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음 님 들어오세요~”
“…엄청 긴장 돼. 지수 오빠랑 같이 올 걸 그랬나.”
“내가 뭐랬어. 엄청 무서울 거라고 그랬지?
고통도 장난 아니야! 근데 왜 하필 슈아 오빠냐?”
“불안한 거 잘 잠재워줘. 그 예쁜 미성으로”
“퍽이나 설득되네”
“네 말은 퍽이나 위로되거든!”

뒤늦게 들어온 정연이는 나의 담담함에 혀를 내둘렀다.
“언제는 무섭다면서.”
“네가 제일로 무섭다. 입 좀 다물고 있어, 자식아.”
“야, 그럼 나 나가있을까.”
“사실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너 진짜 현실 친구다, 야.”
“좋은 의미라고 받아들이겠으”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하실 귀걸이 주세요~”
“셋 세고 뚫을게요”
“네”
“하나, 둘, 셋.”
“에이, 윤정연. 괜히 겁주고 난리냐.”
“우와, 마음 씨. 엄청 잘 참으시네요?”
“그러네요. 엄청 아플 줄 알았는데.”
“감사합니다.”

“하, 겨울 향기 되게 좋지 않냐.”
“너라는 존재는 정말…”
“너 왜 그러냐.”
“너 때리면 승철이 오빠가
가만히 안 있을 거 같아서…”
“웬 승철이 오빠…?
야, 너 승철이 오빠 좋아하냐?”
“에휴, 너 진짜 주책이다.”
“야아, 승철이 오빠 멋있잖아…”
성인 돼서 제대로 꾸미고 작정하고 꼬시면 안 넘어오는 사람이 신기할 정도겠다.
“누가 안 멋있대. 뭔가 기분이 이상해서 그러지.”
“너 승철이 오빠랑 같이 살아서 그런 거 아니야?”
“약간 친오빠 느낌 나.
근데, 너 같은 애랑 되게 잘 어울릴 것 같긴 해.”
“왜? 왜 잘 어울리는데?”
“이거 진지하게 말 안 해주면 너 나 죽일 거지.”

“수능 만점 재수 없는 죄에다가 플러스해서 죽여야지”
“그렇게 무서운 대사를 웃으면서 하면
진짜 무섭거든요”
“승철이 오빠가 쌍꺼풀이 되게 짙은 눈이잖냐.
게다가 분위기가 되게 혼혈? 느낌 나잖아.”
“맞아. 혼혈 느낌 있어. 눈도 크고 피부도 하얘가지고”
“근데 너는 귀공녀 느낌이야.”
“올, 표현 대박인데~”
“정한이 오빠가 귀공자 느낌인데, 둘이 좀 닮았어.”
“2년만 기다려.
승철이 오빠, 너한테 반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라도 고맙다, 친구야.”
“아, 나 찬이한테 고백 받았다?”
“와, 대박! 어떡해…! 너 받아줄거야?”
“모르겠어.”
“왜애? 찬이 매력적이잖아!”
“매력 넘치지. 남사친 말고도 남친으로도
괜찮은 애지. 그건 나도 알아.”
그 말인즉슨, 그의 매력을 느낄 방법이 많다는 말. 하지만 그의 고백에 대한 내 감정은 여전히 모르겠다.
사랑을 한 번도 안 해봐서 그런 걸까. 그렇다기엔 승우를 너무 열렬히 좋아하던 때가 있었는데.
“근데 왜? 남들은 연애 못 해서 안달인데,
너는 왜 기회를 발로 차냐?”
“아직은 아닌 것 같았어.”
"일에 집중하고 싶어서?”
고백은 받았지만 그에게 상처 주고 싶지는 않은 데다가 가수 활동을 이제 막 시작했는데 갑자기 열애설 나면 어떡해야할지.
“아직은. 어떻게 될 지 나도 모르겠어.”

“단 거 먹으러 갈까?”
“음, 나 요즘 다이어트 중이야”
“으어, 너무 힘들겠다.”
“그럼 이제 너 어떡할건데?
거절한 것도 아니면
찬이 희망고문 하는 거 아니야?”
“응… 나도 알아. 그래서 찬이한테 너무 미안한 거야.
어떡해야 찬이한테 상처를 덜 줄 지 모르겠어…”
세븐틴은 오빠가 고민해주는 거라면 친구가 고민해주는 거였으니 같은 위치에서 고민해주는 게 좋았다. 내 감정을 더 공감해주는 것 같아서.
“찬이 태도는 어떤데?”
“아무렇지 않아. 평소랑 똑같아.
따로 상처 받는 눈치도 아니야”
“아무렇지 않은 척 해. 아무 일도 없었단 듯이.
아마 찬이도 그러길 바랄거야.
세븐틴만큼 네 미래 응원하는 사람 또 없잖아.”
“찬이는 아마 그냥 ‘나 이래. 그냥 그렇다고’
약간 요런 느낌일거야.
그만큼 너를 배려해준 것 같은데…
네가 부담스러우면 찬이랑 안 보는 방법도 있어.”
“야! 그건 절대 안 돼! 찬이랑 어떻게 안 봐…
평생 볼 건데!”

“아 그럼 나보고 뭐 어쩌라고!
답을 줘도 난리야, 얘는.
그냥 뮤지컬이나 보러 가자, 마음아.”
해만 지면 세븐틴 연락이 미친 듯이 왔다. 어디냐는 문자, 언제 들어오냐는 카카오톡, 빨리 들어오라고 독촉하는 전화… 한 사람당 이 세트 하나씩만 해도 39통이라 차라리 빨리 들어가는 게 나았다.
“난… 오늘은 들어가봐야할 것 같아”
“아 왜애… 나 오늘 시간 빈단 말이야!
엄마도 이제 좀 놀라 그러고…”
“너, 해지는 시간에 밖에 있을 때
연락 100통 이상 받아본 적 있냐?”
“50통까지는 받아봤어.
정한이 오빠랑 엄마, 아빠랑.
우리 집 약간 딸바보 같아서…”
“우리 집에 그런 사람 열셋이야.”
“다음에 꼭 연극 같이 보러 가자. 나 진짜 보고 싶어.”
“너 워낙 바빠져서 가능할지 모르겠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마음이 없다는 뜻이야.
걱정 마. 너한테 가는 마음은 무한대니까.”

“장마음, 말은 잘 해요…”
“아, 나 승철이 오빠 좋아한다고 절대 말하지 마라~”
“그건 두고보자고~”
“야! 장마음! 말하면 너 죽어, 진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