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설렜는데…”

“왜, 너 나 좋아해?”
분명 들키지 않고 싶었는데, 분위기가 묘했다. 분위기에 취해 고백하고 싶진 않았는데. 모든 준비가 완벽할 때 그 때가 되어서야 진심을 다해 고백하고 싶었는데. 여전히 나는 어리긴 어린 모양이었다.
“응, 나 너 존나 좋아해”
“장난치지 마라, 이찬.
사람 마음 가지고 노는 거 아니야”
“장난 아니야, 마음아. 나 진심이야.
원래도 사람 마음 가지고 장난 안 치지만,
특히 네 마음이라면 존중하다 못해
내가 미칠 지경이니까.”
“…찬아”
거절하지도, 승낙하지도 않은 상태로 그렇게 지내고 싶었다. 예전처럼 아무렇지 않은 친구 사이로. 희망고문일지라도 마음이라면 좋았다.
“알아. 넌 그냥 내가 친구일 뿐이고,
어쩌면 철 없는 동생처럼 보일 수도 있어.
아니, 그게 당연하다고 봐”
“찬아, 너…”
“나도 알아. 네가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지.
지금 네가 하고 싶은 일,
드디어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연애한다고 그걸 포기하면 안 돼.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하거든?
그냥, 그냥 나 혼자만 좋아하고 있는 거야.”
“하, 되게 후련하네. 친구로라도 지내려고
고백 최대한 미뤘는데.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오늘은 분위기 타서 고백해버렸네.
그래도 속에서 썩히는 것보단 나은 듯 싶다”
당황인지, 좋은 감정인지, 어떤 감정들이 섞여 혼란스러운 건지도 알 수 없었다
“언재부터야?”
“잘 모르겠어.
나도 모르는 새에 너에게 빠져있었으니까.
그래도 굳이 찾아보라고 하면
네가 나 위로해줬을 때부터?”
“꽤 오래됐네…”
“생각보다 오래 안 됐을걸.
우리 만난지 3개월은 됐나?
나 안 좋아해도 돼, 마음아.

굳이 날 위로해주려고 하지 않아도 돼.
내 감정이고, 내가 품게 된 마음이니까
내가 책임지는 게 맞는거지”
“널 포기해볼게. 그러니까 설레는 행동 하지 마라”
“괜찮아. 나 사랑 받는 거 좋아하는 거 너도 알잖아.
그게 아무리 남녀간의 사랑이라고 할지라도”
“하지만 그 사랑은… 종류가 많이 다르잖아.
네가 아직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사랑이고,
아직 너도 한 적이 없잖아.
그럼… 낯설다는 게 당연하지.”
“우리 찬이 많이 컸다? 그런 것도 알고”
내가 그들이었다면, 그들과 다른 내 성격이었다면 그녀가 지금 내 앞에 살아있었을 수가 있었을까.
…그러진 못했겠지. 그녀의 옆을 지켰던 그들은 훨씬 어른다웠기에 그녀를 지켜줄 수 있었을테니. 그런 그들과 달리 나는 성숙하지 못했으니까.
“포기는 아직 일러, 찬아.
대신… 조금만 기다려줄 수 있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
근데… 헷갈리게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싫다면 싫다고 얘기해.
그러면 포기가 더 빨라질텐데”

“난… 너한테 안 설렌 줄 알아?”
“헐…”
“근데 아직 좋아하는 건 아니야.
네 말대로 나는 연애라는 걸 해본 적이 없으니까,
사랑도 잘 모르겠어”
“설렌 건 여자라서 그랬어.
솔직히 너, 좋은 놈이니까.
그런데 이게 사람 장마음의 마음인지는 잘 모르겠어.
희망고문하는 건 정말 진심으로 미안해”
그녀 말에 따르면 그녀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모르지만 빠졌을 때의 기분은 아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그런 감정을 느끼는 나를 배려해주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네 마음이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릴게, 천천히 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