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107화. 수술대

sophie97
2026.10.20Views 32
“수술? 정밀 검사 결과 나왔어?
수술… 해도 된대?”
엉겁결에 내 편지를 건네받은 태형 씨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응. 방금 결과 듣고 나왔어.
수술 날짜 잡히는 대로 얘기해 준대.”
“정아야…”
태형 씨가 내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
“그렇게 애처롭게 좀 부르지마.
나 지금도, 앞으로도 괜찮을거야."
"그런데...내가 힘들 때마다 태형 씨가
내 옆에 있었던 거 알아?
고맙게 생각해…
진심으로 고마워. 태형 씨”
“갑자기 쥐여 줘서 받긴 했지만,
이 편지 네가 직접 훈지한테 전해 줘.
괜찮다면서 이런 걸 왜 나한테 시켜.
수술받고, 잘 회복해서 주면 되지.”
태형 씨는 내게 받은 편지를
다시 내밀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태형 씨한테 잠시 맡겨 두는 거야.
잘 회복하고 나면
내가 다시 가져올 거니까
걱정하지 마.”
나는 그에게 편지를 맡긴 뒤,
중환자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훈지 씨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훈지 씨 가족들은 기뻐하면서도
여전히 걱정을 떨쳐낼 수 없었다.
오히려 내가 그들을 안심시키고 있었다.
나 역시 떨리고 무서웠다.
누구한테 기대어 이 두려움을 털어놓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태형 씨는 나 때문에 더 두려워 할테고,
언니는 그러면 수술을 하지 말라고 할테고,
이 소식을 모르는 원희 오빠에게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수연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간의 이야기를 들은 수연이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연아…
그런데 나도 떨리고 무서워.
다른 사람들한테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너무 떨려서 죽을 거 같아.
훈지 씨를 살릴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은데…
그런데 겁나…바보처럼…”
“정아야!! 내 친구 정아야.
잘 들어.
너한테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걱정하지마!!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신한테 가서 따질 거야.
나 싸움 잘 하는 거 알지?”
“잘 되겠지?
아무 일도 없겠지?
나… 다시 너 볼 수 있겠지?”
“그런 바보 같은 소리가 어디 있어?
그런 일 절대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마.
사랑을 위해서 용감하게 나선 네가
내 친구라는 게 무지무지 자랑스럽다.”
“…너한테 전화하길 잘 했다.
네 말을 들으니까 용기가 나.
나, 잘 하고 올게.
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야.
그거 알지? 수연아?”
“어… 알아…
수술 잘하고… 정아야…
수술하는 날 내가 갈게.”
“아니야. 오지마.
그럼 내 발길이 더 안 떨어질 거 같아.
내가 수술하고 나면 그 때 와서 나 웃겨 줘.”
“알았어. 정아 네가 하라는 대로 할게.”
“수연아.. 네가 먼저 끊어.
우리 수술 끝나고 보자.”
“…응…”
‘쎈 척은 혼자 다 하면서 결국에는…’
말도 다 잇지 못 한 채
수연이가 전화를 끊어 버렸다.
며칠 후, 수술 날짜가 잡혔다.
집으로 돌아와 대청소를 했다.
집에 있는 훈지 씨의 짐이 생각보다 많았다.
밀린 빨래도 하고,
병원에 가져 갈 짐도 챙겼다.
그리고, 엄마 아빠네 집으로 향했다.
차에 실린 내 가방을 보시고는
여행 가는 짐으로 생각하셨다.
병원에 도착해 입원 수속을 밟았다.
마지막으로
중환자실에 있는 훈지 씨를 면회했다.
이번에는 자고 있는 훈지 씨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훈지 씨!! 우리 같이 힘내요!!
그리고 곧 만나요. 나의 세모네모’
이 말을 마지막으로 마음 속에 새긴 뒤,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돌렸다.
이틀 후,
수술실로 향하는 침대에 누웠다.
무서워하는 대신
나는 훈지 씨를 살릴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기로 했다.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향하는 동안,
처음 훈지 씨를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
어느 늦여름 날,
차에서 내리던 나는
차 문에 걸린 카디건 팔에 목이 졸렸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훈지 씨가
내 모습을 보고 웃고 있었다.
“…” <108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