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60화. 박력의 훈지

sophie97
2026.09.21Views 76
그 다음 날 언니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이번 주 금요일 저녁?
아니...카페도 아니고 바로 식당이잖아!"
나는 곧바로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왜 하필 저녁이야?
그리고 카페에서 만나서 커피나 한잔 마시고
헤어지는 것도 아니고."
나는 조금 황당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스시집이야?"
"그 사람이 그 다음날 바로 출장이 잡혔어.
한 달이나 있다 온대.
그래서 금요일 퇴근하고 저녁 먹으면서
만나라고 그렇게 잡은 거야.
너 펑크내면 아주 알아서 해!"
"하..."
나는 훈지 씨에게 약속한 대로
날짜와 장소를 메시지로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렇게나 빨리 만나요?"
"그 사람이 출장을 간대요.
한달 동안."
"아니, 그 한 달도 못 기다린대요?"
"아... 몰라요.
우리 언니 진짜 짜증 나..."
"그러면서 웃고 있는 거 아니죠?"
"훈지 씨, 지금 나를 못 믿는 거에요?"
"믿기는 하는데..."
훈지 씨가 잠시 말을 멈췄다.
"사람 속은 또 모르는 거니까."
"이러면 나 진짜 억울해요."
나는 한숨을 삼키며 말했다.
"언니 때문에 억지로 나가는 건데
이렇게 오해까지 받으면 진짜 억울하다고요."
"알았어요.
누가 뭐래요?"
"나는 훈지 씨 밖에 없어요.
알죠?"
"갑자기 달콤하게 이야기하니까
더 수상하긴 하다."
"자꾸 이렇게 놀릴 거면 끊어요."
"가서 잘 만나고 와요."
'뭐지... 이 쎄한 느낌은...'
나는 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화면을 바라봤다.
드디어 금요일이 되었다.
나는 카페 일을 마치자마자
약속 장소로 급하게 이동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 이름을 말하자
룸으로 안내받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미 맞선남이 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정아 씨.
이쪽으로 앉으세요."
그는 매너 좋게 의자를 빼 주었다.
"감사합니다."
나는 자리에 앉으며
그를 바라봤다.
"선배님이 처제 자랑을 많이 하시길래
어떤 분이신가 궁금했어요."
"네..."
순간,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번역일을 하신다구요?"
"네..."
"선배님께서 정아 씨가 유능하시고,
결혼 준비도 다 되어 있으시다고 하시던데요."
"아니에요."
나는 손사래를 쳤다.
"스페인에 가서 몇 년 놀고 오느라고
집도 팔고, 돈도 얼마 없어요."
"아... 스페인에요?
멋지시네요.
다들 그런 로망이 있어도 실천하기 힘든데."
"철이 없는 거죠."
나는 피식 웃었다.
"가서 집 판 돈도 다 쓰고...
요새 영어 할 줄 아는 사람도 많고 해서
번역 일도 많이 줄어서 없어요."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카페도 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요새 카페가 좀 많아야죠.
한집 건너 카페잖아요.
인건비도 안 나와요."
"힘드시겠어요."
"그래서 전 결혼하면 일 다 때쳐 치우려구요."
"뭐... 결혼하고 내조 잘 하는 것도 좋죠."
"요리라고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제가 정리 정돈에도 재주가 없어요."
"그런 건 전문가 시키면 되죠 뭐.
드시면서 말씀 하세요."
'와... 이 사람 강적이네...
뭐 이리 술술 잘 넘겨.'
그때였다.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나는 무심코 열린 문을 바라보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다.
"훈지 씨?"
"정아, 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훈지 씨가 여길 어떻게?"
훈지 씨는 내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맞선남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정아가 제가 잠깐 시간을 갖자는 걸
헤어지자는 걸로 오해했나 봐요.
죄송해요.
이런 실례를 하면 안 되는 건데..."
그는 나를 바라봤다.
"정아, 너 뭐해? 일어나."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는 내가 잠깐 삐쳐서 한 말 가지고
이렇게 쪼르르 맞선 자리나 나오고
이러면 나 진짜 실망이야."
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나의 손을 잡고
그가 나를 일으켰다.
훈지 씨는 맞선남에게
다시 한 번 사과를 하더니
나를 데리고 방에서 나왔다.
"훈지 씨.
여기까지 오면 어떡해요?
나 언니랑 형부한테 뭐라고 해요?"
"앞으로 나 보면서 살거 아니야?"
나는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넋이 나갔다.
"아니... 그런데 왜 갑자기 반말을 해요?"
훈지 씨가 나를 빤히 바라봤다.
"그럼 정아 너도 반말 해.
나는 앞으로 너한테 반말하기로 했어.
빨리 안 따라오고 뭐해?"
나는 앞으로 박력있게 걸어가는
훈지 씨를 보면서 생각했다.
'아니...뭐야? 박훈지.
왜 이렇게 박력있어?
완전 멋있어!!'
"훈지 씨. 같이 가요!"
"정말 그게 먹힐까?" <61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