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3_Jang Ma-eum, an orphan with a family of 13

#38_There are not only good people in the world

석우 오빠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헤어, 메이크업을 전담하는 샵이었다. 고급스러운 오렌지 빛의 조명이 샵 안을 가득 채우고, 화사한 채광이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다른 손님들도 많아 기분좋은 소란스러운 분위기였다.


“우와… 나 샵 처음 와봐”

“이제 거의 매일 와야할 거야.
웬만하면 다 여기서 할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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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음방 뛸 때 샵 직원분들이 출장 오시는 건가?”


석우 오빠는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힘든 직업이겠구나. 내 담당 아티스트 분 붙으면 진짜 잘해드려야지.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마음 님 전담 아티스트 김시은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려요”


시은 님은 살짝 미소를 지었고, 곧 기본 화장품을 손에 쥐고 물으셨다.


“오늘은 무슨 촬영이에요?”

“인터뷰에요, 연예가중계. 밖에서 하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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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대신 석우 오빠가 대답해주었고, 곧 시작된 시은 님의 메이크업에 가만히 얼굴을 맡겼다.

차가운 스킨과 로션, 간지러운 브러쉬의 느낌. 속눈썹을 붙이고 뷰러로 속눈썹을 올렸다. 브러쉬의 감촉으로 보아 꽤나 짙은 화장을 한 듯 싶었는데, 아이라인은 아주 짧고 연하게 그렸다.


“다 됐어요. 확인해보세요”


눈을 살짝 떠서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확인했다. 모공은 흔적도 보이지 않게 사라졌고, 틴트인지, 립스틱인지 연한 분홍색으로 바른 입술은 생기 있어보였다.


“우와… 진짜 대단하시다. 저는 이렇게 못하겠던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이리저리 확인했다. 분명히 꾸몄지만 나다움을 숨기지 않은 메이크업이었다. 어쩜 이렇게 실력이 좋으실까.


“메이크업 하시다 궁금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시은 님은 싱긋 웃으며 내게 명함을 건넸다.


“진짜 너무 감사해요…”

“아니에요. 이게 제 일인데요. 근데요…”


태리 님은 무슨 말을 하시려는 건지 말꼬리를 늘렸다. 나는 의아해하며 그녀를 우선 안심시켜주었다.


“괜찮아요,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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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실례가 안 된다면”


무슨 말을 할 건지 어느 정도 예상은 갔지만 우선 모른 척 하기로 했다. 혼자 예상했다가 행동했는데 본 목적이 그곳에 없다면 꽤나 민망했기 때문이다.


“저 사진이랑, 싸인 한 번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제 동생들이 너무 팬이어서요.”

“물론이죠. 어디다가 싸인해드릴까요?”


민망하지 않게 끝까지 샵 홍보를 위한 싸인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가방에서 내 앨범을 꺼내왔고, 그런 생각을 와르르 무너뜨려버렸다.


“감사합니다.”


완전히 말투가 바뀐 건 아니지만. 적어도 사자도 씹어먹을 듯한 비즈니스식 말투보다는 더 풀려있는 말투다.

일에서는 매우 열정적인 분이신 모양이었다. 되게 멋있다고 생각하며 앨범에 싸인을 슥슥 해주었다.


“사실, 마음 님 이제 신인 가수라고
선생님들이 안 하시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이제 갓 아티스트 된 제가 맡게 됐어요.
잘 부탁드릴게요.”


그녀는 나에게 악수를 뜻하는 손을 내밀었고, 나는 빙그레 웃으며 손을 잡아 악수했다. 손을 떼자마자 검지손가락으로 머리를 살짝 긁으며 그녀가 말했다.


“물론 실력이 조금 떨어지는 건 맞아요.
근데, 노력 진짜 많이 할 거에요.
저, 마음 님 전담 아티스트 해도 되죠…?”


그렇게 생각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어차피 내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데, 본인이 그렇게 생각한다니, 자존감이 낮아지진 않았을까 걱정됐다.


“저도 이제 막 데뷔했잖아요.
같이 성장해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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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 말에 무척이나 감동 먹은 듯 했다. 다행이다. 아주 작은 말 한 마디로도 시은 님의 기분을 좋게 만들 수가 있어서.


