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넥도 잏링/이한 리우] 주장님, 저 좀 봐주세요

[보넥도 잏링] 주장님, 저 좀 봐주세요 3화

아침 여섯 시.

아직 운동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한은 축구공을 발끝으로 굴리며 운동장 입구를 바라봤다.

시계를 확인했다.

6시 01분.

6시 02분.

6시 03분.

"……늦었나."

평소라면 누구보다 먼저 와 있었을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초조했다.

리우와 단둘이 훈련한다는 게 생각보다 신경 쓰였다.

6시 07분.

운동장 입구에서 누군가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한!"

리우였다.

평소보다 조금 흐트러진 머리와 급하게 걸친 듯한 트레이닝복.

이한은 자신도 모르게 리우를 한참 바라봤다.

"미안. 많이 기다렸어?"

"7분 정도요."

"아침부터 정확하네."

"선배가 먼저 나오라고 했잖아요."

리우가 숨을 고르며 웃었다.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괜찮아요."

"근데 너 혹시 내가 안 올까 봐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니지?"

"그럴 리가요."

"그럼 다행이고."

리우가 공을 들었다.

"자, 오늘은 네가 부족한 부분만 집중적으로 볼 거야."

"제가 부족한 게 있어요?"

"당연히 있지."

"뭔데요?"

리우가 이한을 바라봤다.

"너무 혼자 하려고 해."

이한의 표정이 굳었다.

"전 혼자 하는 게 편해서요."

"축구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잖아."

"알아요."

"아는데 왜 계속 혼자 가?"

이한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리우가 공을 발밑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네가 공을 잡으면 수비수 두세 명이 붙어. 그럼 네가 아무리 잘해도 결국 막힐 수밖에 없어. 그때 주변에 있는 사람을 믿고 공을 내줘야 해."

"……."

"그리고 다시 받아."

이한이 리우를 바라봤다.

"선배한테 패스하면요?"

"그럼 내가 다시 줄게."

"확실해요?"

"왜 이렇게 못 믿어?"

"선배는 가끔 혼자 해결하잖아요."

리우가 피식 웃었다.

"그건 주장이라서 그런 거고."

"그럼 오늘은 주장 말고 그냥 선배로 해주세요."

리우의 표정이 잠깐 멈췄다.

"뭐?"

"저도 그냥 후배로 있을게요."

"……."

"어려워요?"

리우가 웃었다.

"아니. 오히려 그게 더 어려운데."

"왜요?"

"네가 평소보다 더 신경 쓰일 것 같아서."

이한의 눈이 살짝 커졌다.

하지만 리우는 아무렇지 않게 공을 앞으로 굴렸다.

"자, 시작하자."

한 시간 가까이 훈련이 이어졌다.

이한은 리우가 알려주는 대로 움직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패스 연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리우가 자신의 움직임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오른쪽."

이한이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아니, 지금 말고 한 박자 늦게."

"이렇게요?"

"응. 네가 너무 빨리 움직이면 상대가 네 의도를 읽어."

리우가 뒤에서 이한의 위치를 잡아줬다.

"여기."

손끝이 이한의 어깨에 닿았다.

"여기서 기다렸다가 내가 신호 주면 들어가."

가까웠다.

생각보다 훨씬 가까웠다.

이한은 순간 몸을 굳혔다.

"왜?"

리우가 물었다.

"아니요."

"집중해."

"하고 있어요."

"그럼 왜 얼굴이 빨개?"

이한이 바로 고개를 돌렸다.

"더워서요."

"지금 아침인데?"

"운동했잖아요."

"그래?"

리우가 웃었다.

"그럼 계속해."

이한은 다시 앞을 바라봤다.

그런데 이상하게 심장이 계속 빠르게 뛰었다.

축구를 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잠깐 쉬자."

리우가 벤치에 앉았다.

이한도 옆에 앉았다.

둘 사이에는 약간의 거리가 있었다.

