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dly, I love you.
2. Origin


아침부터, 나라가 뒤흔들렸다.

선왕이 간밤에 누군가에 의해서 살해당한 것이었다.

답지않게 젊은 나이에 왕좌에 오른 왕이 살해당해버리다니, 백성들은 슬픔에 빠졌다.

선왕은 외모부터 시작해 빠른 상황판단과 두뇌회전으로 즉위하기 전에도 큰 지지를 얻고 있었다.

그런 선왕이 죽고 나서 당연하단듯이 가장 가까운 혈연인 왕세자였던 승철이 곧장 즉위했다.


여주
.. 많이 떠들썩하네.

여주는 주변 마을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통해 나라의 소식을 듣다 멍하니 마을을 걸었다.

그때였을까,

툭-


여주
아, 아파.

여주는 금방 저와 어깨가 부딪힌 칙칙한 옷을 입은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였다.


승철
.. 호오

오, 이런, 빌어먹을. 여주는 자신과 부딪힌 사람, 그러니까 며칠 전 즉위했다는 왕인 승철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번 생은 왜이리 왕가랑 엮이는 게 많아...!


승철
네 이름이 무엇이냐.

승철은 여주와 숨이 닿을 듯한 거리로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


여주
...서, 서여주라고 하옵니다.



승철
서여주, 흠. 좋았어. 따라와.

씨, 왕의 명령이니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여주는 망했다, 싶은 심정으로 눈을 꼭 감고 승철의 말에 따랐다.

승철을 따라 얼마쯤 걸었을까, 큰 궁궐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도착한 듯 싶었다.

많은 궁녀들과 신하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이 풍경은, 여주에겐 너무나도 불편했다.

그 큰 궁궐 안에서 얼마나 더 따라 걸었을까, 가면 갈수록 주변의 호위무사들도 사라지더니 가장 안쪽 방에 달하였다.


승철
들어오거라.


여주
.. 저를 왜 이곳까지 부르셨는지요.


승철
네가 그 서여주라고?

승철은 여주의 턱을 잡아 끌고는 여주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승철
.. 나쁘지 않네, 가히 윤정한이 사랑한 여인이라-..

윤정한, 그 석자가 승철의 입에서 새어나오자 마자 여주는 불쾌한 듯이 제 턱을 잡고 있는 승철의 손을 뿌리쳤다.


승철
당돌하네.


여주
용건만 말하십시오. 더 이상 같잖은 말 듣고싶지 않습니다.


승철
너, 내가 왕인 거 알지?

여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승철
내 왕비 좀 해.

여주의 눈이 커졌다가, 이내 다시 평정심을 되찾았다.

승철, 승철이라 함은 왕세자 시절부터 여인을 곁에 들인 적이 없어 그 방면에서는 턱하면 무시 받았던 인물이었는데. 지금 그런 사람이 제 앞에서 왕비가 되라는 말을 하다니.


여주
.. 그게 가능한-


승철
야, 나 왕이야. 최고에 군림하고 있다고.


여주
.. 알겠사옵니다.


승철
모든 걸 제공해줄게, 다만 조건이 있어.

승철은 제 검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승철
하나, 위 혼인이 계약혼인인 것임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


여주
.. 계약..


승철
그렇지, 이 몸이 왕비를 들인건 순전히 내 의지가 아니야. 내 측근들이 말이지, 계속 주변에 여인 하나 없이 산다면 늘 무시당할거라고 그래서.


여주
겉치레 혼인을 하자는거군요.


승철
둘, 비밀을 발설하지 말라.


여주
비밀..?


승철
너는 다 알잖아.

그랬다. 여주가, 어쩌면 여주만이 알 끔찍한 진실이.

승철에게 숨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