“아, 그리고 그냥 마음이라고 불러주세요.
전 언니라고 부를게요. 계속 볼 거니까요, 저희.”


편하게 불러달라는 말에 그녀는 잠시 당황했다. 공사를 확실하게 지키시는 분이니, 조금 난처했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급하게 말을 붙였다. 평생 볼 거면 친한 쪽이 더 좋지 않을까,라는 뜻을 담아서.


“어떻게 부르든 상관 없어요.
마음 씨 편하신 대로 해요.”

“네네! 그럼 언니도 저 편하게
마음이라고 불러주세요!”


시은이 언니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던 석우 오빠가 빨리 가야한다는 눈치를 주었다. 웃으며 시은이 언니의 번호를 딴 뒤 헤어를 받으러 자리를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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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녕하세요. 어떤 헤어스타일 해드릴까요”


말 시작 했을 때부터 끝날 때까지 정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말. 아무래도 나는 손님인데,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밖에서 하는 인터뷰에요.
알아서 해주실 수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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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알았는지 석우 오빠의 말투도 무척이나 예의 발라졌고, 그럼에도 헤어 스타일리스트는 여전히 마음에 안 드는지 대답도 성의 없이 하고 헤어 스타일링을 시작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세상엔 세븐틴이나 내 팬들 같은 사람만 있는 게 아니구나.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실제로 당하니 기분이 생각보다 더 나빴다.

사람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기분, 배척받는 기분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아,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 사람들을 상대했었는데, 지금이라고 못할 건 뭐지.

세븐틴이 나를 너무 오냐오냐 해주니까 내 안의 강한 마음이가 사라지고 있었다. 다시 불러일으킬 때였다.


“숱이 너무 많으세요. 혹시 숱도 칠까요?”

“물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요.
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네요”


나를 대하던 그녀의 태도 그대로 그녀에게 대했고, 그녀는 짜증나는지, 아니면 실수인 건지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아!”


마음 같아서는 진상을 다 부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여기서 발끈하면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기 딱 좋았다.


“조심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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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기분은 이미 지독히 상했지만 내가 받을 수 있는 건 영혼 없는 사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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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상처뿐인 헤어를 마치고 인터뷰 장소로 향할 때였다. 연예인으로서 안티들에게 지겹게도 당할 태도니, 잊어야하는데 잊히지가 않았다.

기분도 여전히 화가 나면서 어이가 없고 억울했다. 고작 자신이 싫어하는 연예인이라고 이런 태도로 사람을 대해도 되는 걸까. 그 순간, 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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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이의 톡에 약간 나빴던 기분이 스르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고작 그런 사람들 때문에 내 기분까지 좌지우지 될 필요는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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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주소를 보냈다. 지민이의 반응이 너무 고마운 건 당연지사였다. 폰화면을 끄고 폰 충전기를 꽂아놓고 문 쪽의 구멍에 툭 하고 놓았다.


“기분 괜찮아? 그 사람 엄청 무례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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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뭐, 앞으로 지겹게 당해야할텐데,
매번 기분 나빠하고 싶지 않아.
그리고 내 인생에 도움도 되지 않을 인간이
지껄이는 말에 내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필요 없어.
내가 신경 써야 하는 사람은 따로 있으니까.”


싱긋 웃으며 나를 걱정하는 석우 오빠의 불안을 잠재워주었다. 석우 오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석우 오빠는 내가 사랑만 받고 큰 아이인줄로만 아는 것 같았다. 그러니 조금만 태도가 차가워도 상처를 받는 줄 알았겠지.

계속 봐야한다면,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내 과거를 알려야하지 않을까.

오늘 인터뷰에서 내 과거를 밝힐 생각이었지만, 그에게는 조금 더 일찍 말해야하지 않을까.

머리로는 그리 생각했지만 마음은 그와 다른지 입은 굳게 다물려 열리지 않았다. 묘하게 싸한 느낌 때문에 무의식에서 알리지 말라고 명령하는 것 같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무의식을 따르기로 했다. 무의식의 직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