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부 단체 출사
이번에는 야외가 아니라 오래된 골목에서 자유 촬영
도훈이 선배에게 불려 잠깐 자리를 비우게 된다
"여주야."
"잠깐 이것 좀 들고 있어."
도훈이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건네준다.
여주는 별생각 없이 받는다.
그러다 문득
익숙한 흠집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렌즈 테두리.
작게 패인 자국.
"...설마."
손끝으로 천천히 문질러 본다.
분명하다.
고등학교 2학년.
자신이 떨어뜨렸던 바로 그 카메라였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 얼굴로 전원을 켠다.
-
사진을 넘긴다.
사진마다
김여주가 있었다.
혼자 웃고 있는 사진.
친구들이랑 떠드는 사진.
운동장에서 뛰는 사진.
창가에서 책 읽는 사진.
'...왜.'
여주는 손가락을 멈추지 못한다.
'왜 다 나야.'
-
독서실
엎드려 자고 있는 자기 모습.
사진을 확대한다.
책상 위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 하나.
목표.
김여주랑 같은 대학.
같은 과.
"..."
사진 날짜
중학교 3학년 겨울
아직 고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이었다.
.
다음 사진.
같은 독서실.
포스트잇.
오늘도 부족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
.
다음.
조금만 더 하면
여주랑 같은 과 갈 수 있을 것 같다.
여주의 손이 그대로 멈춘다.
"..."
그동안
나는
도훈이 나를 이기려고 공부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훈은
처음부터
나랑 같이 가려고 공부하고 있었다.
-
"뭐 봐?"
익숙한 목소리.
깜짝 놀라 고개를 든다.
도훈이 어느새 돌아와 있었다.
"..."
"...미안."
황급히 카메라를 건네려는데
도훈은 카메라보다 여주의 표정을 먼저 본다.
"...다 봤네."
잠시 침묵.
여주는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왜."
"..."
"같은 과 가려고..."
"...그렇게까지 공부했어?"
도훈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선을 바닥으로 내린 채
작게 웃었다.
하지만 웃는 얼굴은 전혀 밝지 않았다.
"...응."
"..."
"너랑 계속 같이 있고 싶었거든."
"..."
"유치하지."
여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도훈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근데."
"..."
"열심히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다."
짧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네가 문과 간 거."
"..."
"그날 처음 알았어."
"..."
"내가 그렇게 만든 거라는 걸."
여주의 눈이 흔들렸다.
"..."
"아직."
도훈이 여주를 바라봤다.
"...한 번도 제대로 사과 못 했는데."
잠시 입술을 깨문 뒤.
작게 말했다.
"...미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