리우가 물병을 건네자 이한이 받아 들었다.

"감사합니다."

"너 물 잘 안 마시더라."

"괜찮아요."

"안 괜찮아. 운동할 때 물 안 마시면 금방 지쳐."

"선배가 계속 챙겨주니까 마시는 거죠."

"그럼 앞으로도 계속 챙겨줘야겠네."

리우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한은 물병을 내려놓았다.

"선배는 원래 후배들 다 챙겨요?"

"응?"

"저 말고 다른 애들도."

리우가 잠시 생각했다.

"글쎄. 주장이라 기본적으로는 챙기지."

"그럼 저도 다른 애들이랑 똑같아요?"

이한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낮았다.

리우는 그 말을 듣고 이한을 바라봤다.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봐?"

"그냥 궁금해서요."

"너는 좀 다르지."

"어떻게요?"

"너는 내가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하잖아."

"왜요?"

리우가 웃었다.

"에이스니까."

"축구 때문이네요."

"그럼 축구 말고 뭐가 있겠어?"

이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괜히 질문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우는 그런 이한을 보다가 물었다.

"근데 너도 나한테 궁금한 거 많지 않아?"

"뭐가요?"

"축구 말고."

"……."

"맨날 나 보는 거 알거든."

이한의 손이 멈췄다.

"제가 언제요."

"연습할 때도 보고, 경기 끝나고도 보고. 내가 다른 애랑 이야기하고 있으면 한 번씩 쳐다보던데."

"선배가 주장이라서 그런 거예요."

"정말?"

"네."

"그럼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건 아니고?"

리우가 웃으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이한은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조용히 말했다.

"……있으면 안 돼요?"

리우의 웃음이 멈췄다.

"뭐?"

이한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아니, 축구적으로요."

"아."

리우가 작게 웃었다.

"그래. 축구적으로는 있어도 돼."

"……네."

"근데 방금은 조금 놀랐어."

"저도요."

"왜?"

"제가 그런 말을 할 줄 몰랐어요."

둘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

리우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어디요?"

"다시 훈련."

"벌써요?"

"왜, 나랑 더 앉아 있고 싶어?"

"……아니요."

이한이 따라 일어났다.

리우가 웃었다.

"표정은 아닌 것 같은데."

"선배는 진짜 사람 놀리는 거 좋아하네요."

"네가 반응을 잘해주잖아."

"다음부터 안 해드릴게요."

"그럼 내가 아쉽지."

이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리우가 앞서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아주 작게 웃었다.

그날 훈련이 끝날 무렵.

이한은 혼자 남아 공을 정리하고 있었다.

리우는 먼저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허전했다.

평소에는 빨리 집에 가고 싶었는데.

오늘은 운동장이 너무 조용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리우 선배]

집 도착하면 연락해.
아까 발목 조금 불편해 보이던데, 괜찮은지 확인해야 할 것 같아서.

이한은 메시지를 한참 바라봤다.

별것 아닌 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답장을 입력했다.

네. 선배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보내려다가 다시 지웠다.

그리고 다시 썼다.

선배도 집 도착하면 연락 주세요.

전송.

잠시 후 답장이 왔다.

왜? 내가 걱정돼?

이한은 화면을 바라보다가 한참 고민했다.

그리고 짧게 답했다.

네.

이번에는 답장이 바로 오지 않았다.

몇 분 뒤.

……너 오늘 왜 이래?

이한은 피식 웃었다.

저도 모르겠어요.

그날 밤.

리우와의 대화창을 닫은 이한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이상했다.

축구부에 들어온 지 고작 일주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하루가 리우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리우가 웃으면 기분이 좋았고.

리우가 다른 사람과 오래 이야기하면 괜히 신경 쓰였다.

그리고 오늘처럼 가까이 있으면 심장이 이상하게 뛰었다.

이한은 눈을 감았다.

이게 단순히 선배를 존경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이 리우를 바라보는 이유가,

축구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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