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얘기할 시간 있는 거야? 바쁠 줄 알았는데…”
“나 데뷔한 지 한 달도 안 됐어요.
스케줄 많이 안 들어와요”
아주 짧은 새 감정이 이리도 빨리 변할 수 있다니 신기했다. 그들이 나를 사랑하는만큼 어느새 나도 그들을 사랑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본론만 물을게요. 저 왜 버렸어요?”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었어, 마음아”
심지어 처음부터 끝까지 빈말이었던 그녀의 태도 때문에 그 변명까지 사실이 아닌 것처럼 들렸다.
“그렇다고 치고… 그럼 저를 고아원에 보내셨어야죠.
왜 그 작은 아기를 버스 정류장에 버린 거죠?
그 행동은 그냥 죽으라는 행동과 다를 바 없잖아요”
“솔직히 네가 커서 우리한테 복수하러
올 거라고 생각했어. 그러니 당연히 겁이 나더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완전 애기 때 기억인데도,
그 때의 기억은 무의식에 박혀 잊히질 않았어요.
기억 나라는 부모님은 기억이 안 나는데…”
“용서 해주길 바라는 게 아니야, 마음아.
너는 우리를 충분히 원망할 자격 있어.
용서하지 않을 권리도 있고. 하지만…”
“그냥 네 부모님, 그러니까 네 편과 네 가족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
“내 편 많아요. 피 섞인 가족만이 내 편이,
내 가족이 되는 게 아니에요.
친가족보다 더 잘해주는 가족이 있어요”

“…그래도 친가족이랑 사는 것과는 다르잖니”
“나도 본론만 할게. 우리 같이 살자.
혼자 산 16년의 세월을 잊을 수 있을 거야.
꼭 그렇게 해줄게”
“난 그 16년, 절대 잊지 않을 거에요.
그 16년으로 저는 많이 성장했으니까요.
친가족보다 더 가족 같고,
친구보다 친구 같은 그들과 살아가면서
더 성장할 거고요”
“같이 살기 싫다는 얘기일까…?”
“물론 같이 살아보고 싶어요.
평범하게 부모님이랑 나,
그렇게 살아보고는 싶은데…”
“너가 가진 가족이 소중하구나”
“네… 만난 지 겨우 2달 넘었지만,
그래도 내 가족이에요”

입 밖으로 꺼낸 ‘가족’이라는 말은 생각보다 따뜻한 힘이 있었다.
“그래, 우선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부모 없는 고아라는 이미지는 연예인으로서 치명적일 수도 있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 나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잘못된 거였다.
“언제든지 마음 바뀌면 여기로 연락 주렴.
돈과 권력이 필요할 때도 언제든 환영이야.”
‘SG 기업 대표이사, 정미애. 010-1234-5678’
굳이 이 명함을 내게 내밀었다는 것은 그저 전화번호만 알려주려는 목적 뿐만 있다는 것이 아님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가수라지만 이제 갓 데뷔한 신인가수. 돈을 많이 벌어도 대기업 대표이사 연봉보다 덜 벌 것임을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 명함을 꺼내든 것이었다. 돈으로라도 내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 명함을 받아들었다.
“돈과 권력, 그런 거 필요하지 않아요.
제가 필요한 건 사소한 행복들입니다,
내 가족과 함께”
“…그런 기회되면 밥이나 먹자”
“네, 우선 알겠습니다.
그런데 과연 기회가 될 지는 잘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