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넥도 잏링/이한 리우] 주장님, 저 좀 봐주세요

[보넥도 잏링] 주장님, 저 좀 봐주세요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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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 당일 아침.

이한은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기도 전이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오늘 경기가 끝나면 대회도 끝난다.

그리고 어제 리우가 했던 말도 떠올랐다.

결승이 끝나면 할 말이 있어.

이한은 한참 동안 천장을 바라보다가 휴대폰을 확인했다.

리우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일어났어?

이한은 바로 답장을 보냈다.

네. 선배는요?

나도 일어났어. 발목은 괜찮아.

거짓말.

오늘은 진짜 괜찮아.

그럼 다행이고요.

잠시 후 리우에게서 다시 메시지가 왔다.

이한아.

네.

오늘 긴장하지 마.

이한은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선배가 있으면 안 긴장할 것 같아요.

몇 초 뒤 답장이 왔다.

나도 네가 있으면 괜찮을 것 같아.

이한은 그 문장을 한참 바라보다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작게 웃었다.

경기장에 도착하자 결승전답게 분위기가 뜨거웠다.

관중석에는 양 팀을 응원하는 학생들이 가득했고, 경기장 주변에는 대회 관계자들도 모여 있었다.

리우는 발목 때문에 오늘도 출전할 수 없었다.

하지만 벤치에서 선수들의 몸 상태와 상대 팀 전술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한이 다가가자 리우가 말했다.

"오늘 마지막 경기네."

"네."

"긴장돼?"

"조금요."

"거짓말."

"왜요?"

"너 긴장하면 말이 더 많아지잖아."

이한이 피식 웃었다.

"선배는 진짜 저 잘 아네요."

"요즘 좀 알 것 같아."

"그럼 이것도 알아요?"

"뭔데?"

이한이 잠시 리우를 바라보다 말했다.

"저 오늘 꼭 이기고 싶어요."

리우가 웃었다.

"나도."

"그리고 경기 끝나고 할 말 있죠?"

"응."

"도망가면 안 돼요."

"안 가."

"진짜요?"

"진짜."

리우가 손을 내밀었다.

"약속."

이한도 그 손을 잡았다.

"약속."

경기가 시작됐다.

결승전답게 초반부터 치열했다.

상대 팀은 이한을 집중적으로 막았다.

두 명, 많게는 세 명이 이한을 따라붙었다.

하지만 이한은 서두르지 않았다.

공을 잡으면 주변을 확인하고 팀원에게 연결했다.

전반 20분.

우리 팀이 공격 기회를 잡았다.

이한이 측면에서 공을 받았다.

수비수 두 명이 달려왔다.

이한은 돌파하는 대신 중앙으로 패스했다.

팀원이 다시 이한에게 공을 돌려줬다.

그 순간 이한의 눈에 골문 앞 빈 공간이 들어왔다.

슈팅.

골.

1대0.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이한은 곧바로 벤치를 바라봤다.

리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크게 들어 올리고 있었다.

이한도 웃었다.

그리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

봤죠?

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

하지만 후반전이 시작되자 경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상대 팀의 공격이 거세졌다.

후반 10분.

결국 동점골이 들어갔다.

1대1.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번의 역습을 허용했다.

1대2.

경기 종료까지 15분.

이한은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둘러봤다.

팀원들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벤치에서 리우가 소리쳤다.

"이한!"

이한이 고개를 들었다.

"아직 끝난 거 아니야!"

"네!"

"우리 준비한 대로 해!"

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정말 져버리면 어떡하지.

그때 리우가 다시 외쳤다.

"이한아!"

이한이 벤치를 바라봤다.

리우가 웃고 있었다.

"나 믿어!"

그 말에 이한도 웃었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달렸다.

경기 종료 5분 전.

이한에게 공이 들어왔다.

수비수 세 명이 달려왔다.

이한은 순간적으로 예전의 자신이라면 했을 선택을 떠올렸다.

혼자 돌파하고, 혼자 슈팅하는 것.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한은 공을 뒤로 돌렸다.

팀원이 받았다.

다시 패스.

그리고 이한이 빈 공간으로 들어갔다.

"이한!"

패스가 들어왔다.

이한은 슈팅하지 않았다.

옆에서 달려오던 팀원에게 공을 밀어줬다.

슈팅.

골.

2대2.

경기장은 다시 열광했다.

이한은 숨을 몰아쉬며 웃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가장 먼저 리우를 찾았다.

리우는 박수를 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표정이 조금 달랐다.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경기 종료 1분 전.

양 팀 모두 마지막 힘을 짜내고 있었다.

연장전이 눈앞이었다.

상대 팀의 공격을 우리 팀이 막아냈다.

공이 이한에게 넘어왔다.

이한은 앞으로 달렸다.

상대 수비수가 하나.

둘.

세 명.

앞에는 골문.

옆에는 팀원.

그리고 뒤쪽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한은 잠시 멈췄다.

그때 멀리서 리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한!"

이한이 고개를 들었다.

리우가 손짓하고 있었다.

믿어.

이한은 그대로 달렸다.

첫 번째 수비수를 제쳤다.

두 번째 수비수를 피했다.

세 번째 수비수가 몸을 붙였다.

이한은 순간 균형을 잃을 뻔했다.

하지만 끝까지 버텼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골문 앞에 있던 팀원에게 공을 내줬다.

팀원이 슈팅했다.

골.

3대2.

휘슬이 울렸다.

경기 종료.

선수들이 한꺼번에 경기장으로 뛰어 들어왔다.

