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책임져요, 대리님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으면서도 나랑 잤다고..? 이건 정말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그 사람한테 미안하지도 않은 건가. 아니면 그냥 김대리님이 짝사랑하는 건가? 나는 좋아하는 사람 놔두고 다른 사람과 잔다는 게 맞는 건가 싶다. 나도 김대리님을 좋아하지만.. 아직도 좋아하고 있지만... 김대리님은 당연히 이 기억을 없애고 싶겠지. 그래서 날 피하는 거겠지.
"김대리님.. 할 말이 있는데 시간 있으세요..?"
"..아, 내가 좀 바빠서."
"1분이면 돼요.. 아니 30초라도..."
"미안, 나중에 얘기하자."
"나 먼저 갈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면서 얼른 자리를 피하고 싶어하는, 나랑 마주치기를 어색해 하는 대리님. 어색한 건 어색한 거고, 내가 싫은 건 싫은 거고... 적어도 저번 밤에 있었던 일에 대해선 얘기 해봐야하는 거 아니야..? 만약에 내가 정말... 정말 김대리님 애를 가진 거면 어쩔건데?? 김대리님이야 잘 살겠지만 난...
"..중요한 얘기에요."
"왜, 또 뭐 모르는 게 있어?"
"..일 얘기 아니에요."
"회사에서 사적인 얘기를 하자는 거야?"
"정여주. 가서 일이나 해."
"회사에서 노닥 거릴 시간이 어딨어?"

"잘리고 싶은 거야?"
...진짜 김태형 이 나쁜새끼_

"..와, 너 진짜...."
"말이 안 나온다, 말이..."

"아니.. 그래, 잔 건 인정."
"형수랑 잘 수도 있지.. 어차피 결혼까지 갈 거잖아?"
"아직 사귀지도 않았지만 속도위반 인정."
"근데 피하는 건 좀 아니지 않냐..?"
"형수님이랑 얘기는 해봐야지."
"남자자식이 피하기나 하고."
나도 술에 취해서, 평소 상태였다면 안 넘어갔을텐데 내가 잠시 미쳐서, 그런 짓을 해버렸다. 그때 왜 데려다주겠다고 해서.. 처음부터 왜 회식자리에 나가서... 여주 없었으면 평소에 나가지도 않을 자리였다. 여주에게 이런 경험을 시킨 게 얼굴보기가 너무 미안했다. 어쩌면... 이 일로 인해 나같은 건 싫어해지지 않았을까?
"진짜 미쳤나봐..."
"나 왜 살지..?"
"병신같은 소리하지 말고."
"만약 형수가 임신하면 어쩔 거야?"
"...임신...?"
"미친놈. 거기까진 생각 안 한 거야?"
"형수가 임신하면 당연히 너가 책임져야지."
임신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난 아무렇지 않은 듯 돌아서면 그만인데 여주는 그게 아니었구나.. 솔직히 자신 없다. 나 자신도 나를 싫어하는데 내가 여주에게 잘할 수 있을지, 만약 아이가 생긴다면 그 아이에게도 사랑을 줄 수 있을지... 도망치고 싶다. 난 자신이 없다.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될 수 없을 거 같다.
"정신차려, 김태형."
"임신 안하면 다행인 거고, 해도 너가 저지른 거니까 후회따위 하지마."
"얼른 가서 형수님이랑 얘기해보고."
"서로 좋아하는데 왜 이러고 있는 거야?"

"사귀는 게 싫으면 결혼해, 병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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