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프리, 오늘 야근해?"
언제까지고 자리를 정리하지 않는 프리를 보며 밤비가 물었다.
"응, 어떻게든 오늘 끝내야 하는 일이 있어서. 먼저 퇴근해!"
"그렇구나, 힘내."
상담하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생각하며, 밤비는 사무실 출구로 향했다.
로비를 나서자 익숙한 빨간 오토바이가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채봉구 씨."
오토바이 옆에 서 있던 은호가 살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네왔다.
"안녕하세요, 은호 씨. 프리는 오늘 야근인 것 같아요."
낯을 가리는 밤비는 처음으로 대화하는 은호에게 긴장하면서도 대답했다.
"네, 조금 전에 메시지 받았어요. 하지만 근처에 있어서 그냥 여기서 기다릴까 해서요. 우리 자주 마주치는데 이야기 나누는 건 처음이네요. 한번 대화해 보고 싶었어요."
"아, 그렇네요. 죄송해요, 제가 먼저 말 거는 걸 잘 못 해서……."
"하하, 그렇군요. 프리가 말해줬어요. 처음에는 대화가 잘 안 이어졌다고. 하지만 친해지고 나니까 정말 재밌고 소중한 친구라고요."
처음에 프리가 그런 생각을 했었다니. 하지만 분명 그랬을지도 모른다.
말을 잘 못하는 나에게 밝게 계속 말을 걸어주었던 그녀. 그래서 마음을 열 수 있었다.
문득, 프리에게 하려던 상담을 그에게 해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졌다. 그녀의 곁에 있고 싶다고 말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사실, 아직 프리에게는 말 안 했는데요. 해외 이동 제안을 받아서 고민 중이에요. 능력을 인정받은 건 기쁘지만, 지금 환경을 떠나기가 아쉬워서…… 프리도 있고, 떠나고 싶지 않아요."
마지막 한마디는 연인에게는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려워하며 슬쩍 고개를 들자, 맞장구를 치며 진지하게 듣고 있던 은호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친한데 헤어지는 건 쓸쓸한 일이죠. 하지만 애매한 마음으로 곁에 있는 것도 힘들지 않나요?"
말투에서 비꼬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밤비의 마음을 눈치채고 있으면서도 걱정해 주는 것이라고.
"저, 너무 티 나나요?"
숨을 삼키며 묻자,
"글쎄요, 같은 시선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어느 쪽이든 후회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셨으면 좋겠어요."
라고 은호는 말하는 것이었다.
"어라? 둘이서 뭐 해?"
건물에서 나온 프리가 외쳤다. 밤비는 눈을 꽉 감았다가 후우, 하고 숨을 내쉬며,
"은호 씨, 결심이 섰어요. 방금 한 이야기는 비밀로 해주세요. 제가 직접 말할 테니까요."
라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은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프리에게 고개를 돌려 그녀가 다가오는 타이밍에 맞춰 목소리를 냈다.
"프리야, 고생했어."
두 사람이 떠난 후에도 밤비는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놀리는 것도, 화를 내는 것도, 어설프게 위로하는 것도 없이, 그저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나쁜 녀석이었으면 미워할 수 있었을 텐데."
밤비는 사라질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