누군가는 소리를 질렀고, 누군가는 서로를 끌어안았다.

이한도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믿기지 않았다.

정말 끝났다.

그리고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역시 리우였다.

이한은 그대로 벤치로 달려갔다.

"선배!"

리우도 웃으며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발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순간 휘청거렸다.

"선배!"

이한이 급하게 리우를 붙잡았다.

"괜찮아?"

"괜찮아."

"진짜?"

"응."

이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웃었다.

"이겼어요."

"응."

"우리 이겼어요."

"알아."

리우가 웃으며 말했다.

"너 진짜 잘했다."

이한은 그 말을 듣자 이상하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선배."

"응."

"저 잘했죠?"

"응."

리우가 이한의 어깨를 잡았다.

"누구보다 잘했어."

이한은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시상식이 끝나고.

선수들이 하나둘씩 숙소로 돌아간 뒤에도 이한은 경기장에 남아 있었다.

리우도 벤치에 앉아 있었다.

주변은 조용했다.

몇 시간 전까지 사람들로 가득했던 경기장이 거짓말처럼 한산했다.

이한이 리우 옆에 앉았다.

"선배."

"응."

"이제 말해요."

리우가 웃었다.

"기억하고 있었네."

"당연하죠."

잠시 침묵이 흘렀다.

리우는 한참 동안 운동장을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그냥 좋은 후배라고 생각했어."

"네."

"그다음에는 잘하는 선수라서 신경 쓰였고."

"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네가 안 보이면 이상하고, 다른 사람이랑 있으면 신경 쓰이고, 네가 다치면 내가 다친 것보다 더 걱정되고."

이한은 조용히 리우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네가 다른 학교로 갈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 알았어."

리우가 이한을 바라봤다.

"내가 네가 떠나는 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싫다는 걸."

이한의 눈이 흔들렸다.

리우는 작게 웃었다.

"그래서 계속 핑계만 댔어. 주장이라서, 팀 때문에, 네가 아까워서."

잠시 숨을 고르고 말했다.

"근데 이제는 그런 핑계 안 대려고."

이한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지금은요?"

리우가 이한을 똑바로 바라봤다.

"좋아해."

짧은 한마디였다.

하지만 이한이 기다려왔던 말이었다.

"축구 선수로서가 아니라."

리우가 웃었다.

"그냥 이한이라는 사람을 좋아해."

이한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왜 웃어?"

"좋아서요."

"……."

"저도 할 말 있었잖아요."

"응."

이한이 리우를 바라봤다.

"저도 선배 좋아해요."

리우가 잠시 말을 잃었다.

"진짜?"

"네."

"언제부터?"

이한은 잠시 생각하다 웃었다.

"선배가 자꾸 저한테 팀플레이 알려주던 때부터인 것 같아요."

"그게 언제인데?"

"모르겠어요. 그냥 어느 순간부터 선배가 안 보이면 신경 쓰였고, 선배가 다른 사람이랑 있으면 싫었고."

이한이 작게 웃었다.

"그리고 선배가 저한테 잘했다고 하면 하루 종일 기분 좋았어요."

리우도 웃었다.

"나랑 똑같네."

"그러니까요."

둘은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리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우리 어떻게 할까?"

이한이 웃었다.

"뭘 어떻게 해요?"

"이제 우리……."

리우가 말을 고르다가 결국 말했다.

"사귀는 거 맞지?"

이한의 얼굴이 붉어졌다.

"선배가 먼저 말했잖아요."

"그래서?"

"그럼 책임져야죠."

리우가 웃었다.

"알겠어."

"그리고 하나 더."

"뭔데?"

"저 다른 학교 안 갈 거예요."

리우의 표정이 밝아졌다.

"정말?"

"네."

"왜?"

이한은 잠시 운동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리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가 좋아요."

"축구 때문에?"

"아니요."

이한이 웃었다.

"선배가 있으니까."

리우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이한을 바라봤다.

그러다 이한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럼 나도 졸업할 때까지 잘해야겠네."

"졸업하고 나면요?"

"그때도 같이 있으면 되지."

"어떻게요?"

"축구가 아니어도."

리우가 웃었다.

"어디든 같이 가면 되잖아."

이한도 웃었다.

"그럼 약속."

"또 약속이야?"

"이번에는 오래 가는 약속이에요."

리우가 손을 내밀었다.

이한이 그 손을 잡았다.

얼마 후.

대회가 끝나고 학교로 돌아온 뒤에도 둘의 관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운동장에서는 여전히 주장과 에이스였다.

리우는 여전히 팀원들에게 잔소리를 했고, 이한은 여전히 자신감 넘치게 공을 몰고 다녔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 있었다.

훈련이 끝난 뒤.

"선배."

"응?"

"오늘 어디 갈 거예요?"

"왜?"

"축구 말고 만나기로 했잖아요."

리우가 웃었다.

"오늘은 어디 가고 싶은데?"

이한이 잠시 고민했다.

"저번에 갔던 서점 다시 가요."

"책 또 사려고?"

"아니요."

"그럼?"

이한이 리우를 바라봤다.

"그냥 선배랑 걷고 싶어서."

리우가 웃었다.

"가자."

두 사람은 나란히 운동장을 빠져나갔다.

처음에는 축구 때문에 만났고,

축구 때문에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축구가 없어도 서로를 찾게 되었다.

경기가 끝나면 헤어지는 사이가 아니라,

휘슬이 울린 뒤에도 계속 함께 걷고 싶은 사람.

그게 이한에게 리우였고,

리우에게 이한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이야기는,

마지막 휘슬이 울린 뒤에도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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