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씨! 이쪽이요!”
남성 분이셨는데 키는 그리 크지 않으셨지만 멀리서도 누군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존재감이 대단하셨다. 생긋 웃으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시청자 분들께 인사 한 마디 해주세요”
“Heartbeat! 안녕하세요, 장마음입니다!”

“네, 오늘 이렇게 게릴라 데이트의 주인공이 되셨어요.
기분이 어떠신지 여쭤볼게요”
“음, 사실 엄청 긴장되네요.
방송은 음악방송 밖에 안 해서
우리 팬분들을 보는 게 이번이 두 번째거든요”
“게릴라 데이트라서 팬들을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겠네요!”
그 많은 사람들을 우리를 바라보고 있으니 조금 떨렸지만 소중한 팬들이라고 생각하니 긴장은 금방 풀렸다.
“맞아요. 이제 한 명, 한 명, 얼굴을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자리라서 너무 좋아요.”

새삼 느끼지만 자신의 일에 집중하시는 분들은 진짜 멋있는 것 같았다. 몇 시간 전의 시은이 언니나, 세븐틴처럼.
“네, 좋습니다! 이렇게나 많은 팬들이 와주셨는데요,
오늘 마음 씨랑 얘기 안 하면
진짜 서러워서 못 살겠다!
하는 분 있으실까요?”
“자, 저기 남색 교복 입은 여학생!”
아니나다를까, 옆에 지민이가 서있었다. 지민이는 작게 주먹을 쥐는 것으로 응원했고, 완전히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그 여학생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안녕하세요. 이름이 뭐에요?”
“최시현이요! 최시현!
언니가 제 이름 기억해주면
진짜 소원이 없을 거 같은데…”
“기억해보도록 노력할게요.
사실 시현 양이 두 번째로 만나는 팬이거든요.
아마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와, 진짜 영광이에요”
“그럼 우리 시현 양은 몇 살이에요?”
“열일곱. 고1 이에요”
“그럼 이제 고2 되겠네요. 안 떨려요?”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은 늘 떨리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없고요.”
“그래도 시현이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간다면”
그리고 더 좋은 것은 누군가를 웃게 만들 수 있고, 누군가의 청춘 한 구석에 자리잡을 수 있는 사람이 나라는 사실이었다.
가수하기 참 잘한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도 했지만, 누군가를 웃게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게 활력을 불어주었다.
“허어, 역시 언니 말 너무 예쁘게 해요”
“시현이가 더 예뻐요”
다만 그 사실을 잊고 사는 것뿐. 잊고 살기에 자존감마저 바닥을 찍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 사람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내 팬에게만이라도 전하고 싶었다.
“시현이는 시현이만의 아름다움이 있어요.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지요.
나라는 뜻인 아름이란 단어를 품고 있는 게
바로 아름답다는 단어죠.
나다운 게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줬으면 좋겠어요.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하는 말이에요.”

“자, 그럼 시현 양이랑 아이컨택 5초, 할까요?”
곧 시현이와 내 사이에 진행 카드가 들어왔고, 치워지자마자 가장 사랑스러운 무언가를 보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우와, 언니 진짜 그 눈 어떡할거에요…
그 눈빛으로 남자들 다 홀리는 거 아니죠?”
“음, 가능성 있다는 말 같네요.
한 번도 안 해봤는데 해볼까요?”
“아뇨아뇨! 절대 하지 마요!
언니 열애설 나면 나 울 것 같아…”
“근데 또 시간 지나고 언니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응원할 것 같기는 하고…”
“저 좋아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우리 오래 봐요”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올 줄 알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죠”
“행복하게 살아요. 언제나 옆에 있을게요”
수많은 인파 중에 몇 사람만과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라이브라도 키던가 해야겠다.
“안녕하세요”

“최도하에요. 최, 도, 하.”
“마음 님 나무위키에 뭘 더 채우고 싶은데,
알려진 게 너무 없어요… 파봐도 안 나오고…”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요.
대답할 수 있는 한에서는 대답해줄게요”

“허어! 진짜요? 그럼 몇 가지 물어봐도 돼요?”
“제일 친한 연예인은? 엑소 찬열 님 빼고!”
“세븐틴이랑 가족 수준으로 친해요.
에이핑크 언니들이랑도 친하고,
비투비 오빠들이랑도 친해요”
“키가 얼마에요? 아, 이건 실례인가…”
“아니에요. 제 키는 158입니다.
올린 것도 없고, 내린 것도 없는 진짜 제 키에요”
“다음 앨범은 언제 나올 것 같아요?
팬들 존버타고 있어요…”
“이런 말이 있어요. 존버는 성공한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곡도 쓰고,
이리저리 준비 많이 하고 있으니까요.”

“팬클럽 이름은 언제… 그리고 마음 님
공식 로고도 아직 없어요. 저 진짜 너무 슬퍼요”
“그것도 준비하고 있어요.
아이디어는 몇 개 나왔는데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네요. 죄송해요…”
“아니에요. 사실 상관 없어요.
못 불리는 건 좀 아쉽지만,
어차피 계속 마음 님 팬으로 남아있을 테니까.”
하지만 막상 그 자리에 서보니 알 것 같았다. 그 사랑은 우리 흔히 생각하는 사랑의 종류가 아니었다. 사랑 중에서도 더욱 형용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의 사랑. 그런 사랑이었다.
“진짜… 너무 감동인 거 알아요?
이름 꼭 기억할게요!”

“와, 저 진짜 영광인 거 알아요?
도저히 탈덕 따위 있을 수 없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