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나 샵 처음 와봐”
“이제 거의 매일 와야할 거야.
웬만하면 다 여기서 할거니까”

“음, 음방 뛸 때 샵 직원분들이 출장 오시는 건가?”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마음 님 전담 아티스트 김시은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려요”
“오늘은 무슨 촬영이에요?”
“인터뷰에요, 연예가중계. 밖에서 하는 거에요”

차가운 스킨과 로션, 간지러운 브러쉬의 느낌. 속눈썹을 붙이고 뷰러로 속눈썹을 올렸다. 브러쉬의 감촉으로 보아 꽤나 짙은 화장을 한 듯 싶었는데, 아이라인은 아주 짧고 연하게 그렸다.
“다 됐어요. 확인해보세요”
“우와… 진짜 대단하시다. 저는 이렇게 못하겠던데”
“메이크업 하시다 궁금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진짜 너무 감사해요…”
“아니에요. 이게 제 일인데요. 근데요…”
“괜찮아요, 말씀해주세요.”

“진짜 실례가 안 된다면”
“저 사진이랑, 싸인 한 번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제 동생들이 너무 팬이어서요.”
“물론이죠. 어디다가 싸인해드릴까요?”
“감사합니다.”
일에서는 매우 열정적인 분이신 모양이었다. 되게 멋있다고 생각하며 앨범에 싸인을 슥슥 해주었다.
“사실, 마음 님 이제 신인 가수라고
선생님들이 안 하시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이제 갓 아티스트 된 제가 맡게 됐어요.
잘 부탁드릴게요.”
“물론 실력이 조금 떨어지는 건 맞아요.
근데, 노력 진짜 많이 할 거에요.
저, 마음 님 전담 아티스트 해도 되죠…?”
“저도 이제 막 데뷔했잖아요.
같이 성장해가는 거죠.”

“아, 그리고 그냥 마음이라고 불러주세요.
전 언니라고 부를게요. 계속 볼 거니까요, 저희.”
“어떻게 부르든 상관 없어요.
마음 씨 편하신 대로 해요.”
“네네! 그럼 언니도 저 편하게
마음이라고 불러주세요!”

“네, 안녕하세요. 어떤 헤어스타일 해드릴까요”
“밖에서 하는 인터뷰에요.
알아서 해주실 수 있으세요?”

속으로 생각했다. 세상엔 세븐틴이나 내 팬들 같은 사람만 있는 게 아니구나.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실제로 당하니 기분이 생각보다 더 나빴다.
사람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기분, 배척받는 기분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아,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 사람들을 상대했었는데, 지금이라고 못할 건 뭐지.
세븐틴이 나를 너무 오냐오냐 해주니까 내 안의 강한 마음이가 사라지고 있었다. 다시 불러일으킬 때였다.
“숱이 너무 많으세요. 혹시 숱도 칠까요?”
“물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요.
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네요”
“아!”
“조심 좀 해주세요”

“죄송합니다”

그렇게 상처뿐인 헤어를 마치고 인터뷰 장소로 향할 때였다. 연예인으로서 안티들에게 지겹게도 당할 태도니, 잊어야하는데 잊히지가 않았다.
기분도 여전히 화가 나면서 어이가 없고 억울했다. 고작 자신이 싫어하는 연예인이라고 이런 태도로 사람을 대해도 되는 걸까. 그 순간, 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지민이의 톡에 약간 나빴던 기분이 스르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고작 그런 사람들 때문에 내 기분까지 좌지우지 될 필요는 없었는데.

마지막으로 주소를 보냈다. 지민이의 반응이 너무 고마운 건 당연지사였다. 폰화면을 끄고 폰 충전기를 꽂아놓고 문 쪽의 구멍에 툭 하고 놓았다.
“기분 괜찮아? 그 사람 엄청 무례하던데.”

“응. 뭐, 앞으로 지겹게 당해야할텐데,
매번 기분 나빠하고 싶지 않아.
그리고 내 인생에 도움도 되지 않을 인간이
지껄이는 말에 내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필요 없어.
내가 신경 써야 하는 사람은 따로 있으니까.”
석우 오빠는 내가 사랑만 받고 큰 아이인줄로만 아는 것 같았다. 그러니 조금만 태도가 차가워도 상처를 받는 줄 알았겠지.
계속 봐야한다면,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내 과거를 알려야하지 않을까.
오늘 인터뷰에서 내 과거를 밝힐 생각이었지만, 그에게는 조금 더 일찍 말해야하지 않을까.
머리로는 그리 생각했지만 마음은 그와 다른지 입은 굳게 다물려 열리지 않았다. 묘하게 싸한 느낌 때문에 무의식에서 알리지 말라고 명령하는 것 같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무의식을 따르기로 했다. 무의식의 직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