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 빙의글/나페스] 김부장

김부장 6화 (최종화)

프로젝트 종료 보고회.

 

김여주는 마지막 보고서를 덮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몇 달 동안 준비했던 하반기 메인 캠페인.

광고는 공개와 동시에 좋은 반응을 얻었고,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량 모두 목표를 넘어섰다.

회의실 안에는 박수가 이어졌다.

"이번 프로젝트는 브랜드전략팀 공이 큽니다."

"특히 김부장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김여주는 짧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회의가 끝나고 직원들이 하나둘 빠져나갔다.

그때 후배 사원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부장님."

"네."

"오늘이 해찬 씨 마지막 일정이래요."

"..."

"계약 끝나셔서 이제 다른 브랜드 촬영 들어가신다고."

김여주의 손이 아주 잠깐 멈췄다.

"...그렇군요."

담담한 대답.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이상하게 허전했다.

 

 

-

 

 

오후.

마지막 촬영이 끝났다.

"컷!"

"오케이!"

"수고하셨습니다!"

스튜디오에는 박수가 터졌다.

해찬은 스태프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하며 인사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뵈어요."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은 김여주뿐이었다.

둘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수고하셨습니다."

김여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덕분에 프로젝트 잘 마무리됐습니다."

해찬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제가 더 많이 배웠죠."

"..."

"처음엔."

해찬이 작게 웃었다.

"김부장님 엄청 무서웠거든요."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니에요."

김여주는 처음으로 해찬을 똑바로 바라봤다.

"...왜죠?"

"생각보다."

해찬이 천천히 말했다.

"누구보다 사람을 많이 챙기는 사람이더라고요."

"..."

"본인만 모르고."

김여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짐을 정리하던 해찬이 가방을 메고 돌아섰다.

"그럼."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네."

"김부장님."

"..."

"앞으로도 밥 거르지 마세요."

"...노력하겠습니다."

"커피도 너무 많이 드시지 말고."

"..."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던 해찬이 웃었다.

"가끔은."

"좀 웃으세요."

그 말을 끝으로 돌아서려던 순간.

"해찬 씨."

이번에는 김여주가 그를 불렀다.

해찬이 뒤를 돌아봤다.

"...네?"

김여주는 잠시 망설였다.

평생 일만 하며 살아왔다.

누군가를 붙잡아 본 적도.

사적인 말을 먼저 꺼내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식사."

"...?"

"시간 되시면."

"..."

"한 번 같이 하시죠."

순간.

해찬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거..."

"사적인 약속 맞죠?"

"..."

김여주는 귀 끝이 조금 붉어졌다.

"...싫으시면."

"아니요."

해찬이 웃음을 터뜨렸다.

"좋습니다."

"엄청 좋습니다."

"대신."

"...?"

"이번엔 제가 사겠습니다."

김여주도 결국 작게 웃었다.

"...그건 안 됩니다."

"왜요?"

"제가 먼저 제안했습니다."

"아."

해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김부장님답네요."

둘은 마주 보며 웃었다.

처음 만난 날.

차갑게만 느껴졌던 공기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

 

 

일주일 뒤.

회사 근처 작은 한식집.

"어서 오세요."

창가 자리에 먼저 와 있던 김여주가 시계를 바라봤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안 기다리셨죠?"

해찬이 모자를 눌러쓴 채 들어왔다.

"5분 늦었습니다."

"..."

"혼나나요?"

김여주는 피식 웃었다.

"오늘은 봐드리겠습니다."

"와."

"드디어 봐주시는 날도 오네요."

"대신."

김여주가 메뉴판을 건넸다.

"식사는 꼭 하고 다니세요."

해찬은 웃으며 메뉴판을 받았다.

"김부장님."

"...네."

"저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말씀하세요."

"이제 회사 밖인데."

"..."

"계속 김부장님이라고 불러야 해요?"

잠시 침묵.

김여주는 물잔을 내려놓았다.

"...회사 밖에서는."

"..."

"편하신 대로 하세요."

해찬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럼."

"여주 씨."

처음 듣는 자신의 이름.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았다.

김여주는 조용히 웃으며 대답했다.

"...네."

창밖으로 노을이 물들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제일 안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두 사람.

하지만.

가장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게 된 사람도.

결국 서로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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