없는 해맑음에 PD님은 그저 웃으실 뿐이었다.

“그럼… 우리 계약 얘기를 좀 해볼까요?”

“아, 네! 저… 몇 가지 부탁드릴 게 있는데요…”

폰 노트에 몇 가지 적어둔 걸 보기 위해 핸드백에서 폰을 꺼냈다.

“우선… 숙소는 제가 지금 사는 곳에 살고 싶어요.
세븐틴 숙소…에 사는데요”

이제 갓 데뷔한 신인의 열애설은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었다.
물론 내 캐릭터는 여자친구 이미지가 아닌 ‘멋있는 언니 혹은 누나’인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가수의 열애는 놀랍기 마련이다.
특히 남자 아이돌이랑은 더욱더.

“열애설 걱정은 안 해도 돼요. 공개연애 하셔도 괜찮고”

“세븐틴…은 괜찮을까요?”

“나중에 논란 생기면 알아보는 거로 해요”

“감사합니다, PD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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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님은 내 인사에 별 거 아니라는 표정을 지으셨다. 하긴 그는 연예계 짬밥만 몇 십 년이니. 내가 사고를 쳐도 어련히 해결해 주실 분이다.

“아, PD님”

“네?”

“어쩌다 세븐틴이랑 같이 사는지 안 궁금하세요?”

“물어도… 돼요?”

“어차피 아셔야해요.
이걸 듣고 떠난 사람도 많아서,
PD님이 꺼려하시면 다른 데로 가야해요…”

“범죄를 저지른 것만 아니면…”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주 아무렇지 않게. 최대한 무감각하게, 최대한 아무 감정 없이.

“범죄를 당한 얘기에요”

역시나 PD님은 놀라셨다. 그럴 수밖에. 가끔 나는 내 인생을 겪었음에도 놀랐다. 어떻게 그리 잘 버텨왔는지.

“…적어도 나쁜 일은 안 했네요. 말해봐요, 들어줄게요”

내 말을 들어주겠다는 사람은 늘 귀했다. 희소하다는 게 아니라 소중했다.

캐럿봉 그림이 그려져있는 폰케이스를 끼운 폰을 오른손으로 꽉 잡았다. 이 행동이 사연을 말하는 동안 울지 않게 해줄 행동이라고 믿었다.

입에 침을 바르고 숨을 한 번 내쉬고 나서야 입을 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