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 Blue”

Episode 25 | The Key to the Memory Box

늘 입 밖으로 꺼내고 싶었던 말들 중 하나를 내뱉었다. 사랑한다, 좋아한다, 그리고 그리웠다. 그 많은 말들 중, 겨우 한 마디일 뿐인데. 왜이리 가슴이 뭉클해지는지.

사랑하다는 말을 끝으로 아무말 없이 여주의 눈을 내려다보았다.

그녀 또한, 나와 같이 아무말 하지 않고 있었으나. 그녀 답게, 표정에서 다 들어나고 있었다.

‘사랑한다.’ 이 한마디가 뭐라고, 사람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일까.

김여주 image

김여주

…내가 그 말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요?.

박지민 image

박지민

…네, 알아요.

금방이라도 투명한 유리 구슬이 뺨 위로 흘러내릴 것 같은 얼굴이였다. 그리고 팔 사이로 들어오는 여주의 두 팔.

김여주 image

김여주

아무것도 몰라요. 당신은,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이것만은 확실했다. 저 눈물이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기쁨에 눈물이라는 것을. 난 씁쓸히 웃으며_ 그녀의 작은 등을 쓸어내렸다.

박지민 image

박지민

…미안해요. 나한테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어요.

당신을 아프게 한 사람이 나에요. 라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그것도 금새 가라앉았다. 여전히 나는 겁 많은 겁쟁이 였다.

이 따뜻한 품이 뭐라고, 진실을 말하기 두려운 것일까.

김여주 image

김여주

…이젠 다_ 상관없어요. 그게 무엇이든지.

울음을 애써 참는 것일까. 무엇에 목이 가득- 막힌 소리로 말하며, 아이처럼 더욱 안겨오는 여주의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김여주 image

김여주

하나만 약속해줘요. 또, 떠나지 않겠다고…

박지민 image

박지민

…당신이 날 떠나지 않는 한.

그러고서 한참이 지났을까. 울다지쳐 잠이든 여주 옆에서 얼굴만 보다가, 나도 잠이 든 건지. 까만 시야 사이로 느껴지는 시선.

박지민 image

박지민

……아,

잘 잤어요?. 라며 제 팔을 밴채 바라보는 여주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삐죽, 하고 튀어나와 있는 머리카락 하며. 금방 일어난 건지 잠겨있는 목소리 하며. 쓸데없이 이런 것 조차 예뻐보였다.

박지민 image

박지민

여주씨는요?.

김여주 image

김여주

나도요.

잠이 덜 깬 얼굴로 미소지어보이는 여주에, 새삼 진짜 나 김여주 없으면 안되는구나. 라는 생각에 덩달아 나도 자연스레 웃음이 흘러나왔다.

김여주 image

김여주

어때요. 나한테 두 번째로 진 소감은?.

음… 두 번이나 되나?. 장난스럽게 기억이 안나는 척 똑바로 누워, 미간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 여주가 손가락을 붙잡고 내린다.

김여주 image

김여주

기억 안 나는척하는거에요?.

얼마 안 된일인데 벌써 잊어버린거냐며, 서운해 하는 티를 팍팍- 내는 얼굴로 미간을 찌푸리는 여주에 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김여주 image

김여주

저번에 나한테 계약일로, 졌다고 인정했잖아요.

박지민 image

박지민

장난 친거에요. 장난. 당연히 알고 있어요.

내 입으로 말 했는데, 어떻게 기억을 못 해요. 삐친 얼굴로 자연스레 파고드는 여주에, 나 또한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김여주 image

김여주

…우리 사귀는거 맞죠?. 그러니까, 나 이렇게 안아주는거죠?.

박지민 image

박지민

…네.

사귄다. 라는 말에도 실감이 나지 않던 지금이. 따뜻하게 안아오는 작은 품에 실감이 나기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아무말 없이 서로의 허리를 끌어안은채 안고있었을까. 가슴팍에 손을 올려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던 여주가 나지막히 물었다.

김여주 image

김여주

…미국은, 살만했어요?.

박지민 image

박지민

아뇨… 싫은 것 투성이 였어요.

적응하지 못하던 환경도, 음식도, 동양인이라 차별하던 사람들도. 여주의 뒷머리를 쓸어내리며 말하자, 그녀가 천천히 올려다보았다.

박지민 image

박지민

그런데, 더 싫었던 건 뭔지 알아요?.

김여주 image

김여주

…뭔데요?.

네가 보고 싶었는데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빨리 깨달았을 때.

박지민 image

박지민

…말이 너무 안 통했거든요ㅎ.

“비서 아저씨. 주희가… 나 없이도 잘 지낼까요?.”

“잘 지내실겁니다.”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봐달라고하면, 아버지한테 말 하실거…죠?.”

“……”

“네… 알겠어요.”

김여주 image

김여주

힘들었겠네요…

따뜻한 손길이 뺨에 닿아왔다. 안쓰럽단 얼굴로 내 얼굴을 여러번 엄지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는 그녀가, 너무_ 좋았다.

박지민 image

박지민

…나 지금 많이 안쓰러워요?.

김여주 image

김여주

네. 엄청 많이.

박지민 image

박지민

……

먼 땅에서 살아남으려고 했던 행동들이. 이 작은 위로에_ 20년의 세월을 보상받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김여주 image

김여주

나한테는요_ 이런 모습 많이 보여주세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모습을 봐서 좋을게 뭐가 있다고. 좋은 것만 보여도 모자를 판에.

김여주 image

김여주

좋은 모습도, 안 좋은 모습도 다 당신이잖아.

김여주 image

김여주

긴 시간동안_ 몰랐던 걸 다 알고싶어.

박지민 image

박지민

꼭, 나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얘기하네요ㅎ.

피식- 웃더니 두 뺨을 잡곤, 입을 진득하게 맞춰오는 여주. 입술을 떼고선 입꼬리고 가늘게 늘어졌다.

김여주 image

김여주

혹시 모르죠. 디자이너님에 대해 많이 알고 있을지-ㅎ.

박지민 image

박지민

그건 좀 싫은데-

왜요?. 라고 묻는 여주에 난 아까의 입맞춤에 화답하듯, 그녀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추고선 떨어졌다. 그야, 알아서 좋을 건 없으니까.

박지민 image

박지민

나 어릴 때 엄청_ 못났거든요.

김여주 image

김여주

푸흡- 자기 입으로?.

나 어릴 때 드레스 구경하러 샵 들렸다가, 밤늦게 가게에 갇힌적도 있어요. 그래서, 예쁜- 여동생이랑 동이 틀때까지 같이 있었죠.

김여주 image

김여주

여동생, 나만큼 예뻐요?.

박지민 image

박지민

네. 엄청요.

김여주 image

김여주

다행이네. 못생기지 않아서.

박지민 image

박지민

왜요?. 여주씨 보다, 못생겨야 좋은거 아니에요?.

그래야, 여주씨가 이긴거잖아. 귀엽게 질투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담하게 웃는 여주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려다봤다.

김여주 image

김여주

아니죠. 나보다 예뻐야 승리감이 더 확실하지 않겠어?.

김여주 image

김여주

지금 박지민은 내거잖아.

박지민 image

박지민

하…… 진짜ㅎ.

이렇게 매력덩어리인, 이 여자를 어쩌면 좋아.

++ 글을 자세히 보시고, 이상한 점을 찾으세요!. 그러면, 엄청난 걸 발견하게 될거에요!!

++ 나중에 보고 놀라지말라구. 흐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